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개업소와 의류매장 위치의 비밀

동네에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의 숫자를 세어보라. 아마 깜짝 놀랄 것이다. 예상보다 많아서. 부동산 중개업소가 어디에 있는지 유심히 보라. 하나같이 좋은 길목을 점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건물의 2층에 있는 경우는 거의 드물고, 대부분 1층, 그것도 후미진 곳이 아니라 유동인구가 많은 길목에 있다. 또 다른 업종인 옷가게도 비슷하다. 부동산 중개업소와 옷가게는 왜 이런 곳에 자리하고 있을까.

서울 송파구 부동산 중개업소 밀집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와 옷가게의 공통점

한 동네에 위치한 중개업소들이 보유 중인 물건들은 대부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개사의 영업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물건이 그 물건인 경우가 많다. 특히 아파트를 주로 거래하는 부동산이라면 사실상 거래하는 상품의 차이가 없다.

같은 동네의 업소들은 이처럼 서로 거의 같은 상품을 파는 데다가 가격도 지역 평균으로 형성되어 있어서 차별화되는 요소가 거의 없다. 부동산을 찾는 손님들도 혹시나 해서 여러 곳을 방문하는 것이지, 각각이 차별화된 곳이라 여러 중개소를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차별화되지 않은 상품을 거래하는 곳이 판매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방문 횟수를 최대한 늘려야 한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위치해 가게의 노출을 늘림으로써 잠재적 소비자들의 유입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소가 비싼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건물 1층, 큰길 목 좋은 곳에 있는 것은 수입구조가 비싼 임대료를 충분히 감당할 만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의 5억원 짜리 아파트 매매를 생각해보자. 상한 요율인 0.4%를 가정할 경우 중개수수료는 200만원이다. 거래 물건이 비쌀수록 수수료도 크기 때문에 거래 횟수를 늘리기 위해서라면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여지가 생긴다.

옷가게도 마찬가지다. 가끔 번화가에 유명 브랜드도 아닌 옷가게들이 입점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대체 이런 곳은 얼마나 많이 팔기에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 것이다. 이들이 인적이 많은 길에 있는 이유도 부동산 중개업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의류는 계절과 유행이 명확해서 유통기한이 매우 짧다. 당장 계절이 지나도록 옷을 팔지 못하면 고스란히 창고에서 자리만 잡아먹는 재고품이 되어버린다. 브랜드 의류라도 철이 지난 옷들은 할인매장으로 흘러가서 싼값에 팔릴 수밖에 없는 운명이 된다.

명동

옷가게는 사람이 들어온다 해서 반드시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최대한 많은 사람이 지나가다가 들릴 만한 장소에 위치해야 한다. 이런 장소들은 임대료가 매우 비싼 곳이다. 그래도 사람들이 찾지도 않는 곳에 입점해서 기껏 들여놓은 옷을 헐값에 다른 곳으로 넘기는 것보다는, 임대료가 비싼 곳에서 많이 파는 것이 낫다. 그래서 옷가게들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제조원가 대비 충분한 마진을 붙여서 판매한다.

왜 큰길이어야 하는가?

부동산 중개업소와 옷가게는 공통적으로 소비자가 점포의 공간을 점유하지 않으므로 회전이 매우 빠르다. 그러므로 방문자 수를 증가시켜 구매 의향을 가진 사람의 수를 늘리는 것이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보행량과 매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유동인구의 입점률은 약 5%로 보행인구 100명당 5명이 가게로 들어온다. 결국, 50명이 가게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보행인구 1000명이 필요하며, 500명의 경우 1만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매출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보행인구가 더 많아야 한다.

이렇듯 부동산 중개업소와 옷가게는 업종의 특성이 비슷하기 때문에 유동인구가 많은 큰길에 주로 위치한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이라면 휴대폰 판매 매장들이 즐비한 이유 또한 이와 같다

업종에 따라 입점 위치가 다르다

이것은 소매유통업의 공통된 특징이기도 하다. 업종이 가지고 있는 특성에 따라 매출의 한계가 결정되고, 사실상 그에 맞춰 입점할 수 있는 곳이 정해진다.

그래서 임대료에 따라 도로 주변에 들어설 수 있는 가게들이 서로 달라지며, 우리가 늘 지나다니는 도로의 풍경이 결정된다. 이 점을 염두에 두면 앞으로 주변의 길거리가 달리 보일 것이다.

<골목의 전쟁> 김영준 지음·스마트북스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