JTBC 뉴스룸의 저널리즘, 이대로 괜찮나?

‘뉴스’와 ‘스토리’ 사이의 균형을 잃다

예전부터 손석희가 이끄는 <뉴스룸>은 ‘뉴스’보다는 ‘스토리’를 추구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들곤 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뉴스를 스토리로 부른다고 하지만 JTBC는 그 정도가 심각하다.

가장 큰 이유는 JTBC가 스스로 대외적으로 내세우는 이상이 부각될수록 그 이상과 그들이 실제로 행하는 보도 양상과의 괴리가 바깥에서 볼 때 더욱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먼저 손석희의 자기소개를 살펴보자.

“진실을 말하겠습니다. 치우치지 않겠습니다. 귀담아 듣겠습니다. 그리고 당신 편에 서겠습니다.”

손석희 자신은 정말 그가 약속한 바를 지키고 있을까.

손석희(출처 JTBC)

관련 기사
JTBC 뉴스룸, 강경화 기획부동산 보도 논란···“손석희 게이트키핑 없었나”

 

JTBC <뉴스룸>의 가장 큰 공적이라고 할 수 있는 최순실 태블릿 보도와 별개로 해당 프로그램은 여러 가지 보도상의 치명적인 잘못을 저지른 적이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이른바 ‘노룩(no look)’ 취재의 대표 격으로 일컬어지는 강경화 장관의 투기용 부동산 자택 구매 의혹이다.

결국에는 JTBC가 단독으로 다룬 ‘기획부동산’ 의혹 보도는 현장의 사실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취재원칙조차 지키지 않은 부실보도로 드러났다. 강경화 장관이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부동산은 강 장관의 배우자가 실거주하는 자택으로서 투기와 무관했다.

그런데도 JTBC는 이러한 왜곡 보도의 피해자에 대해 명확히 사과한 적이 없다. 아마 그 스스로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한 손석희 특유의 자존심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언론인으로서의 자존심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강경화 장관보다 더 약자이고 힘없는 사람에게 그 자존심이 더욱 강하게 발휘된다는데 문제가 있다.

미드 뉴스룸

이러한 행태는 ‘뉴스’ 그 이상의 ‘스토리’를 전달하려는 강박에서 나온 게 아닐까. 심지어 손석희는 미국 드라마 <뉴스룸>의 어떤 캐릭터(사진)가 구현하는 자아상에 자기 스스로 지나치게 심취한 데서 비롯된 어떤 강박감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손석희가 JTBC <뉴스룸>이라는 무대를 통해 자신이 연기하는 어떤 자아상에 지나치게 심취해 있다는 의혹이 드는 이유에는 OST 선정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JTBC <뉴스룸>에서는 일전에 실제로는 다른 네티즌에게 악플을 일삼던 가해자인 웹툰 작가 이자혜가 마치 일베로부터 악플을 당한 피해자였던 것처럼 보도한 적이 있다. 실상 이자혜 자신이 평소 인터넷상으로 타인에게 막말을 일삼은 악플러였다.

JTBC는 이자혜의 평소 언행과 메갈리아 논란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채 이 작가를 마치 여론전 일방의 피해자인 것인 양 보도를 내보냈다. 물론 이자혜의 악플 피해자는 강경화 장관만큼 강한 인물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JTBC는 이들로부터 제기된 항의를 완전히 묵살했다.

관련 기사
JTBC, 웹툰 독자 여혐으로 낙인찍다
페미니스트 웹툰 작가, 과거 행적 논란
JTBC 여기자, 본지 기사 포스트 게시중단 요청

그 외에도 JTBC 뉴스룸은 여러 가지 막장 행위들을 해왔다.

화장실 내 손 씻기 위생문제를 고발한답시고 남자 공중화장실에 몰카를 설치해서 보도하는 식의 ‘컨셉’ 뉴스를 내보낸 것은 일단 그냥 애교로 넘어가도록 하자. 참고로 해당 기자는 사내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JTBC 뉴스룸, 남자 화장실 ‘몰카’ 논란과 진보언론의 침묵

JTBC가 저지른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JTBC는 미투운동을 기해 여성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면서 “(에버랜드에서는 근무 중에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안경만 써도 눈치를 줍니다”라는 한 트위터리언의 트윗을 언급했다. 에버랜드에 근무했다고 주장한 트위터리언의 이 트윗은 2만번 가까이 리트윗됐다.

