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과 남북정상회담 앞둔 한국 증시 전망

1. 마무리 조정 국면에 온 국내 주식시장

연초부터 랠리를 구가하던 세계 증시가 급격한 조정을 맞은 것도 벌써 2달이 넘어갑니다. 지난 두 달은 주식 투자를 하시는 분들께는 유난히 길고 힘든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금리 인상 우려로 시작된 폭락이, 무역전쟁 이슈를 만나며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올해 초에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밸류에이션과 3번째로 장기간 지속된 경기확장 때문에 지금의 하락이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 약세장의 시작이라는 시각도 힘을 얻어가는 중입니다.

여기에 더해 한국 증시는 실적 모멘텀 둔화와 통화가치 절상, 북핵 문제까지 얹어지며 더더욱 어려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리스크가 해소된다 싶으면 새로운 리스크가 나타나서 번갈아 가며 증시를 짓누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필자는 지금이 한국 주식을 매수하기에 좋은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글을 시작으로 앞으로 몇 차례의 글에 걸쳐 대한민국 주식시장의 매력을 여러분께 설명해 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글은 앞으로의 논지를 압축적으로 소개할 글이라고 생각하셔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HTS(홈트레이딩 시스템)

2. 코리아 디스카운트

단순하게 정의하자면, 주가는 이익과 멀티플의 함수입니다. 이익이 증가하거나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면(멀티플이 상승하면) 주가는 상승하게 되어 있습니다. 지난해 이익 증가가 증시를 주도한 해였다면, 올해는 멀티플의 상승이 증시를 주도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주식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단어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한국 주식의 멀티플이 다른 국가들에 비교해 유난히 낮은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즉 한국 주식이 세계 금융시장에서 저평가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저평가 요인으로는 북한 리스크, 후진적인 기업 지배구조 등이 꼽히고 있습니다. 필자는 이러한 할인 요인들이 곧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2-1. 남북 평화

다음 주 금요일에는 남북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고, 연기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5월 중에는 북미 간의 정상회담도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에 사상 최대의 경제 제재가 가해지면서 북폭을 주장하는 강경론자들이 백악관에 포진한 상황이어서, 북한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앞으로의 정상회담에서 큰 양보를 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그게 장기적으로 진정성 있는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적어도 중기적으로 한국 증시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던 북한 리스크를 완화해줄 것은 분명합니다.

2-2. 주주 친화적 재벌 개혁

그뿐만 아니라 지난해는 기업들 스스로 개혁할 시간을 주겠다며 움직임을 삼가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들어 본격적인 재벌 개혁에 착수해, 재벌들이 출자 전환을 해소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기금이 주주의 이익을 위한 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며 삼성전자의 주도로 대기업들이 대규모 배당을 약속하는 등 주주의 이익을 위한 제도와 관행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 신규라인에서 생산된 낸드플래시 제품

2-3. 밸류에이션 상승

선진국의 주식시장이 높은 멀티플을 받을 수 있는 이유가 정치적 안정성, 재산권 보장, 주주친화정책 등입니다. 북한의 핵개발로 전쟁이 벌어질 것만 같던 전쟁 위협이 완화되는 중이고, 오너들이 더 이상 소수 주주의 권익을 침해하기 어려워지고 있으며,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대북 평화정책을 추진하는 민주당 정부가, 주주 자본주의로의 재벌 개혁을 추진하려는 장하성 교수와 김상조 교수를 경제 사령탑에 세움으로써 한국 주식시장이 선진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저평가의 완전한 해소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한국 증시를 억눌러왔던 리스크 요인들이 앞으로 몇 달 내에 빠르게 완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소가 올해 한국 증시에 얼마나 기여할지 기대할 만합니다.

2-4. 반영된 실적 모멘텀

물론 지난해보다 부족한 실적 모멘텀은 증시에 좋은 요소가 아닙니다. 그러나 1분기 실적에 대한 낮은 기대치가 이미 시장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오히려 실적 시즌이 본격화되자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에 시장이 안도하고, 반등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2분기부터는 실적이 본격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만큼, 실적은 앞으로 시장에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많은 요인입니다. 주가는 이익과 멀티플의 함수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나쁜 시나리오를 가정해서 이익이 크게 개선되지 않더라도, 멀티플의 과감한 상승이 주가를 부양하기에 충분하리라 봅니다.

