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상권’의 공통점은?

‘뜨는 상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대표적인 곳이라 할 수 있는 망원동, 연남동, 성수동, 익선동 등의 공통점이라면 대중교통에서 인접한 오래된 주거 밀집 지역이라는 것이다.

문래동과 성수동 일부 지역은 낡은 공장지대를 용도 변경하는 식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이는 일부분에 그치고 대부분은 주택단지임을 알 수 있다. 이미 한참 떠버린 상수동, 홍대, 가로수길 등을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왜 이렇게 낡은 주택 밀집 지역이 뜨는 상권으로 변하는 것일까. 이런 지역은 거주민의 구매력도 높지 않고 외부인의 유입도 많지 않기 때문에 지가와 평균 임대료가 매우 저렴하다. 바로 이 점이 도전적인 아이템을 들고 시작하려는 사업자들에게 최선의 환경이 된다.

이태원 경리단길 상가

다가구주택 1층과 반지하의 반전 매력

특히 다가구주택의 1층과 반지하의 특성을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보통 주택에서 1층, 특히 도로에 접하고 있는 곳은 주거환경이 좋지 못하다. 지나가는 사람의 시선 때문에 프라이버시를 제대로 유지하기 힘들다.

그래서 다가구주택의 1층은 프라이버시와 안전문제로 항상 창을 닫거나 커튼을 치고 생활한다. 반지하도 마찬가지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닿기 어렵지 않은 데다 반지하 특유의 어둡고 습한 환경으로 인해 꺼리게 된다.

그러나 이런 환경이 상업적 목적으로서는 최적의 조건이 된다. 상가에서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노출될 수 있느냐’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노출도가 높은 1층은 주거조건으로서는 나쁘지만, 상가로서는 최적의 조건으로 뒤바뀐다. 용도만 바꾸고 상점의 목적에 맞게 내부를 고치면 제법 좋은 상가가 된다. 주거환경으로 역시 나쁜 공간인 반지하도 상가로서는 차선책으로 등극한다.

반지하도 상가로서는 차선책이 될 수는 예

여기서 오래된 다가구주택이 상권화되기 좋은 장점이 또 하나 드러난다. 용도변경과 개조가 비교적 쉽다는 점이다. 단독주택이나 다가구주택의 1층은 기존의 문을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벽을 허물고 새로운 문이나 창을 만들 수 있다. 또는 기본 뼈대를 두고 리모델링을 할 수도 있다. 상권의 성장이 거의 마무리된 홍대 근처에서는 일반 가정집을 개조해 통째로 카페로 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아파트 1층의 경우 똑같이 노출이 많긴 하지만 개조해서 상가로 쓸 수 없다. 특성상 공간을 개조하는 데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그곳의 테라스를 입구로 만들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따라서 주요 아파트 단지들은 애초부터 주상복합 모델로 저층을 상가로 만들거나, 아파트를 아예 외부와 단절시켜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려 한다. 바로 이런 차이가 오래된 주택단지가 새로운 상권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또한, 주거 임대료보다 상가 임대료가 훨씬 높다는 것도 상업지역의 주거지역으로의 침투에 한몫한다. 당장 가까운 부동산에 가서 매물과 임대 시세를 보면 알 수 있다. 주거용으로 월 임대료가 100만원이 넘는 곳을 찾기는 어렵지만, 조금만 상권이 발달한 곳으로 가보면 월 임대료 200~300만원은 손쉽게 볼 수 있다.

고가로 비교하면 차이가 더 극명하게 벌어진다. 서울숲에 위치한 고급 아파트인 갤러리아포레는 2017년 7월 기준으로 보증금 2~3억원에 월세가 1200만원 이상이다. 그에 반해 서울의 대표적인 상권인 강남역의 강남대로변에 위치한 상가들은 월 임대료가 1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이 수익성의 차이가 주거지역이 상업지역으로 변하기 쉽게 만든다.

상권 후보지의 두 가지 조건

그러나 오래된 주택단지가 모두 뜨는 상권의 후보지가 되지는 않는다. 일단 대중교통과의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상권은 사람들이 상점을 찾고 머무르고 걸어서 돌아다니면서 인기를 얻게 되므로, 도보 이동자를 더 많이 모으려면 대중교통과의 접근성이 필수적이다. 이 부분에서는 대량수송에 편리한 지하철이 큰 역할을 한다.

또한, 주변의 핵심 상권에서 멀지 않은 주택단지가 그 후보지를 차지하게 된다. 이는 도전적인 아이템을 들고 사업을 시작하는 최초의 진입자들이 원래 영업하던 지역의 임대료가 상승하자, 인근의 비교적 저렴한 지역을 탐색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의 중심 상권에서 발생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피난의 성격이 있기에, 특별한 조건이 있지 않은 이상 비교적 인근 지역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실제로 가로수길은 압구정 로데오의 대안으로 부상한 곳이며, 경리단길과 해방촌은 이태원의 과열로 인해 떠오른 지역이다. 마찬가지로 홍대 인근의 임대료가 계속 오르자 상수, 합정이 부각됐고, 이곳의 임대료도 크게 오르자 연남동과 망원동이 새로운 도피처로 각광받고 있다. 이런 식으로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 단지는 새로운 상권을 키워 낼 인큐베이터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연남동 골목길

10년 뒤 뜰 새로운 골목상권은?

현재의 추세를 보면, 상권은 개개의 사업자들이 골목을 중심으로 만들어낸 상권, 그리고 정교한 기획을 통해 만든 기업형 대형 상권으로 양분되고 있다. 그러나 기업형 대형 상권은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실내 인테리어 비용이 매우 많이 드는 곳에 동네 김씨 아저씨의 작은 수제 피자가게가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이러한 곳은 대형 프랜차이즈, 그리고 다른 곳에서 확실하게 인지도를 얻은 사업자가 입점할 수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아닌 이상에야 브랜드를 형성하고 인지도를 쌓아나갈 수 있는 곳은 결국 주택단지의 골목에 위치한 상권이다.

현재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에 지어진 골목의 주택들은 이런 식으로 상가로 바뀌고 있다. 기본적인 상황에 큰 변화가 없다면, 지금으로부터 10년 뒤에는 2000년대 초반에 지어진 주택들이 상가로 변해갈 것이다. 그것들이 새로운 상권을 만들고,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키워내는 인큐베이터가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골목의 전쟁> 김영준 지음·스마트북스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