그러나 해당 트윗의 당사자는 에버랜드에 근무한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가 주장한 시기의 에버랜드에서는 안경 착용을 금지하는 복장 규정도 없었다. 물론 대한민국 곳곳에는 여전히 여성에 대한 불합리한 복장 규정을 강요하는 곳이 남아 있다. 하지만 그 사실이 JTBC가 마땅히 해야 할 ‘팩트체크’를 생략할 구실이 되지는 않는다.

JTBC의 왜곡 보도 중 하나(출처 JTBC)

이러한 막장스러운 보도행태 역시 ‘스토리’가 ‘뉴스’에 선행한다는 왜곡된 인식 아래에서만 정당화될 수 있는 관행이다.

에버랜드의 복장 규정 답변
당시 에버랜드의 복장 규정 허위 폭로자의 사과문(출처 트위터)

이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JTBC는 탁수정, 일명 책은탁을 마치 미투운동의 투사인 양 <뉴스룸>에 출연시킨 적이 있다. 하지만 실상 탁수정은 일군의 트페미들과 함께 트위터에 악플을 쏟아내는 것 외에는 미투운동과 관련해 어떤 운동을 하는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이미 민형사상의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처분을 받은 인물이다.

JTBC 뉴스룸에 출연한 탁수정(출처 JTBC)

또한, 탁수정은 다른 무고 가해자들로부터 무고 피해를 받은 다른 문학계 인사들을 아무런 근거 없이 비난한 바 있고 지금도 그 비난을 지속하고 있다. 이 때문에 탁수정이 과연 미투운동의 대의를 대표하는 인물인지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

그럼에도 JTBC는 그동안의 무고 행위와 음해를 겪은 피해자의 항의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이러한 문제 제기를 지금까지 묵살해왔다. JTBC <뉴스룸>은 탁수정이 자신들의 ‘스토리’에 도움이 된다는 의식 혹은 무의식적인 판단에서 탁수정을 출연시킨 것으로 보인다.

탁수정의 음해에 관한 법적 처분

이는 탁수정 본인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JTBC <뉴스룸>이 웹툰 작가 이자혜의 이후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았듯이 탁수정의 인생도 책임져 주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탁수정에게 필요한 것은 피해자에 대한 진심 어린 반성과 SNS 중독 및 심리적 혼란을 치료받는 것이다.

그런데도 JTBC는 사건의 가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마저 자신들이 원하는 스토리의 소재로 소모하는 보도행태를 이어나가고 있다. 탁수정이 폭로한 문단 내 성폭력의 상당수가 ‘무혐의’나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밝혀졌음에도 JTBC는 탁수정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허위사실’이라는 주장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달 28일 보도에서 JTBC <뉴스룸>은 이렇게 덧붙이고 있다.

“우선 피해자가 사실을 말해도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수 있는 사실적시 명예훼손 처벌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탁수정이 (지금의 사법적 현실상 인정받기 어려운)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은 당사자인데 도대체 자신들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제대로 알고나 있는 거냐는 의문이 든다.

JTBC 뉴스룸의 2월 28일 방송(출처 JTBC)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JTBC는 ‘뉴스’가 아니라 자신들의 이해지평 속에서 온전히 이해될 수 있는 하나의 ‘스토리’를 원하는 것 같다. JTBC뿐만 아니라 여러 언론도 자신들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는 욕심 아래 사실관계에 대한 기초적인 주의력을 상실하곤 한다.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하는 것 같다.

첫째 <뉴스룸>의 주인공으로서 스스로를 한국사회에 자리매김하고 싶어 하는 손석희 사장 자신의 나르시즘적 출세욕. 둘째 SNS 일각의 여론을 검증 없이 퍼 나르는 일군의 기자 내지는 작가들.

어느 쪽이 문제이든 각성이 필요한 사안이며 특히 JTBC를 아끼는 이들일수록 쓴소리와 질책을 아껴서는 안 될 것이다.

경제학 석사. 프리랜서 작가. '포비아 페미니즘'(2017), '혐오의 미러링'(2016), '가라타니 고진이라는 고유명'(2014), '일베의 사상'(2013) 단행본 출간. '2014년 변신하는 리바이어던과 감정의 정치'로 창작과 비평 사회인문평론상 수상과 2016년 일본 '겐론'지 번역. paxwoni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