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컬쳐계의 ‘메갈 보이콧’ 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

최근 게임 일러스트레이터(일러레)들이 메갈 옹호 발언과 메갈 밈(meme)을 공개적으로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은 인기 모바일 게임 <소녀전선>에서 시작됐다. 이 게임의 한 캐릭터의 작화를 담당한 외주 일러레가 “한남들의 이중X대” 등의 명백한 메갈리아 밈을 즐겨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자 불매운동 조짐이 일었다.

논란이 된 리트윗 중 하나

이에 <소녀전선> 측은 관련 작화 교체를 약속했고 논란은 조기에 진화됐다. 그런데 문제는 이 논란의 불똥이 다른 게임으로 옮겨붙었다는 것이다.

예컨대 <마녀의 샘> 모 일러레가 ‘문제의 <소녀전선> 외주 작화가는 <82년생 김지영>을 읽은 여자 아이돌 글을 알티(리트윗)했다는 이유로 캐릭터가 삭제됐다’고 주장한 것이 화근이었다.

물론 이는 사실과 다른 엉뚱한 인식이다. 이뿐만 아니라 클로저스의 한 작화가도 “한남” 운운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이러한 논란에 문제가 된 일러레의 작업물이 교체되거나 게임사 혹은 논란의 당사자가 사과문을 게시하는 일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16년 여름을 뜨겁게 달군 ‘제2의 클로저스 사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사태의 본질을 명확히 해두자. 메갈리아·워마드는 이미 여러 번 반복했듯이 단순 남성혐오 사이트가 아닌 노인·장애인·성소수자·어린이 등 소수자·약자에게 혐오 발언을 일삼는 혐오집단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다수의 게이머가 이들을 혐오집단으로서 배격하는 행동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메갈리아·워마드에서 파생된 밈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작가에 대해 보통의 소비자들이 반감을 갖는 것도 지극히 정상적이다. 이러한 보이콧 운동은 결국 혐오세력(메갈·워마드·일베 등)에 대한 게이머들의 자발적인 컨텐츠 정화 운동에 다름 아니다.

이때 소비자들이 보이콧 하는 진짜 대상은 문제가 된 발언의 당사자 개개인이라기보다는 페미니즘을 빙자해 소비자들을 능멸해온 서브컬쳐 작가 일각의 잘못된 문화적 관행이다. 당연히 소비자들은 자신을 경멸하고 모독하는 문화적 관행을 정치적으로 지지할 의무가 없다.

소녀전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메갈리아 보이콧 운동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쟁점을 더 주의 깊게 생각해야 한다.

1. 외주 일러레의 작업물 교체와 정직원 해고·징계는 전혀 다른 문제다. 전자의 경우 소비자가 보다 더 선호하는 컨텐츠로 기존 컨텐츠를 즉각 교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반면 후자의 경우는 노동권이 걸린 문제이다.

예컨대 문제의 일러레가 게임상의 작화 대부분을 담당한 <마녀의 샘>이나 모 게임회사 정직원으로 알려진 <클로저스> 모 일러레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한편 우리나라 노동법은 사 측의 자의적인 해고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직원의 행동이 사 측에 미친 손해가 명백하다는 것을 사 측이 입증해야만 비로소 해고 내지는 징계가 가능하다. 제아무리 일을 못 하거나 게으름을 피워도 회사는 노동자를 함부로 자르지 못하는 것이 노동권과 관련해 우리 사회가 확립한 원칙이다. 따라서 직원 해고나 징계 문제에 관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당연하다.

2. 한편 소비자의 보이콧이 소비자의 자유로운 선택이라면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자신의 경영방식을 고수하겠다는 결정도 경영진의 선택이다. 이미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확인한 상태에서 경영진을 유무형으로 압박하는 행위는 더 이상 아무런 실익이 없다. 소비자는 이러한 경영진과 ‘손절(결별)’하면 그만이며 결국 소비자들이 혐오세력으로부터 자유로운 다른 컨텐츠와 게임에 최대한 힘을 실어주는 선택이 최선의 방법이다.

