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박’할 사이에 사라지는 ‘반짝’이는 순간

다큐멘터리 영화 '달팽이의 별' 리뷰

안녕하세요. 글 쓰는 ‘서연’입니다. 오늘은 세상에서 가장 작고 느리지만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별의 세계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비가 내리고 나자 빛을 발한 봄의 날씨가 마치 별처럼 ‘반짝’이거든요.

여기 키가 작아 걸음이 느린 한 여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눈과 귀를 닫아 마음이 느린 한 남자가 있습니다. 두 발로 이 땅 위를 걷는 동안, 두 사람의 속도는 아마도 많이 느리겠지만 두 마음을 포개어 우주 속을 나는 동안, 두 사람의 속도는 아마도 많이 빠르겠습니다. 아니, 그곳에선 속도가 문제되지 않겠군요.

사람의눈, 귀, 가슴들은 대부분지독한 최면에 걸려있거나 강박에 사로잡혀있거나 자아의 깊은 늪에 빠져 세계를 전혀 모른채로 늙어간다. 그런 눈과 귀에서 자유로워지라면 나처럼 우주인이 되면 된다.

달팽이처럼 등에 작은 짐을 지고 살아가는 순호씨는 척추장애인입니다. 달팽이처럼 오직 촉각에만 의지해 살아가는 영찬씨는 시청각 중복 장애인입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달팽이의 별’

다큐멘터리 영화 <달팽이의 별>에서 그들을 보았습니다. 그 별의 빛이 너무도 강해서 눈이 부셨습니다. 그 별의 빛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눈물이 다 났습니다.

태어나서 한번도 별을 본 적은 없지만 한번도 별이 있다는 것을 의심한 적이 없다. 밤에도 태양은 우리 발 아래쪽에서불을 뿜고 있다는 것을 안다.

형광등을 갈아야 했습니다. 남편 영찬씨가 아내 순호씨를 목마 태워보지만 어림도 없습니다. 영찬씨 홀로 침대 위에 서서 감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어긋날 때마다 영찬씨의 손 위에 자신의 작은 손을 갖다대고 피아노치듯 손가락을 놀리는 순호씨. 그러면 영찬씨는 방향을 조절합니다. 그러기를 여러차례. 불이 들어옵니다. 정작 형광등을 단 장본인은 그 빛을 느낄 수 없습니다.

외로울 땐 외롭다고 하여라. 피하여 달아나지 말고 돌이켜 뛰어들지 말고 그저 외롭다고만 하여라. 어둠은 짙어야 별이 빛나고밤은 깊어야 먼동이 튼다.

 

그들의 대화수단은 자신의 손가락을 상대의 손 위에 올려놓고 톡톡 쳐내는 점화입니다. 친구들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친구들을 초대한 어느 날, 같은 장애를 갖고 있는 후배가 영찬씨를 부러워합니다. 자신에게도 순호씨와 같은 존재가, 함께 공부하고 산책하고 대화할 누군가가, 생활을 도와줄 반려자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영찬씨는 자신의 도우미로 순호씨와 결혼했다고 생각하느냐는 반문을 던집니다. 그의 질문 속에는 명백한 답이 들어 있습니다.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순호씨는 영찬씨의 손과 발이 되어주고 눈과 귀가 되어줍니다. 영찬씨는 순호씨의 마음을 읽어주고 시인이 되어줍니다. 일을 할 때 몇 배의 시간이 걸릴지언정, 대화를 할 때 얼마간의 수고를 들일지언정 두 사람의 시간은 지구의 시계에 지배당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의 세계는 바깥에서 보기엔 웅크린 작은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느끼면 무한히 커지는 신비의 공간입니다. 그런 그들도 가끔은 죽음을 떠올립니다.

같은 날 죽어야겠네. (중략) 기도하다가 죽을 때 되면 기도하는 자세로 하늘 나라로 가야 해.

현실을 고민하기도 합니다.

답답할 때는 질주하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린다. 상상 속에선 마구마구 공중을 날아보기도 하고 우주공간을 광속으로 달려보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상일 뿐이다.우주만을 읽을 게 아니라 지구의 현실을 읽어야 하는데.

그래서 영찬씨 홀로 서는 법을 배우고 미래를 예비하기도 합니다. 늘 붙어 있던 두 사람이 떨어져 지냅니다. 혼자 복지관에 간 영찬씨가 지팡이에 의지해 보행하는 법을 배우는 동안 순호씨는 집에서 그를 기다립니다. 그러나 그가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마중나가는 길, 누구보다도 예쁘게 단장합니다. 사랑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는 잘 느끼는 사람입니다. 하나의 감각이 완전히 닫히면 다른 감각은 더욱 열립니다. 기차가 터널을 통과하는 순간을, 파도가 모래사장으로 달려드는 소리를, 빗물의 냄새를, 나무의 마음을 그는 느낍니다. 그리고 그런 그의 곁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작지만 가장 아름다운 한 여자의 사랑을.

가장 값진 것을 보기 위해 잠시 눈을 감고 있는 거다. 가장 참된 것을 듣기 위해 잠시 귀를 닫고 있는 거다. 가장 진실한 말을 하기 위해 잠시 침묵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거다.

‘반짝’이는 순간은 눈 ‘깜박’할 사이에 사라집니다. 찰나인 짧은 시간입니다. 그래서 더욱 예민하게 감각해야 하는 것이죠. 사랑하는 이 순간을, 봄날의 햇빛이 내리 쬐고 있는 오늘을, 꽃이 피고 지는 이 계절을 잘 느낄 때 시간은 느리게 흐릅니다. 그 순간, 우리는 잘 살고 있는 것입니다.

햇살이 풀잎에게 전하는 속삭임을 듣고, 꽃들이 나비를 유혹하는 향기를 맡고, 바람이 피부 속에 스미는 감촉을 느끼러 내일은 굽 낮은 운동화 끈을 꼭 조여 매고 이 땅 위를 걸어야겠어요. 그러다 그 길 위에서 당신들을 만나면 좋겠어요. 함께 감각하는 것, 그것은 잘 사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을 테니까요. 작지만 빛나고 느리지만 아름다운 별의 세계, 그것은 사랑일 테니까요.

별의 ‘반짝’임이 ‘깜박’임을 본 서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