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부 웹툰 작가는 독자를 우습게 볼까?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로 시작한 이번 사태는 대한민국 서브컬쳐 전반은 물론, 여성단체와 언론, 정당마저 휘말린 대형 태풍으로 커지고 있다.

게다가 진보 언론 빅3로 불리는 <한겨레>와 <경향신문>, <오마이뉴스>가 메갈리아에 대한 우호적인 글로 편 가르기에 뛰어들었다. 한겨레의 지난달 30일 “메갈리아는 일베에 조직적으로 대응한 유일한 당사자” 기사에 격분한 독자들이 비난을 쏟아 부었다.

이들 진보 언론뿐만 아니라 메갈리아와 전혀 관계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웹툰 작가들마저도 동조하고 나섰다.

김자연 성우의 메갈리안 후원 티셔츠 인증 트윗
김자연 성우의 메갈리안 후원 티셔츠 인증 트윗 갈무리

처음 김자연 성우와 메갈리아를 지지한 작가 중에 메갈리아의 실체에 대해 정확히 아는 작가들보다는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고 다수 또는 거대 자본이 개인을 핍박한다는 생각에 지지 의사를 밝힌 작가들이 상다수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메갈리아 사태로 번지자 본인의 작가 인생은 물론이고 나아가 특정 웹툰 플랫폼, 웹툰 산업 전반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대체 그 이유는 뭘까.

일부 웹툰 작가들이 독자들을 우습게 보는 이유

첫째, 이른 나이에 쉽게 작가 데뷔에 성공함으로써 실패를 맛보지 못한 인생 경험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

예전 선배 만화가들은 수년간의 문하생 시절을 거쳐 바늘구멍만 한 기회를 뚫고 어렵게 데뷔했다. 그에 비해 지금 웹툰 작가들은 별다른 수련과 경쟁 없이 데뷔해 작가의 칭호를 받는다.

이는 대형 포털과 웹툰 플랫폼의 경쟁에 따른 반사 이익일 뿐 작가들의 작품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은 아니다.

손쉽게 웹툰 작가로 데뷔한 일부가 부족한 삶의 경험과 사회성을 드러내며 독자를 상대로 막말을 퍼붓고 웹툰 업계를 위기로 빠뜨린다는 것이다.

레진코믹스 김영조 트위 갈무리
레진코믹스 김영조 트위 갈무리

둘째, 웹툰 업계의 기형적인 보수 체계와 연재 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웹툰 플랫폼에서는 작품 연재를 시작하면 한 달에 최소 고료로 200만원을 책정해 놨다.

그리고 작품의 질과 인기와는 상관없이 작가가 연재를 마치지 않은 이상 웬만하면 작품 연재를 무한정 지속할 수 있는 게 현재의 웹툰 플랫폼 시스템이다.

그러다 보니 독자들로부터 공무원 소리를 들으면서 지지부진하게 스토리를 전개하는 작가가 많다. 극단적으로는 독자가 아닌 포털이나 플랫폼 업체에서 고료를 준다고 생각하는 작가들까지 나오게 됐다.

그 결과 독자를 우습게 여기는 작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들이 경솔하고 어리석은 생각을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 여과 없이 내뱉음으로써 논란을 일으키고 말았다.

포털에서 트래픽을 높이기 위해 작품의 질을 높이는 대신 손쉽게 연재 작품 가짓수를 늘리는 데 골몰한 웹툰 업계가 이들의 행위를 방조한 셈이다.

웹툰 독자 비하 트윗 갈무리
웹툰 독자 비하 트윗 갈무리

셋째, 작품 연재 이외로도 돈을 벌 수 있는 과외 수입이 작가들을 폭주하게 한다. 웹툰 연재 말고도 다른 루트를 통해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으니 기존 웹툰 독자쯤이야 탈퇴를 하든, 불매 운동을 하든 상관없다는 생각이다.

상당수의 웹툰 작가들이 동인지(일반적으로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 등 오타쿠 계열의 2차 창작 출판물 뜻한다) 출신으로 웹툰 연재를 하는 지금도 성인용 동인지 판매를 통한 과외 수업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행태를 알아챈 웹툰 독자들이 동인지 행사를 경찰과 세무서 등에 고발함으로써 동인지 시장 자체를 고사시키려 한다는 데 있다.

웹툰 독자 비하 트윗 갈무리
웹툰 독자 비하 트윗 갈무리

넷째, 작가로서 강한 자의식과 반골 정신을 들 수 있다. 만화가는 대중의 지지를 기반으로 인기를 먹고 사는 대중문화 종사자이지만 동시에 작품을 통해 자기 생각을 전파하는 예술가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자신이 그리는 만화 속 세상에서는 캐릭터를 마음대로 조종하고 사건을 만드는 신과 같은 존재이다.

이렇게 자의식이 강할 수밖에 없는 작가들이 자신을 비판하고 가르치려고 하는 독자들과 대립하다 보니 거친 말이 나오게 마련이다.

물론 프로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행여 그렇게 생각하고 있더라도 절대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SNS를 통해 작가와 독자가 직접 소통할 수 있다 보니 무심코 자신의 본심을 드러내는 순진한(?) 작가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이 동료 작가들이 핍박받는다고 판단한 다른 작가들까지 참전함으로써 합리적인 비판을 제기한 독자들에게 네이팜탄을 던진 격이 됐다.

이에 분노한 독자들이 웹툰 시장 자체를 붕괴해버리겠다고 결의를 다지면서 단체 행동에 나서고 있다.

웹툰 업계, 자성과 정비의 계기로 삼아야

그동안 웹툰 업계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 결과 이제 한국 만화의 미래는 웹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위상을 확립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다는 진리처럼 급격한 성장에 따른 부작용이 이곳저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번 사태가 그 부작용의 실상을 낱낱이 드러냈다.

이번 사태가 어디까지 번질지, 또 만화계가 그 후유증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노실드
노실드

그래도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만화를 읽어주는 독자들이 있어야만 만화는 대중문화산업으로서의 존재의의를 가지며 그러기에 독자는 무조건 옳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웹툰 업계는 이 진리를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아무리 그림이 훌륭하고 내용이 재미있어도 독자 없는 만화는 한낱 낙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김승한 기자

김승한 기자

의학전문기자. 전 대학병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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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