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캣 브랜드가 어떻게 시장 황폐화하나

손쉬운 창업일수록 난이도가 높다?

유행 아이템은 열광과 동시에 브랜드와 가맹점이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왜 그럴까.

유행 아이템들은 공통적으로 진입과 창업이 매우 손쉽다. 그래서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는 ‘손쉬운 창업’,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음’, ‘쉽게 수익을 볼 수 있는 쉬운 사업’이라고 어필한다.

하지만 유행 아이템 사업은 겉보기엔 쉬워 보여도 알고 보면 가장 난이도 높은 사업이다. 대부분의 유행 업종은 진입이 매우 쉽기에 일정 시점이 지나면 카피캣 브랜드들이 속속 등장하기 때문이다.

카피캣 브랜드들은 시장을 빠르게 포화시켜버린다. 어느 분야나 카피캣이 있지만, 유행 업종은 소비자 관심 라이프사이클의 주기가 더 짧은 것이 문제다.

오리지널 브랜드와 카피캣

프랜차이즈 점포 수가 급증하는 이유

2016년 성업을 이루었던 저가 과일주스 J업체를 생각해보자. 이 업체가 판매하는 주스의 최대 장점은 저렴한 가격과 많은 양이다. 덕분에 가맹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약 2년 만에 점포가 800여 개에 이르렀다. 그런데 2년 차부터 이미 카피캣 업체들이 난립하기 시작했다.

필자가 살던 동네는 5m 옆에 카피캣 점포가 들어설 정도였다. 아무리 저가 주스가 인기를 끈다지만, 이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공급을 감당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프랜차이즈의 수익은 점포를 개설할 때 받는 가맹비 등의 점포개발 수익, 로열티 수익, 유통 수익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본사가 로열티를 받는 것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강력한 경쟁우위를 가진 곳도 로열티가 매우 작다. 아마 군소업체들은 로열티를 아예 요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본사는 점포개발과 유통으로 수익을 올릴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점포를 최대한 많이 늘리면서 가맹비를 받고, 물품을 공급하여 유통이익을 거둬야 한다.

이것이 특정 프랜차이즈 업종이 뜨기 시작하는 순간 점포 수가 급증하는 이유이다.

너무 많은 소 떼와 적은 목초지

시장을 ‘목초지’, 점포를 ‘소’라고 생각해보자. 만약 목초지의 규모에 적정한 수의 소를 기른다면, 소가 풀을 뜯어 먹더라도 금방 자라서 고갈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목초지의 크기에 비교해 소가 너무 많을 경우, 소들이 풀을 다 뜯어 먹어 점점 황폐해질 것이다. 소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황폐화를 막으려면 목초지를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

소 떼

다시 말해, 결국 시장의 확장이 필요하다. 시장의 최대 크기를 정하는 것이 인구라면, 그 아래에서 현재의 시장 크기를 정하는 것은 소비자의 소득, 취향, 아이템에 대한 인식이다.

시장이 확대되려면 소비자의 저변이 확산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업종은 금방 포화상태를 맞게 된다. 각 산업에서 소비자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이다.

문제는 J업체의 주스는 차별화 요소가 없다는 것이다. 업체 측은 유통혁신을 통한 저렴한 가격이 강점이라고 주장하지만, 가격과 양은 쉽게 카피할 수 있다. 차별화 요소가 없으며 카피캣이 등장하기도 쉽다면, 본사는 가맹점을 더욱 빨리 늘려야만 한다.

오히려 카피캣이 가맹점을 빠르게 늘려서 오리지널을 대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치킨게임을 벌인다. 당연히 이 와중에 시장은 더 빠르게 황폐해진다.

카피캣 브랜드는 대체로 유사한 브랜드명, 브랜드 컬러, 아이템들로 가게와 메뉴를 채운다. 이들은 차별화 요소가 전혀 없기에 오리지널에 비해 가격을 더 저렴하게 매겨 승부를 건다. 이는 오리지널을 넘어서 사업을 차별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리지널이 혼자 먹고 있는 시장을 쪼개는 전략에 가깝다.

시작부터 끝이 보이는 선택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을 내주었다고 끝이 아니다. 상품개발과 영업능력이 낮은 사람도 쉽게 사업을 할 수 있게끔 해주는 대가로 가맹비와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따라서 가맹점에 관심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존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오리지널 업체를 흉내 내며 겨우 저가로 승부를 보는 곳이 과연 가맹점의 매출과 성장에 관심이 있을까.

카피캣 가맹점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들이 오리지널을 두고, 카피캣을 선택한 것은 가맹비 등이 더 저렴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그런 행동은 그 업종의 매출을 갈라먹기로 쪼개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실제 매출이 작을 확률이 높다.

또한, 카피캣 브랜드는 애초에 독자적인 경쟁력이 없고 흉내 내기를 통해 기존 브랜드에 무임승차한 것이므로, 시장 자체가 황폐해지면서 생명도 끝나게 된다. 유행 사업에 뛰어들려는 사람들은 그것이 시작부터 끝이 보이는 선택임을 명심해야 한다.

결국, 차별화되지 않은 업종에서 오리지널과 카피캣이 치킨런을 벌이면, 결과는 시장의 황폐화이다. 사업자들의 몰락뿐이다.

<골목의 전쟁> 김영준 지음·스마트북스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