3. 또한, 사측은 아무리 상황이 다급해도 일러레나 직원 개개인에게 사과문이나 입장표명을 쓰도록 압력을 가해서는 안 된다. 논란에 대한 입장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수습대책을 내놓을 책임당사자는 직원의 교육과 훈련의 책임을 진 사측이지 일개 직원이나 외주를 맡은 작가 개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런 입장문을 억지로 쓰게 해봤자 개인의 (옳든 그르든) 생각과 신념은 대부분 변하지 않는다.

이같은 사항에만 주의한다면 서브컬쳐계의 메갈 보이콧 운동을 매우 효과적으로 전개할 수 있다고 본다. 개인에 대해 조리돌림과 인신공격보다는 컨텐츠에 대한 보이콧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물론 혹자는 이러한 보이콧 운동이 게임계 일부에 한정된 ‘찻잔 속 태풍’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웃을 수 있다. 특히 출판시장의 여성 소비자들의 파워에 비교하면 별 것 아니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두 시장의 규모를 직접 비교해 보면 게임계를 그렇게 손쉽게 평가절하할 수 없다. 지난번 발간된 <2017년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매출액 기준 11조원대를 돌파했다. PC방이나 게임장 매출을 제외하더라도 10조원을 넘는다.

반면 <2016년 출판시장 통계>에 따르면 71개 주요 출판사 매출액은 약 5조원에 달하며 6개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의 매출액도 약 1조6000억에 달한다. 이를 합산해도 게임산업 매출에 한참 못 미친다. 물론 여기에는 소규모 출판사와 서점의 매출이 빠져 있긴 하다.

하지만 어찌 됐든 출판시장의 규모가 게임계를 압도하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처럼 게임계에서의 반메갈 캠페인이 확산된다면 이는 출판계에서의 페미니즘 컨텐츠 유행 못지않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러한 게임계의 반메갈 캠페인의 파괴력을 우려해서인지 민주노총과 여성민우회는 28일 게이머들의 보이콧 운동을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하지만 그래 봤자다. 그들이 대체 이번 사태에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

예컨대 논란이 된 직원을 안고 가는 <클로저스>와 결별하고 그 대체재인 <소울워커>로 옮겨가는 게이머들의 선택을 누가 막을 것인가. 2017년 매출기준 12조원에 육박하는 게임업계에서 ‘믿고 거르는’ 문제 게임의 대체재가 될 만한 게임 컨텐츠는 무궁무진하다. 소비자들은 다른 게임을 선택하면 그만이다. 민주노총도 집권여당도 정부도 이를 막을 수 없다.

한편 여성민우회는 이러한 게이머들을 비난하는 성명 중간에 ‘너희들의 세계를 부술 것이다’는 슬로건을 차용했다. 너희들의 세계를 부수겠다고? 당신들이? 무슨 수로? 당신들이 <소울워커>를 망하게 할 수 있단 말인가? 게이머들은 이러한 도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대답하면 그만이다.

“반(反)메갈은 돈이 된다.”

실제로 메갈 성향의 일러레가 논란이 된 <클로저스>를 떠난 게이머들이 이와 유사한 메갈 옹호 일러레 논란에 보다 발 빠르게 대처한 <소울워커>에 눈을 돌리면서 해당 게임이 폭발적인 흥행세를 기록하고 있다.

<소울워커>는 네이버 기준 게임 검색어 순위에서도 수직상승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24일만 해도 PC방 점유율이 120위에 불과했던 게임이 26일에는 70위라는 폭발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다.

<소울워커> 게임 검색어의 수직상승 추이(출처 네이버)

이처럼 게이머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컨텐츠에 돈을 지불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개개인에 대한 인신공격과 조리돌림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게다가 이것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