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방위적으로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한편 일부 사건에서는 무고이거나 무고로 의심되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 #문단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 중에 성폭행·성추행 등의 고발이 제기됐던 박진성 시인이 대표적이다. 결과적으로 박진성 시인은 지난해 9월 자신에게 제기된 모든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반면 그를 고발한 다른 두 명의 여성에 대해서는 각각 무고와 명예훼손죄로 기소유예 및 벌금형이 떨어졌다.
다른 한편 과거 문단 내 성폭력 고발을 주도했으나 박시인 외의 다른 시인에 대한 고발 건에 관해 허위사실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은 탁수정과 무고 피해를 당했던 박시인 간의 SNS상 날 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타인을 음해한 것에 대한 사법적인 책임을 추궁받은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탁수정은 그동안 <JTBC>, <한겨레21>, 언론출판노조 등을 발판 삼아 자신을 변호하는 주장을 펼쳐 왔다. 말 그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불공정한 보도양상을 바로잡고 평행선을 달리는 양측 주장의 진실에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기 위해 <리얼뉴스>는 인터뷰 형식으로 그동안 제기된 쟁점들에 대한 박진성 시인의 입장을 전한다. 가능하다면 인터뷰는 한 차례 더 서면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인터뷰어주
박진성 시인(출처 박진성 시인 블로그)
성범죄 낙인 이후 현재까지의 삶
-사회 전방위로 ‘미투’가 확산되면서 그 대척점에 있는 ‘무고’의 사례로 박시인의 사례가 자주 언급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간단하게라도 말해줄 수 있습니까.
2016년 10월, 당시 트위터를 중심으로 ‘#문단_내_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이 있었습니다. 저 해시태그를 달아서 성폭력 가해자를 지목하는 트위터 내의 운동이었는데 저도 당시 가해자로 지목되었습니다. 그중 한 여성 A가 저와 ‘자의적이지 않은 성관계’를 했다고 폭로했는데 그 폭로가 확인 과정 없이 100여 군데 언론에 나와 저의 실명은 물론 사진과 함께 공개됐습니다. 이 여성은 <SBS> 뉴스, <MBC> PD수첩 등에서 자신이 성폭력을 당했다는 취지로 인터뷰를 했습니다.
A가 저를 고소한 건 2017년 5월의 일입니다. 성관계가 있었던 것은 2016년 8월의 일이었습니다. 평일 오후에 대전중부경찰서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무척 수치스러웠습니다. 당시 저는 사회적으로 이미 살인을 당한 상황이었는데 고소를 당하고 보니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그 여성과 성관계 전후로 주고받은 메시지를 보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자료를 2016년 11월부터 저에 대한 성폭력 의혹을 보도했던 기자들에게 보냈었는데 아무도 보도를 안 해줬습니다.
A는 저를 강간, 강제 추행, 협박, 감금, 개인정보보호법위반, 총 5가지 혐의로 고소를 했었습니다. 저는 강간과 강제 추행에 대해서만 조사를 받았는데 두 가지 혐의가 대전지방검찰청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됐습니다. 사건이 금방 종결되는 줄 알았습니다.
대전지방검찰청의 검사가 협박, 감금, 개인정보보호법위반에 대해서는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전중부경찰서로 ‘수사 재지휘’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A가 협박, 감금, 개인정보보호법위반 혐의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스스로 협박과 감금이 없었다는 사실을 자인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만났던 장소는 대전 시내의 번화가였습니다. 당연히 어떠한 협박도 어떠한 감금도 없었습니다. 추가 조사 없이 다시 대전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었고
2017년 9월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불기소 이유서에 기재되어 있는 것처럼 ‘당사자 간 주고받은 대화 내역’이 결정적 증거였습니다.
실제로 A는 만나기 이틀 전 “어쩜 우리가 섹스할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들어”와 같은 문자를 보냈었고 성관계 직후, “잘 도착했어”, “나는 이제 제주도로 가서 시를 쓰고 요리를 하며 지낼 거야” 와 같은 문자를 보냈습니다. 강제 추행과 강간을 당한 사람이 만남 앞뒤로 저렇게 문자를 보낼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기소이유통지서(박진성 시인 제공)
저는 고소 당한 직후 2017년 6월 수원지방검찰청에 A를 무고,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 유포, 출판물에 의한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를 했습니다. 2017년 8월에 고소인 진술을 했고 2017년 9월 저에 대한 무혐의가 확정되고 나서 이 여성이 피의자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과는 2017년 10월에 나왔습니다.
무고와 정보통신망법 허위사실 유포 혐의에 대해서 검사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습니다. 처분서에 따르면 이렇습니다. “죄질이 매우 좋지 아니하나 초범이고 정신이 불안정한 상태를 감안해서 기소를 유예한다.” 저는 A를 상대로 현재 민사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몇몇 언론 보도를 보면 “1년간의 법정 투쟁”으로 알려져 있던데 사실과 다른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법정’의 포괄적 의미가 ‘수사 및 처벌’까지를 포괄하는 말이라고 해도 저의 사건은 4개월 만에 종결된 사건입니다. 법정 자체를 가 본 적이 없습니다. 말 그대로 ‘무혐의’입니다. 그리고 성폭력 관련으로 고소당한 건은 이 사건 1건뿐이었습니다. 다른 한 건은 모 시인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했었는데 최근 검찰로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되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두 건 외에 제가 고소당한 건은 없습니다.
