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가 메갈리아를 옹호하는 세 가지 심리

혹독한 겨울이 왔을 때 과연 진보 곁에 누가 있을까

대한민국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메갈리아 티셔츠 논란. 고작 티셔츠 한 장에서 시작한 이번 논란은 게임과 웹툰 업계뿐만 아니라 언론과 정치권마저 요동치게 만들었다.

김자연 성우의 메갈리안 후원 티셔츠 인증 트윗
김자연 성우의 메갈리안 후원 티셔츠 인증 트윗

그런데 이번 논란은 일간베스트(일베)와 다르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메갈리아가 미러링의 대상으로 지목한 일베와 달리 여성단체와 진보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과거 일베는 10·20대 남자 사회낙오자들의 집단처럼 취급받았다. 그래서 일부 극우 언론이나 (정신 나간)새누리당 의원 말고는 감히 옹호하려는 이들이 없었다.

전 국민적인 지탄을 받는 일베에 비해 메갈리아는 여성단체뿐만 아니라 진보언론과 진보정당의 지원을 받으며 여성 혐오를 걷어낸다는 명분을 내세운 미러링으로 사회 곳곳에서 활약하는 잔 다르크 같은 존재로 부상했다.

이에 힘입어 메갈리아는 본인들에게 유리한 기사는 물론이고, 불리한 기사에도 소위 ‘좌표’를 찍어서 인기기사를 만들고 베스트 댓글을 조작하는 실력행사에 나서고 있다.

팔이 안으로 굽는 법이니 여성단체는 그렇다 쳐도, 도대체 왜 진보언론과 진보정당은 메갈리아를 옹호하고 지지하는 것일까.

소위 한경오로 불리는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는 물론이고 프레시안과 시사인 등 대한민국의 진보적인 언론과 정의당, 녹색당과 노동당 등의 진보정당까지 한목소리로 메갈리아를 대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진보가 메갈리아를 옹호하는 세 가지 심리

진보가 메갈리아를 옹호하는 데에는 크게 세 가지 심리를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여성들이 그간 겪어온 사회적 편견과 폭력 등을 이유로 메갈리아의 미러링 정도는 용납할 수 있다는 부채 의식과 동정심이다.

주로 40·50대 진보적인 성향의 남성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이러한 심리는 공통적으로 미러링을 통해 여성들의 고통을 알게 됐고, 그동안 기득권을 누려온 남성이라는 입장에서 대범하게 메갈리아를 이해하자는 것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 또한 기존의 마초적인 세계관이 갖는 선입견일 뿐이다. 남성성의 강화를 통해 여성들의 현실을 이해하겠다는 모순투성이의 온정주의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이들에 비해 기득권을 거의 누리지 못한 대한민국의 20~40대 남성 네티즌들의 공감을 얻지 못할 뿐만 아니라 메갈리안에게도 ‘애비충’이라는 비웃음마저 듣게 된다.

출처 메갈리아
출처 메갈리아

게다가 초기엔 몇몇 메갈리안들이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미러링을 한다고 토로했지만 이제는 미러링을 할 때의 그들의 심리는 즐겁다 못해 유쾌해 보인다.

“미러링 표현을 보고 처음에는 울분을 토하다가 점차 즐거워하게 됐다”는 것이 메갈리안의 경험담이다. <경향신문> [메갈리아 1년] ? “나는 왜 메갈리안이 됐나?”

두 번째는 진보 특유의 진영 의식이다. 진보진영은 과거 개발독재와의 투쟁을 통해 목적 달성을 위해서 수단의 정당성은 중요하지 않고, 아군의 사소한 잘못쯤은 봐줄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공유해 왔다.

그리고 그 진영 의식이 이번 메갈리아 사태를 통해서 또다시 나타났다.

즉, 진보가 추구하는 가치 중 하나인 여성의 인권 신장이라는 대의를 위해 페미니즘의 홍위병인 메갈리아의 사소한 몇 가지 잘못쯤은 눈감아 주겠다는 것이다 .

