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정통 합기도] 초밥과 아이키도

스시, 초밥은 일본에 가면 흔하게 먹는 것이지만, 장인이 만든 초밥을 맛보려면 발품을 팔아야 한다. 나는 입맛이 까다롭지는 않아서 생선이 크게 나오면 좋아한다.

초밥을 맛있게 먹는 방법은 장인이 만들어 내놓은 것을 바로 먹는 것이 손맛이 변하지 않아 가장 맛있다. 좋아하는 초밥을 주문하면 한판에 두 점씩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pixabay
pixabay

아이키도(合氣道·합기도)가 우치데시(内弟子·내제자)라는 쉽지 않은 양성 과정을 통해 지도원을 배출하듯, 초밥의 장인 역시 도제 방식으로 혹독한 수련을 통해 양성된다.

최근에는 젊은 사람들이 힘든 것을 싫어하고, 보필하기 어려운 장인 밑에서 배우려는 사람들이 적어서, 유서 깊은 초밥 가게가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장인 밑에서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 이상 배워야 장인의 맛을 재현할 수 있다고 한다.

초밥을 배우는 과정은 먼저 가게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법부터 배운다. 1년 이상 청소만 하고 나면 밥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밥 짖는 것만 하게 한다.

밥을 잘 지으면 그다음은 초를 만드는 법을 익힌다. 매우 단순한 것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기도 하다. 밥에 초를 적당하게 섞는 방법을 익히고 나면 생선을 다루는 법을 배운다. 그 과정만 해도 몇 년은 익혀야 한다.

생선을 고르고 숙성시키는 방법과 살을 발라내는 기술을 배운다. 생선회의 맛은 칼질에서 나온다는 말도 있다.

pixabay
pixabay

한국인들은 살아있는 싱싱한 생선을 좋아하지만, 일본의 초밥은 적당한 시간을 두고 맛있게 숙성시킨다. 장인이 만든 초밥은 일정한 밥알에 먹기 좋은 크기의 생선으로 배분이 잘 되어 있다.

동네에 새로 생긴 초밥집에 들어갔다가 몹시 실망하고 나온 적이 있다. 생계형으로 차린 식당이라면 모두가 좋아 할만한 돼지고기 찌개 같은 대중적인 것을 차려야지 왜 초밥집을 차렸을까 궁금했을 정도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헬스나 격투기와 같은 종목에 비해 도제 방식을 따르는 아이키도는 대중적인 무술이 아니다. 기술은 어렵고 지도자들의 평균 나이는 높다.

아마추어가 만든 초밥과 장인이 만든 초밥이 눈에 띄는 차이가 있다면 밥과 생선이 조화를 이루면서 밥알이 부서지거나 생선이 쉽게 분리되지 않는다.

그런 초밥은 좀 과장해서 바람만 불어도 밥과 생선이 쉽게 분리된다. 장인이 만든 것을 그 자리에서 바로 먹는 것이 초밥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다.

처음에는 청소하는 모습을 통해서 사람됨을 보고, 밥 짓는 것을 보면서 최고가 되고자 하는 열의를 본다.

뛰어난 맛을 낼 수 있는 초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밥과 초 섞는 것을 잘하면 생선을 고르는 것부터 시작해서 손질하고 숙성시키는 법을 가르친다.

생선과 밥을 먹기 좋은 크기로 배분하고 매번 일정한 크기로 손님 앞에 내놓은 것으로 배움은 마무리된다. 이런 모든 과정 속에는 끈기와 열정 그리고 인간성을 확인하는 선생의 예리한 기준이 있다.

글로는 간단한 것 같지만, 이 같은 과정까지 거의 10년 이상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 이제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남았다.

마지막 그 한 가지는 손님 앞에서 나누는 말하는 법이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손님이 가장 맛있게 음미하며 먹을 수 있게 도와주는 대화다.

손님에게 해야 할 말과 해서는 안 될 말을 구분하는 것으로 진정한 장인이 완성되고 새로운 스승으로서 독립하고 제자를 받아 기르게 된다.

이제부터 초밥의 장인이 되는 법을 아이키도 지도자 만들기로 바꿔 보겠다. 매일 도장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배움을 청할 때는 예(禮)를 다해 선생에게 집중하는 것은 무도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이 가져야 하는 기본적인 태도다.

대한합기도회 윤대현 회장
대한합기도회 윤대현 회장

한 가지 기술을 가르쳐 주면 잊어버리지 않도록 복습하고 예습하는 열의를 가질 때 더욱 깊고 높은 발전을 기대하게 된다. 선생은 기술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제자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하고 그것을 단계별로 평가한다. 초심자 때는 급(級)으로 나누고 상급자가 되면 단(段)으로 구분한다.

유단자가 되면 스승을 모시고 있는 제자로서, 후배가 있는 선배로서, 함께 운동하는 도우로서 친교를 해칠 수 있는 말을 삼가야 한다.

손을 씻을 때도 초밥 맛을 변질시킬 수 있는 비누나 화장을 하지 않듯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부정적 단어 사용을 하지 않아야 한다.

겸손은 인간관계를 더욱 좋게 소통시키는 다리와 같다. 자신을 높이고 잘난척하는 자는 주변 사람들과 조화를 이룰 수 없다.

나는 말하는 법을 배운 적은 없지만, 오랫동안 선생을 지켜보면서 무엇을 조심해야 하고 인간관계를 헤칠 수 있는 나쁜 버릇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관계를 나쁘게 만들지 않고, 지속적인 훈련 참가와 연습을 방해할 수 있는 부정적인 언행을 삼가야 한다.

더 깊은 것을 얻고자 한다면 선생을 가까이해야 한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학생이 장인이 되는 것은 어렵다.

초밥은 맛이 최고의 결정체이지만 아이키도는 친교가 최고의 결정체다. 초밥 장인을 만드는 것과 같이 아이키도장에서 하나의 지도자를 만들어 가는 방법은 큰 차이가 없다.

오랜만에 도장을 찾아와서 인사만 하고 가는 것은 바람직한 제자의 모습이 아니다. 선생을 가까이하지 않고, 스승의 가르침과 변화에 집중하지 않고, 열의를 보이지 않으면 선생으로부터 더 이상의 깊은 것은 바랄 수 없게 된다.

장인이 되는 기본 자질은 끈기와 집중력 그리고 배우려는 열의다.

초밥이 생각난다.

윤대현

국제합기도연맹(IAF:International Aikido Federation) 정회원 (사)대한합기도회 회장
국제합기도연맹 공인 6단
aikidokore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