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논란으로 본 여초 커뮤니티 악플 잔혹사

아이유 악플 강경대응 예고한 소속사

아이유가 악플러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눈길을 끌었다. 아이유의 소속사는 지난 20일 공식 팬사이트를 통해 지속해서 악플 사례를 모집하고 있었다며 이같은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더불어 팬들에게도 모니터링과 제보를 요청한 상황.

한편 아이유에 대한 집단적인 악플은 오랜 병증이었다. 아이유에 대한 악플의 배후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20대가 주축이 된 일부 여초 커뮤니티이다. 일베와 같은 사이버폭력 문제를 다루는 전문가와 언론은 여초발(發) 폭력에 대해서는 묘하게도 한결같이 침묵하고 있다.

아이유는 재작년 ‘로리타’ 논란을 기해 소아성애를 조장했다는 인터넷상의 비난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비난을 주도한 네티즌은 앞서 말한 20대 온라인 여초 커뮤니티였다. 아이유의 <Chat-Shire> 관련 화보에 등장한 양갈래 머리를 한 소녀의 모습(사진)이 ‘로리타=소아성애’를 조장한다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마녀사냥식 논란이 대부분이었지만 논란의 허구성을 조명하는 언론은 거의 없었다.

로리타 논란이 됐던 아이유 화보

나중에 다시 보겠지만 커뮤니티의 마녀사냥식 논란을 게으르게 재생산하는 기자와 언론 그리고 평론가들이 상황을 악화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나의 아저씨>에 대한 망상을 부추긴 평론가들

최근 아이유가 출연하고 있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와 관련해 아이유에 대해 ‘로리타’ 낙인을 찍은 악플러들이 폭주하는 모습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근 소속사가 발표한 악플러 고소 방침도 바로 이러한 배경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추측이다.

실제로 방영 전에 발표된 출연진과 드라마 제목만으로 드라마의 내용을 이선균과 아이유의 연애담일 것으로 추측한 악플러들이 방영 시작도 전에 아이유가 ‘젊은 여성과 늙은 아저씨(개저씨) 간의 연애에 대한 환상을 부추기는’ 위험한(?) 인물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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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편집증적 망상에 가까운 이같은 비난은 실제로는 드라마가 연애담과 무관한 스토리로 흘러가자 사채업자와 주인공 간의 폭행 장면을 ‘데이트 폭력’이라고 비난하는 엉뚱한 방향으로 튀었다.

tvN ‘나의 아저씨’

하지만 해당 장면은 기본적으로 연애관계와 무관한 사채업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묘사하고 있는 데다가 해당 장면에서 (데이트)폭력을 미화할 소지마저 존재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성범죄 수사대 SVU’와 같은 드라마가 케이블에서 공공연히 방영되는 이 나라에서 폭력에 대한 묘사 자체가 폭력을 미화하거나 조장한다는 주장은 억지다.

문제는 커뮤니티의 광적인 비난 여론에 편승해서 이름값을 올리려는 평론가들이다. <나의 아저씨>에서 주인공 역 이선균과 아이유가 연인관계가 아니라는 것이 확실해지자, 비난의 방향을 돌려 애써 아이유를 비난하려는 노력은 거의 눈물겹기까지 하다.

일례로 황진미는 서로 정서적으로 의존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아이유와 이선균의 관계를 근거로 드라마가 중년 남성의 한심한 행태 혹은 기득권을 합리화하고 있다는 억지를 펼치고 있다.

만일 그런 잣대대로라면 영화 <오베라는 남자>에서 등장하는 고집불통의 노인인 주인공 오베와 이민자 여성 사이에 등장하는 모종의 정서적 교감 역시 가부장제 남성에 대한 미화라는 곡해 역시 가능할 것이다. 그야말로 아무말 대잔치인 셈이다.

일각의 억지 주장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시청률은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19일 방영분 시청률은 각각 5.8%(닐슨코리아), 5.6%(TNMS)로 나타났다. 하지만 드라마 자체의 흥행과 별개로 특정인에 대한 이러한 사회적 비난의 양상이 온당한지 되물을 필요가 있다.

다음 여초 카페의 병적인 증오

다음 카페 중 대표적 여초 커뮤니티인 ‘쭉방’, ‘여성시대’, ‘소울드레서’ 등 내부에서는 아이유에 대한 미움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일까.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아이유 관련 글로 최소 수십에서 수백개의 비난 댓글이 달리는 게시글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타인에 대한 증오에 이렇게 집착하는 것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것은 다음과 같은 반응이다. 이 중 한 유저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아이유 범죄 연예인보다 더 싫긔 와씨 지가 10대일 땐 10대 여자애들 팔아먹고 20대 되니깐 20대 여자들 팔아먹고 존나 악질 아니긔? 남들 구렁텅이에 넣으면서 지는 승승장구하쟈나.

이 댓글에는 여초 특유의 ‘222’, ‘333’ 등의 대댓글이 달리면서 폭발적인 공감을 얻었다.

아이유 비난댓글(출처 다음 카페)

여초 커뮤니티의 문법에 생경한 독자들을 위해 의역하자면 이렇다. 아이유가 국민여동생 아이돌을 연기하면서 귀여운 10대 여성에 대한 환상을 여성에게 강요했다면, 지금은 20대 여성에게 개저씨와 연애할 것을 권유하면서 젊은 여성을 구렁텅이에 밀어 넣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류의 ‘피해망상’이 현재 아이유에 대한 비난여론을 키우는 일부 여초 커뮤니티의 일반적 정서라 할 수 있겠다.

문제 직시해야

문제는 이같은 피해망상에 기반을 둔 마녀사냥이 점차 하나의 ‘패턴’이자 일종의 ‘사회적 문법’으로 굳어질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일례로 얼마 전 미투운동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혀 눈길을 끌기도 한 유명 인터넷 방송 BJ인 강은비는 지난 3월 한 방송에서 군가산점에 대한 찬성견해를 밝혔다는 이유로 여초 집단으로부터의 집단적인 악플 표적이 되기도 했다.

또한, 최근 자살로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준 모 유명연예인이 트위터상에서 일명 트페미(트위터 페미니스트)로부터 집단 조리돌림을 당했던 사실이 드러나 우울증의 악화에 이같은 사이버 폭력이 일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처럼 커뮤니티에 기반을 둔 사이버폭력이 집요한 양상을 띠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 마녀사냥 역시 엄연히 사회적 폭력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우선 이러한 집단폭력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최근 아이유 소속사 역시 악플에 대한 ‘모니터링’을 네티즌들에게 당부한 것은 이와 비슷한 취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