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가 상권과 건물 가치 올릴 수 있을까

대형 프랜차이즈가 사람을 모을까

상가 임대인들은 대부분 대형 프랜차이즈가 자신의 상가로 들어오기를 바란다. 대형 프랜차이즈는 보통의 임차인들보다 훨씬 더 높은 임대료를 지급할 수 있으며, 사람들을 불러 모아 유동인구가 늘어나서 건물 가치도 상승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일단 대형 프랜차이즈가 다른 임차인들보다 임대료 지급 여력이 좋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상권과 건물의 가치가 상승하는 데 도움이 될까.

스타벅스

스타벅스의 경우를 보면 이 말이 맞는 것 같다. 스타벅스는 임대인에게 매장 매출의 일정 비율을 임대료로 지급하고 있다. 이 브랜드는 상가투자자와 임대인 사이에서 유동인구를 끌어모으며, 건물의 가치와 임대료를 끌어올리는 ‘키 테넌트(key tenant)’ 혹은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로 꼽힌다. 그나마 브랜드 가치를 잘 관리한, 현 소비시장의 제왕이기에 사람들을 모을 수 있다.

그런데 사실상 예외라고 분류할 수 있는, 소수의 대형 앵커 테넌트들을 제외하고 나면, 대형 프랜차이즈가 상권과 건물의 가치를 상승시킬 것이라는 믿음은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착각한 결과에 가깝다. 대형 프랜차이즈는 낙후된 상권에 진입하지 않는다.

이런 업체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충분히 많은 수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형 프랜차이즈가 새로 들어선다는 것은, 과거에는 그것을 감당할 수요가 없던 상권이 이제 충분히 발달했으며, 그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판단이 깔렸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후 상권 가치의 상승을 온전히 대형프랜차이즈의 입점효과라고 보기는 다소 어렵다.

물론 대형 프랜차이즈 진입 시 건물 가치는 단기적으로 오른다. 건물에 대한 가치 평가에서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바로 임대료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대형 프랜차이즈는 더 높은 임대료를 지급하므로 건물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상권의 다양성을 축소하다

문제는 대형 프랜차이즈의 입점이 상권의 다양성을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프랜차이즈는 표준화를 통한 대량생산 방식 중 하나이다. 이런 프랜차이즈 가게가 다양성과 서비스가 우수한 기존 가게를 밀어낸다면 그만큼 상권의 다양성이 축소된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한두 개로 멈추지 않고 난립하게 되면, 그 상권은 희소가치가 없는 가게들로 가득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프랜차이즈 카페

다양성이 사람들을 상권으로 불러 모으는 역할을 한다면, 프랜차이즈의 난립으로 인한 다양성의 저하는 사람들을 떠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기존의 다양한 가게들은 인근 지역으로 도피하고, 그것을 찾던 소비자들도 그들을 따라 이동한다. 이 과정이 표면적으로는 상권의 확장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기존 상권의 중심부가 단조로워지면서 공동화되고 이동하는 현상에 가깝다.

이런 일이 오래 지속되면 상권이 침체된다. 즉, 건물주들이 건물 가치와 임대수익을 높이기 위해 대형 프랜차이즈의 유입을 유도하는 행위가 장기적으로 상권 전체와 건물 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건물주의 흔한 착각

이런 다양성의 측면에서 볼 때, 대형 프랜차이즈가 진입해도 상권의 가치가 장기적으로 하락하지 않으려면 다음의 요건 중 하나 이상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상권의 소비자들이 그 프랜차이즈를 소비하고 싶어 하지만 없는 경우. 둘째, 그 상권이 지리적으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여 주변에 대체지가 없는 경우(강남역·명동 등). 셋째, 그 프랜차이즈가 높은 희소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이다.

첫째와 셋째는 대형 프랜차이즈의 진입이 오히려 상권의 다양성을 증가시키는 경우이며, 둘째는 대안의 부재로 다양성이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경우이다.

기존의 상가투자는 이런 것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서 저평가된 상가를 매입해 임대료를 높이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임대인들도 상가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해 장기적으로 해가 될 수 있는 선택을 한 것이다.

특히 상가 젠트리피케이션이 문제가 되는 지역에서 이러한 현상이 흔하게 벌어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1990년대 강남 번영의 상징이던 압구정 로데오 거리다. 로데오 거리는 중심부의 공동화로 인해 활력을 잃고 인근의 가로수길로 중심이 이동했다. 하지만 현재 가로수길의 중심부도 공동화 과정을 밟아나가고 있다.

“프랜차이즈 카페가 들어오면 내 상가가 무조건 뜬다”고 말하던 건물주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상권과 입지가 좋지 않은 곳에서 그나마 사람들을 끌어모았던 것은 기존 카페 덕분임을 모르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서 소원대로 프랜차이즈 카페가 입점했지만, 역시 기대만큼의 효과가 없었다. 뻔한 카페를 일부러 찾아올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더 흐르자 프랜차이즈 카페는 작은 이자카야 가게로 바뀌었다.

이후에 바뀐 그 어떤 가게들도 처음의 그 카페처럼 외부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이 되지는 못했다. 이렇듯 잘못된 인식이 자기 건물의 가치와 상권의 가치를 갉아먹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골목의 전쟁> 김영준 지음·스마트북스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