언론에서 “법정에서 무혐의” 같은 표현을 쓰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지하철역에서 KTX를 탔다.” 뭐 이런 말이랑 비슷한 것입니다. 일선 취재 기자들이 조금 더 세심하게 다뤄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4개월 만에 사건 종결”이라는 표현보다는 “1년간의 법정 투쟁” 이런 단어가 훨씬 더 자극적이고 기사 클릭을 유도할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사소한 부분이지만 사실 저에 대한 의혹 보도가 대개 저런 식으로 팩트와는 다르게 보도됐습니다.
그 외의 폭로와 제기된 의문들에 대해
-무고가 인정되거나 박시인을 폭로한 사람이 한 명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러 명입니다. 저에 대한 의혹을 최초로 보도했던 <한국일보> 2016년 10월 21일자 기사를 인용해보면 이렇습니다. “21일 현재까지 박진성 시인과 관련된 고발은 열 건이 넘어간다.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고발 대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제가 확인한 것도 “열 건이 넘어간” 것은 맞습니다.
현재 <한국일보>와 이 기사를 작성한 황수현 기자를 상대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 소송을 1년 넘게 진행하고 있는데 황수현 측에서 ‘폭로의 증거’라고 제출한 것 중에는 이런 주장도 있습니다. “박진성이 DM을 보내 재워달라고 했다.” 물론 허위입니다. 제가 미친 사람도 아니고 낯선 사람에게 왜 재워달라고 합니까. 그런데 저런 폭로가 소위 ‘성폭력’의 범주에 묶여 10건이 넘는다고 보도되었습니다. 고의적 오보라고 생각합니다.
이 당시 저에게 성추행 및 “강제적 성관계”를 당했다고 폭로했던 또 다른 여성 B를 2017년 3월 대전동부경찰서에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동시에 민사 소송도 진행했습니다. 2017년 8월경 형사상 혐의가 인정되어 구약식 벌금 30만원 처분을 받은 이 여성은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그 사건의 첫 공판일이 2017년 12월 중순이었습니다.
그런데 2017년 12월 초순의 자살 시도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극도로 황폐해 있었고 공판일 당일에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출석해서 해당 여성을 대면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엄청난 부담이었습니다.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었고 제가 원하는 것은 B의 처벌이 아니라 “성폭력은 없었다”는 당사자의 ‘확인’ 그리고 진실이었기 때문에 형사소송은 고소를 취하했고 민사소송에 집중했습니다.
2018년 2월 B와 민사 조정 합의에 이르렀습니다. 민사 소송에서의 ‘합의 결정문’은 판결과 똑같은 효력을 갖습니다.
성추행 및 “강제적 성관계”는 잘못된 사실이라는 것을 해당 여성이 인정했습니다. 그 ‘합의 결정문’을 받아내는 것으로 B와의 소송은 일단락됐습니다.
무고 및 허위 사실 유포 혐의가 인정된 A에 대한 검찰의 판단, 민사 조정에서 합의를 본 또 다른 B의 입장을 보면 제게 제기되었던 의혹 상당 부분이 허위라는 것이 입증된 셈입니다.
민사조정 합의문(박진성 시인 제공)
-하지만 2016년 10월 21일 <한국일보> 황수현 기자의 최초 보도를 보면 “성희롱은 인정한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옵니다. 제기된 여러 의혹 중 성희롱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는 이야기입니까.
관련 기사
문화계 왜 이러나···이번엔 시인 상습 성추행 의혹
인정 못 합니다. 기사를 인용하면 이렇습니다. “이에 대해 박 시인은 ‘성희롱은 일부 인정하지만, 성추행과 성폭행은 절대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제가 봐도 참 이상한 말입니다. “성희롱은 일부 인정한다?”
최초 보도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2016년 10월 19일 최초 폭로자가 ‘성희롱을 당했다’고 트위터에 폭로했고 그 폭로가 해시태그를 타고 다른 폭로를 불러왔습니다. 최초 폭로 이후 최초 기사까지 채 48시간이 안 됩니다.
게다가 <한국일보> 황수현 기자는 최초 보도 당시 어떠한 사실관계도 저에게 확인하지 않았고 실명과 인물 사진이 그대로 노출된 채 기사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엄청난 속도로 퍼지고 있었습니다. 기사가 나간 시각은 오후 1시경. 제가 기사를 확인한 게 오후 1시 20분경입니다. 황수현 기자에게 즉시 전화를 걸어 항의했고 제가 가지고 있는 (이후 무혐의 처분과 무고 혐의 인정의 결정적 증거가 된 대화 내역들) 자료들을 급한 대로 일부 보여주었고 저에게 제기된 의혹들을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사가 계속 수정되었는데 그 과정은 대략 이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