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수나라, 야 이 새끼들아 얘기가 다르잖아?”

“야 이 새끼들아 얘기가 다르잖아?”

고구려의 화가 폭발했다. 수나라가 약속했던 비단교역 지분을 주지 않아서다. 지분을 줄 테니 비단교역 이익을 독점하던 돌궐제국을 같이 공격하자고 한 게 수나라였다.

빡이 친 고구려는 요서를 기습했다. 수양제 100만대군 침입이전에 수문제 30만대군을 대파한 고구려다.

수양제와 전면전을 붙기 전에 고구려가 상업적 어그로를 끌어 수나라 국내 곡물 가격이 폭등하게 만들었다.

SBS  수양제
SBS <연개소문> 수양제

세계대전 고수 전쟁은 이처럼 상업적 이익 문제 때문에 시작한 것이다.

광개토대왕은 선의로 가야까지 원정 가서 왜군과 싸운 게 아니다. 당시 황건기의(황건적의 난 같은 X 같은 말 쓰면 안 된다. 당신이 민중이라면) 위촉오 분쟁으로 중국의 철광석 산지들이 모두 결딴나 가야지방의 철은 국제시세가 어마어마해졌다.

이걸 광개토대왕이 가지려고 했다. 내가 철광을 장악하고 자원의 값을 내 마음대로 매기겠다는 의도다.

KBS
KBS <광개토태왕>

중국사 최대 영웅 당태종에게 치욕을 안겨준 안시성 전투는 사실 은광이라는 상업적 문제가 뒤에 있었고, 역시나 상업적 이해관계로 결론이 나버렸다.

고구려가 말갈 상인을 종용해서 유목제국 설연타를 설득해 장안성 빈집털이를 시켜 당군이 퇴각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

고구려가 망하면 초원과 고구려 사이에서 중개무역으로 재미를 보던 말갈 상인들 역시 폭망하기에 절박할 수밖에 없었다. 연개소문이 움직인 그들은 자신들의 미션을 훌륭하게 수행했고 자신들의 이권을 지켜냈다.

고구려는 500만 내수시장을 가졌던 나라 그리고 평양은 세계적인 국제 무역도시로서 경제생활의 자유를 보장했던 공간이다.

갑작스러운 해수면 상승의 영향으로 평안도와 요동 일대의 염전이 망가지고 고구려페이가 날아가 버렸다.

거기서 나오는 소금으로 고구려는 말갈과 거란을 용병처림 부리곤 했는데 그것이 사라짐으로써 그들에 대한 통제권까지 상실했다. 결국, 거란이 당으로 붙고 패망의 그림자가 짙게 다가온 것이다.

KBS
KBS <대조영>

고구려 그리고 과거 우리 민족사를 보는 프레임, 패러다임이 달라져야 한다. 정치사, 유교적 명분이 아니라 경제문제와 이윤 동기를 충족시켜주는 국제교역, 무역 문제를 갖고 고구려를 살피고 고조선과 발해, 백제, 신라, 가야 역시 봐야 한다.

제주도를 처음으로 말 목장으로 개척한 사람이 고려를 지배한 원나라? 아니 고구려였다. 유목국가에서 사 온 말을 제주도에서 키우면서 따스한 기후에 적응시켜 남중국 국가들에 팔아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인간을 움직이는 건 경제문제와 상업적 동기, 이윤인데 당연히 우리가 우리 민족사, 고대사를 살피는 기준과 프레임 달라져야지 않을까.

진짜 고구려 이야기는 아무 데서나 들을 수 없다, 아니 한 번도 못 들어봤을 수도 있다. 경제문제, 문명사적 이야기를 하지 않고 늘 틀에 박힌 정치 문제를 중심으로만 설명해왔고 유교적 사관에게서 벗어나지 않은 역사적 창을 들이밀었기 때문이다.

올해 두 번이나 밖에서 고구려를 주제로 공개 강의를 했다. 민족주의 뽕(국가 필로폰·국뽕·지난친 민족주의)이나 정치사적 접근에 국한된 작은 고구려, 가짜 고구려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 고구려 이야기를 사람들 앞에서 했다고 생각한다.

손자병법을 위시한 중국의 병서들로 설명하는 고구려, 경제란 프레임으로 설명하는 고구려. 언제든 다시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얼마나 그들이 실리적, 합리적, 상업적 사고로 무장했고 다원적 가치를 포용했던 나라였는지, 왜 우리가 고구려를 자랑스러워해도 좋은지 무엇을 그들에게 배울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임건순

멸종 위기의 젊은 동양철학자
'순자, 절름발이 자라가 천리를 간다' 저자
moo925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