3. 글로벌 주식시장

3-1. 시장에 반영된 긴축정책

2월 초부터 시작된 조정은, 높아진 밸류에이션과 경기 정점 논란이 불거지며 시장이 방향성을 탐색하던 시점에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전쟁이라는 리스크가 대두되며 시작된 것입니다. 급락의 초기 요인이었던 미국의 금리 인상 리스크는 대체로 완화되며 시장에 충분히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연방준비위원회 위원들의 의견을 집약해놓은 연준의 점도표가 지난해보다 연 4회 금리 인상에 더 가까워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3회 인상 의견이 다수인 상황입니다. 실제로 연준의 발표가 나온 거래일은 세계 증시가 안도 랠리를 펼치며, 연준의 긴축 일정이 최소한 현재의 시장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따라서 단기간에 연방준비은행의 긴축 정책이 추가적인 악재로 기능할 여지는 많지 않습니다.

3-2. 경기 정점 논쟁

따라서 현존하는 리스크로서 시장을 억누르는 요인은 미중 간의 무역 갈등과 경기 정점 논란입니다. 그러므로 무역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예측하는 것과 현재 세계 경기가 정점을 지났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증시의 상승 여부를 예측하는 데 있어서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차후 이어질 글에서 경기의 정점 논란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만, 필자의 결론은 “아직 경기침체가 오기에는 시간이 꽤 남았다”는 것입니다. 장단기 금리차와 선진국 소비지출, PMI, OECD 경기선행지표, 기업이익 전망치와 주주환원 정책 등 시장의 방향성을 판별하는 데 중요한 지표들은 여전히 상승장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3-3. 무역 전쟁

미중 무역전쟁의 전개를 예측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양국이 파국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리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현재 양국이 관세부과 대상으로 발표한 품목들을 보면, 양국이 쓸 만한 유의미한 수단들은 이미 대부분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7년 4월 7일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회담 후 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출처 VOA)

그나마도 확정을 짓는 것이 아니라, 유예 기간을 두면서 관세 부과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난해부터 진행되어온 과정을 고려해 보았을 때, 미중 간의 무역 갈등이 북핵 문제와 맞물려서 타협을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에서는 무역전쟁에 대한 국내 여론이 이미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만약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실질적인 경제적 피해가 미치기 시작한다면 여론이 극도로 악화될 것입니다. 트럼프의 남은 임기와 재선 여부를 결정할 중간선거가 11월에 있는 만큼 그 전까지는 반드시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반대로 중국은 과거보다는 줄었지만, 미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상당하고 중국 경제에 적체된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인 만큼 미국과의 갈등이 두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무역전쟁이 본격화되고 장기화되는 것은 양측에게 모두 힘든 일입니다. 양측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면, 결국 불균형을 조정하는 타협으로 귀결될 것입니다. 양측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그리고 국내의 여론을 의식해 협상의 타결을 극적으로 보이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갈등이 좀 더 지속될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양측이 결국 호혜적인 방향으로 갈등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3-4. 위안화 절상

시진핑 주석은 지난 10일 보아오 포럼에서 미국이 반길 만한 몇 가지를 약속했습니다. 관세 인하, 수입 확대, 금융시장 개방, 자유무역항 건설,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등이 주요 내용입니다. 이후 여러 통로를 통해 실질적인 계획과 조치들을 발표하며 미국의 강경론자들을 진정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계획이 잘 추진되고 미국에서 받아들여서 중간선거 전까지 갈등이 마무리된다면, 한국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인 시나리오입니다.

BERLIN, GERMANY, 7-5-2017: President Xi Jinping from China at the press conference in the German Chancellery.

그러나 필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보려 합니다. 미국 중간선거는 상원의 3분의 1, 하원의 전부를 교체하는 선거입니다. 더구나 임기 2년 차에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상징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선거 결과로 상하원 다수당이 결정되고, 재선 가능성이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그만큼 트럼프에게는 중요한 선거입니다.

