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이 알아야 할 글쓰기 스터디 4원칙

게으른 고수보단 성실한 하수가 낫다

공부는 혼자 하는 거지만, 굳이 누군가와 해야 할 때는 나보다 성실한 사람과 해야 한다. 게으르거나 의욕이 없는 사람과 함께 공부하면 그나마 어렵게 지키고 있던 내 에너지마저 뺏기기 쉽다.

그런 면에서 함께 공부하기 좋은 파트너는 게으른 고수보다는 성실한 하수 쪽이다. 정보도 많고 글도 어느 수준 이상 써내더라도 지각과 결석을 밥 먹듯이 하는 동료는 나까지 나태하게 만든다. 최대한 다양한 주제로 글을 써봐야 붙는 글쓰기 시험, 스터디가 한두 번 펑크 나기 시작하면 예상 답안지 수와 함께 합격 가능성도 작아진다.

반대로 이제 막 준비를 시작한 하수는 서툴지언정 최소한 성실할 가능성이 높다.(물론 게으른 하수도 분명 존재한다. 이런 사람과의 공부는 하루라도 빨리 접는 게 최선이다) 첨삭도 퇴고도 밀리지 않고 해낼 개연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이런 사람과 박자를 맞추어 공부하면 어쨌든 연습하는 글의 절대량은 늘 수밖에 없다.

애정 없는 비판은 발전 욕구를 짓밟는다

일부 지망생은 타인의 글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고 자신감을 채운다. 안 그래도 연이은 탈락으로 너덜너덜해진 마음이다. 굳이 상처와 스트레스를 자청하면서까지 이런 사람을 옆에 둘 이유가 없다. 아무리 잘 써봤자 그나 나나 지망생일 뿐이다.

빨간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지낸 작가 김영하는 글쓰기 선생님은 빨간펜 대신 ‘참 잘했어요’가 새겨진 고무도장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저는 정말 좋은 글쓰기 선생님은 학생의 장점을 하나라도 들어서 얘기해 주고, 넌 어쩌면 이런 재미있는 표현을 생각해냈니, 너는 참 글을 잘 쓰는구나, 또 써봐라, 그러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글쓰기에선 계속해서 글을 쓰고픈 욕구를 불어 넣어주는 사람이 꼭 필요하다. 글을 쓰고픈 욕구를 짓밟는 동료는 위험하다.

물론 설득력이 떨어지는 논리나 일관성을 잃은 전개는 스터디 동료의 지적을 받아들여 고쳐나가야 한다. 다만 그 지적의 밑바탕에는 함께 붙고자 하는 ‘애정’이 깔렸어야 한다. 애정이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아느냐고?

전혀 설득 안 된다.

는 평가와

큰 틀에서 논지는 별 무리 없이 읽히는데, 본론 1에 쓴 근거가 반론의 여지가 많아 다른 것으로 교체하는 게 낫겠다.

라는 평가는 듣기만 해도 어떤 평가가 애정 어린 비판인지 단박에 구별된다. 보통 대안 없이 센 언어로만 이루어진 지적은 애정 없는 비판일 가능성이 크다.

신뢰의 측면에서 봐도 그렇다. 글쓰기 시험을 준비하다 보면 심심찮게 ‘표절 시비’가 붙는다. 글에서 ‘일당백’을 할 리드 케이스나 기발한 논지를 스터디 동료가 도용하는 것이다. 이런 일은 보통 인간적인 관계가 전혀 형성되지 않은 스터디 동료 사이에서 발생한다. 웬만한 친구보다 더 가까워진 스터디 동료의 글을 베끼는 건 상당히 양심의 가책을 주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자, 이렇게 ‘성실함과 애정’을 척도로 계속 참여할 글쓰기 스터디를 정했다면 스터디 활용 원칙도 세워야 한다. 내가 함께 잘되는 글쓰기 스터디 4원칙은 이렇다.

그룹 스터디

1. 두 사람만 모이면 진행한다

스터디 당일,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한다. “면접 준비 때문에 불참할게요.”, “몸이 아파서 도저히 참석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총원 5명인 스터디에서 두 명이 빠진단다. 미뤄야 할까? 필자는 반대다. 글을 읽어줄 단 한 명의 독자만 있다면 예정대로 진행하길 추천한다.

스터디의 본질이자 목적은 ‘첨삭’이다. 내가 쓴 글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동료와 쓴 글을 돌려보며 서로 글에 대한 평가를 나누는 것이다.

내 글을 더 많은 이들이 봐준다면 다양한 피드백이 나올 수 있으니 나쁠 건 없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면 지망생끼리 하는 첨삭 수준은 거기서 거기다. 지망생 한두 명의 첨삭을 더 듣는 일이 공부 일정을 바꿀 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결석자가 많아 스터디 날짜와 시간을 바꿔도 어차피 결석자는 또 나온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공부 일정이 꼬이고, 스터디 시간을 조율하는 시간과 에너지도 적잖이 든다. 자칫하면 스터디 1회차가 증발하면서 그 주 예정된 주제를 다루어볼 기회도 놓치게 된다.

내 글을 읽어줄 단 한 명만 확보된다면 예정대로 스터디를 진행하는 게 손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2. 좌·우파를 섞는다

정치 성향이 같은 사람끼리 모여 글을 쓰면 반대편의 입장을 접할 기회가 없다. 사고가 넓고 깊어지기 어려운 것이다. 사고 수준이 얕고, 일방적인 글은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첨삭의 다양성을 위해서 좌·우파를 섞어 스터디를 구성하는 걸 권한다. 이런 작업은 특히 논술에서 필요하다. 상대의 반박을 고려하고 써야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주장을 펼 수 있어서다.

잘 쓴 글은 ‘우리 편’은 물론 ‘다른 편’까지도 일정 부분 수긍하게 만든다. 최소한 ‘할 말이 없게’ 만들지는 않는다.

3. 비슷하면 다시 쓴다

스터디 동료와 내가 쓴 글이 비슷하면 아예 다시 쓰는 게 낫다. 스터디 동료가 쓴 글들은 실제 시험장에서 나오는 답안지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4~5명이 하는 스터디에서 글의 전개, 핵심 논거, 사례까지 비슷한 글이 나오면, 그 글은 이미 탈락 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5명 중의 2명이 비슷한 글을 썼다는 사실은 실제 시험장에서 100명 중 40명이 비슷한 주제로 글을 쓸 가능성을 암시한다.

극소수가 선발되는 글쓰기 시험, 엇비슷한 주제로 쓴 글은 신속하게 탈락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스터디 동료와 글이 겹쳤다면 퇴고 과정에서 아예 새로운 주제의 글로 새로 쓰는 게 현명하다.

초고는 퇴고를 위해서만 존재한다.

4. 퇴고한 글도 첨삭한다

스터디, 그 후가 중요하다. 스터디에서 쓴 글은 초고다. 초고는 퇴고를 위해서만 존재한다. 그러니 초고에 대한 첨삭을 받고 노트를 덮으면 안 된다. 첨삭 내용을 반영해 퇴고하고, 이 퇴고에 대한 첨삭을 한 번 더 받아야 한다. 그래야 시험에 연습한 것과 같은 주제가 나왔을 때 자신 있게 글을 써 내려갈 수 있다.

<뽑히는 글쓰기> 최윤아 지음·스마트북스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