물리적 약자인 여자들이 오프라인에서 잘못을 저질러 봤자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지르겠냐는 가볍게 보는 심리 또한 존재한다.

하지만 메갈리아나 워마드의 게시판에서 그들이 나누고 있는 범죄 모의나 일탈 행위 등을 보면 과연 이들의 폭주가 온라인상으로만 그칠까라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외려 강남역 추모현장이나 넥슨 본사 시위현장에서 폭력적인 집단행동이 있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메갈리아의 일탈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다.

과연 그러한 범죄 행위가 일어났을 때 진보는 메갈리아를 여전히 옹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출처 SBS
출처 SBS

세 번째는 약자를 무조건 지키고 도와야 한다는 진보 특유의 강박관념이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부채의식 및 동정심, 진영의식과도 일맥상통하는 관념이다.

진보 입장에서 메갈리아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제일 약하고 불행한 여성 계층을 대변하는 집단이다. 그러므로 조금 삐뚤어지고 실수하더라도 너그럽게 용서하며 끌어안고 함께 사회변혁을 이끌어야 하는 동반자다. 메갈리아를 많은 보살핌과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 취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메갈리아의 주장대로면 여성인권이 세계 최하위 수준인 대한민국에서 그들의 주장이 다소 거칠고 격하더라도 여성인권 향상을 위해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게 진보의 생각이다.

즉, 과거 수많은 약자와 생존을 위한 투쟁을 함께했던 만큼 메갈리아와도 여권신장을 위한 투쟁을 함께하겠다며 전의를 다지고 있는 이들이 바로 현재 대한민국의 진보진영인 것이다.

혹독한 겨울이 왔을 때 과연 진보 곁에 누가 있을까?

문제는 지금까지 대한민국 진보가 이러한 심리로 메갈리아를 옹호하면서 그들의 반인륜적이고 패륜적인 행태를 비판한 건전한 시민을 적으로 돌렸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메갈리아와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는 20~40대 네티즌과 대립각을 형성한 것은 향후 진보 세력의 미래에 치명적인 약점이 될 우려가 다분하다.

과거 몇십 년간 진보진영과 청년 세대는 대한민국 민주화를 위한 대의명분 아래 단일 대오를 형성해 왔다.

한경오와 정의당, 녹색당, 노동당을 지탱해 온 핵심세력은 이들 청년 세대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들의 관계는 긴밀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메갈리아와 네티즌의 갈등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진보진영은 메갈리아의 손을 들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힌 네티즌들의 배신감과 분노는 진보에 대한 환멸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에 탈당 러시와 구독 취소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진보진영은 자신의 정체성을 지켰다고 만족할 수 있을까.

진보진영을 ‘꿘’이라고 부르는 메갈리아의 향후 행보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오랜 세월 전선을 함께 지켜왔던 네티즌들과의 대립을 통해 진보진영은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메갈리아를 옹호함으로써 앞서 말한 세 가지 감정을 충족할 수는 있겠지만, 향후 한경오와  진보언론매체가 경영난에 처했을 때, 대선을 앞두고 선거자금이 부족할 때, 진보진영이 또 다시 20~40대 네티즌에게 손을 내밀 수 있을까.

그때 가서 “그래서 뉴스 안 볼 거야?”라든지, “그래서 새누리당 찍을 거야?”라는 말을 한다면 진보진영의 도덕성은 그들이 비판하는 보수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게 된다.

아니면 누구처럼 한겨레4, 경향신문4, 오마이뉴스4, 시사인4, 정의당4, 녹색당4, 노동당4로 이름을 바꾸고 “Progress do not need support”라고 쓰인 티셔츠를 팔 것인가.

무엇을 하든지 진보진영의 자유다. 다만 그러한 겨울이 왔을 때 대다수의 상식적인 시민들은  그들 옆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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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한 기자

대학병원 연구원 그만두고 어쩌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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