필자는 시진핑 주석이 위에서 언급한 타협안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은 중국이 이미 과거부터 추진해오던 것들입니다. 지금 그 시기와 방법을 구체화하고 있을 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지금 본인이 얻어낸 것으로 보이는 극적인 타협이 필요한데, 그와 같은 정치적 성과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를 시사하듯, 보아오 포럼 이후에도 미 상무부는 ZTE에 대한 규제를 진행했고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통화 가치를 의도적으로 절하했다며 비난했습니다.

선거를 위한 큰 성과가 필요한 트럼프에게는 지금까지 나온 중국의 양보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트럼프의 다음 타깃은 환율입니다. 바로 중국에게 위안화 절상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무역 갈등은 중국 금융시장에 리스크 요소일 뿐만 아니라,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를 줄일 것이라는 점에서 위안화에는 약세 요인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위안화는 무역 갈등이 본격화되던 시점에 강세를 보였습니다. 금융시장이 무역 갈등이 위안화 가치가 높아지는 쪽으로 결론 날 것이라는 데 베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위안화 절상은 장기적으로 양국에게 모두 이익이 되는 정책입니다. 위안화에 대한 인위적 평가절하를 포기하는 것은, 중국이 오랫동안 꿈꿔왔던 위안화 국제화와 내수 확대를 위해 필수적입니다. 위안화 절상과 이에 따르는 중국의 수요 증대는 미국에게도 적자를 줄이고 일자리를 만들 기회를 제공합니다. 적어도 관세부과 같은 시도보다는 환율조정이 무역 불균형 해소에 훨씬 실질적인 기여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위안화 절상은 시진핑에게는 국내적으로 굴복으로 비치지 않을 수 있으면서, 트럼프에게는 중간 선거에 가져갈 수 있는 성과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위안화 절상을 결과로 하는 합의는 중국 증시는 물론 한국을 포함한 세계 증시에 커다란 호재가 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위안화 절상을 결과로 만들어낼 합의에 관한 이야기는 성급한 부분이 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도 오랜 기간 일본을 압박해 85년에서야 플라자 합의를 만들어낸 만큼, 중국에 대한 공세가 위안화 절상이라는 결과물을 빠르게 만들어내지 못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이 없지 않고 실현된다면 커다란 파급력을 지닌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번 중간선거 이전이 아니라도 트럼프가 언제고 만들어내고자 할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한 번 짚고 넘어갈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 글의 논지대로 위안화 절상이 결과물이 아니라도 무역 갈등이 진화된다면 주식시장은 상승할 것입니다. 따라서 위안화 절상이 명시적으로 합의되지 않더라도 시장이 상승할 것이라는 논리는 여전히 성립합니다.

위안화

4. 마무리

리스크가 증시를 억누르다가 완화되는 국면에서 시장은 상승합니다. 짧게는 지난 두 달간, 길게는 지난 수십 년간, 세계 증시와 한국 증시를 억누르던 리스크 요인들이 완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경기의 확장은 끝나지 않았고, 긴축 정책은 세계 경기와 금융시장이 감내할 만한 수준입니다.

한국 증시는 고질적인 저평가 요소들이 빠른 속도로 해소되고 있으며, 미중 간의 무역 갈등은 상호 호혜적인 방향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 증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는 여전히 견고한,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보여주었고, 한 달 내에 액면분할된 가격으로 거래될 것이며 수조 원대의 배당을 올해 진행할 예정입니다. 여러 기관은 증시를 주도하는 반도체 산업의 호황이 최소한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지리라 전망하고 있습니다.

다음 주에 시작되는 남북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1~2달 내에 남북 간, 미·중 간 갈등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에는 주주 친화적인 재벌 개혁이 진행되며 주주 가치의 증대가 가시화될 것입니다. 증시는 지금 리스크가 반영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고, 리스크가 완화되는 국면에 와 있습니다. 매입하기에 이보다 좋은 시기는 없습니다.

한국 증시만큼 저평가된 자산은 많지 않습니다. 보통의 조정이 2개월 정도면 반등을 시작한다는 점에서도, 지금은 용기를 내 볼 만한 시기입니다. 그럼, 다음 글에서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