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보좌관, CNN ‘호전주의자’ vs. 폭스뉴스 ‘현실주의자’

트럼프 행정부의 신임 국가안보회의(National Security Council, NSC) 보좌관 존 볼턴 전 UN주재 미국대사에 대해 미국 내부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CNN>은 볼턴 보좌관의 내정 직후 트럼프 행정부의 인사교체에 우려를 표했습니다. 볼턴 보좌관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을 역임했고 <폭스뉴스> 애널리스트로 활동했습니다. 파리드 자카리아 <CNN> 앵커는 볼턴 보좌관을 “확실한 매파”라 평하며, 그가 미국의 국가안보와 관련된 거의 모든 사안에 관여하게 됐다고 언급했습니다.

한편 토머스 도닐런 전 국가안보 보좌관은 자카리아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급격한 인사교체의 원인을 트럼프 대통령 본인의 경영방식에서 찾습니다. 그는 이같은 이례적인 수준의 불안정이 과연 미국 국가안보에 건설적인지 의구심을 나타냈습니다.

NATIONAL HARBOR, MD – MARCH 6, 2014: Former United Nations Ambassador John Bolton speaks at the Conservative Political Action Conference (CPAC). © shutterstock

이를 입증하듯 임기 시작과 동시에 볼턴 보좌관은 테러방지와 사이버안보를 담당한 백악관 국토안보 보좌관 토머스 보서트(43)를 해임하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물갈이를 시작했습니다. 신임 보좌관이 자신이 선호하는 인력을 배치하기 위해 인력조정을 시행하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그러나 차기 보좌관을 지명하지도 않은 채 전임자를 쫓아내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더욱이 보서트 보좌관은 지난해 가을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을 수습하고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문제 수사 등 사이버안보 분야를 진두지휘해 백악관 내외의 신망을 산 바 있습니다.

그 때문에 볼턴 보좌관의 행보는 워싱턴 정가에서 의아함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최근까지도 보서트 보좌관은 시리아 화학무기 문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책을 논의해왔고, 그의 퇴진 역시 그가 국가안보 콘퍼런스에서 복귀한 직후에야 알려졌을 만큼 갑작스러운 일입니다. 실제로 보서트 보좌관은 지난 8일까지만 해도 미국이 러시아의 대선개입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고, 러시아의 소셜 미디어 캠페인이 미국의 유권자들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단언해왔습니다.

볼턴 보좌관의 급박한 임기 첫날을 맞아, <CNN>은 1분 30초가량의 블랙 코미디를 선보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짐승’이라 공격하면서, 볼턴 보좌관은 시리아에 대한 추가개입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됐습니다.

그러나 <CNN>이 그리는 볼턴 보좌관은 미국의 핵미사일 버튼을 마음대로 조작하는 호전주의자입니다. 이에 대해 <CNN>이 인용한 트위터 멘션은 다음과 같습니다.

존 볼턴의 날을 축하해요. 우린 다 죽을 거야.

그러나 <폭스뉴스>의 시각은 다릅니다. <폭스뉴스>는 볼턴 보좌관이 “좌파의 거짓 비난으로 공격당하고 악마로 매도”돼도 좌파의 유약한 국방정책에 “아첨하려는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며 호평했고, 보서트 보좌관의 해임을 비롯한 백악관의 “물갈이”를 긍정적으로 보도했습니다.

<폭스뉴스>는 좌파의 ‘거짓 비난’의 사례로 인터넷 언론사 <복스(Vox)>, 미국 유명 변호사 랠프 네이더(Ralph Nader)와 <뉴욕타임스>를 인용했습니다. 이들은 각각 볼턴 보좌관을 “미국 외교에서 가장 철저한 매파 중 하나”, 이라크 전쟁을 주도한 “미국과 세계 평화에 대한 명확하고 현존하는 위험”, 반이슬람주의 세력과 관련된 위험한 존재로 지목한 바 있습니다.

<폭스뉴스>의 평가는 간단합니다.

이 사람들에게는 볼턴 보좌관이 핵무기 및 핵능력을 보유한 ‘깡패국가’보다 미국에 더 위험한 존재로 보이나 봅니다.

<폭스뉴스>는 이같은 비난의 근간이 볼턴 보좌관의 능력이나 견해보다는 미국 좌파의 심기를 건드리는 대담한 행보들에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볼턴 보좌관이 국가안보에 대한 논쟁 중 미국의 적들에 대한 좌파 세력의 “천인공노할 편애”를 폭로해왔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폭스뉴스>는 볼턴 보좌관을 좌파의 주장과 같이 군사력을 남용하는 전쟁광이 아닌, 평화를 위해 강경책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현실주의자로 평가합니다. 미국은 북한이나 이란 등 위협적인 국가를 과거 민주당이 해왔듯 온건 정책으로 회유하는 대신 강경책으로 굴복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군사력만이 아닌 다양한 정치 수완이 요구되는데 그 적임자가 볼턴 보좌관이라는 것이 <폭스뉴스>의 주장이다.

또한 <폭스뉴스>는 볼턴 비판여론의 주도세력으로 미국 내 “불순세력”을 지목합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이들은 정보기관에 숨어들어 루머를 유포하고 기밀을 유출해 공화당 대통령을 위협한 존재들로, 스파이가 퍼트린 쿠바의 생물무기 정보를 다시 유포한 전 CIA 애널리스트 풀턴 암스트롱을 그 사례로 제시했습니다.

볼턴 보좌관에 대한 <폭스뉴스>의 총평은 ‘벌거벗은 임금님을 향해 “임금님이 벌거벗었다!”고 소리치는 소년’입니다. 좌파와 불순세력이 그를 비판하는 이유는 그가 진실을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폭스뉴스>는 볼턴 보좌관이 UN주재 미국대사 당시 2006년 공해에서의 대량살상무기 운반을 제재하기 위한 대량 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PSI, 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을 제안해 노벨평화상 후보로 지명됐다는 점을 덧붙였습니다.

<폭스뉴스>는 볼턴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도와 불순세력의 거짓말을 파악하고 대통령과 미국 사회에 기여할 것이라 평했습니다.

한 사람에 대해서도 이처럼 상반된 관점의 뉴스가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를 잘 보여주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