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정통 합기도] 국수주의를 넘어서

몇몇 합기도 단체가 합기도를 인터넷에서 소개할 때 아직도 신라사부로 미나모토 요시미츠(新羅三郞源義光, 신라삼랑원의광)을 시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삼랑이라는 계급을 가진 신라인이라고 주장한다.

역사, 문화, 한문 해석학의 지식이 있다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주장인지 알 수 있지만, 그렇게라도 합기도 종주국을 대한민국으로 하고 싶어 하는 그들의 갈망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일본인 친구는 한국에서 요시미츠를 신라인이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놀랍다”고 말했다. 신라삼랑원의광을 신라인이 아닌 일본의 막부시대를 연 미나모토가(家)라고 소개하자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합기도는 일본이 종주국이라고 하면 마치 매국노라도 되는 양 인신공격을 하곤 한다.

그들의 말을 듣다 보면 거짓말이라도 해야 애국자가 되는 것 같다. 검도나 유도를 보듯 하나의 무도로서 순수하게 합기도를 보려 하지 않는다.

진실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거짓을 말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너무 유치할 정도로 어이가 없다.

스포츠에서는 페어플레이하라고 말하지만, 합기도에서는 논쟁만 있을 뿐 페어플레이가 없다. 공청회나 학술회를 하면 반대 관점의 말도 들어보고 근거에 입각한 반론을 제시해야 하지만 자신들의 주장만 따르는 사람들만 모아놓고 반대편을 마녀 사냥하듯 한다. 자신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인격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인신공격하곤 한다.

신라사부로 미나모토 요시미츠가 신라인이라면 그가 누구의 자손인지, 무슨 일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밝히면 된다.

한국이 종주국이 되려면 먼저 일본에서 건너왔다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일본어와 한국어 발음이 다르니까 아이키도(合氣道)는 일본 것이고 합기도(合氣道)는 한국 것이라고 하는 주장은 상대할 가치조차도 없다.

2013년 러시아에서 열린 월드컴뱃게임즈에서 2인 상대 연무를 보이고 있는 중앙도장장 윤준환 4단
2013년 러시아에서 열린 월드컴뱃게임즈에서 2인 상대 연무를 보이고 있는 중앙도장장 윤준환 4단

지난달 5일 국제스포츠 기구인 스포츠어코드(SportAccord)와 IOC 임원들이 모여서 합기도를 포함한 16개 무술 종목의 2018년 월드컴뱃게임즈 개최를 위한 회의에서 인정 종목의 명칭(평판)을 위태롭게 하는 집단들에 대응, 권리보호를 위해 상호 협력할 것을 논의했다고 한다.

‘위태롭게 하는 집단’이 무슨 의미인지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종목에 대해 권리보호를 한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신라사부로를 신라의 계급으로 말하는 것도, 합기도 종주국을 한국이라고 하는 것도 모두 한국인의 위신을 실추시키는 행위다.

유도나 검도를 종주국이 한국이라고 하는 순간 세계인의 비웃음을 받을 것이다. 남의 것을 변형시켜서 이름도 바꾸지 않고 자기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페어플레이는 경기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상대측의 주장을 먼저 생각하는 것도 잡음을 없애는 것이고 페어플레이라 할 수 있다.

“검도는 일본 것이다, 하지만 세계대회에서 우승할 만큼 우리가 더 잘한다.”라고 하는 말이 더 멋지게 들린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유도 선수들이 자랑스럽지, 일본 무술이라 부끄러운 적이 있던가?

태권도가 가라데에서 출발했지만, 가라데를 넘어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위상을 굳힌 지 오래다. 합기도는 일본 쪽에서 거꾸로 유럽 사범들을 초청할 정도로 유럽의 수준이 발전했다.

전 세계가 지구촌으로 되어가는 지금 우리는 무엇이 옳은 선택일까 생각해 봐야 한다. 유튜브나 보면서 흉내나 내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될 것인지? 세계인과 함께할 것인지?

“우리나라 습속은 남의 나라의 기예를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고 더러는 도리어 비굴하게 여긴다”며 한탄하던 <선조실록>의 기록이 새삼 떠오른다.

윤대현

국제합기도연맹(IAF:International Aikido Federation) 정회원·공인 6단
(사)대한합기도회 회장
합기도신문 발행인
aikidokore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