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우선’ 외친 홍익대, 정작 몰카 사건 피해자와 소통은 전무

피해자 대인공포증으로 집 밖에도 못 나가는 고충 토로

워마드 몰카 사건 그 이후

지난 2일 남성혐오 사이트 ‘워마드’에서 홍익대 회화과 수업 중인 누드모델의 몰카 유출 사실이 본지를 통해 처음으로 보도됐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처음 제보된 해당 사건은 현재 다수의 언론에 의해 보도됐고 경찰 역시 내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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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을 보도하는 데 있어 가장 고민이 되는 지점은 역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와 물타기 시도였다. 아니나 다를까 워마드에서는 재차 피해자를 조롱하는 글이 이어졌고, 일부 학생들은 SNS 댓글창에서 ‘워마드는 페미니즘을 주장한 적 없다’는 사실과 전혀 다른 물타기성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한 일부 커뮤니티 회원은 ‘범인은 남자’라는 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리기도 했다.

30명 남짓한 수업 중에 벌어진 사건임에도 아직까지 범인이 특정되지 않은 채 ‘2차 피해’와 ‘물타기 논란’이 지속되자 일부 언론과 다수의 네티즌은 학교 측이 문제해결에 미온적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여론계도’에 급급한 학생사회

이러한 논란을 의식한 듯 홍익대 총학생회와 성인권위원회는 지난 6~7일 재차 입장문을 발표했다.

우선 홍익대 총학생회는 “성폭력 범죄에는 남녀 간의 성역”이 없음을 전제한 뒤 지난 5일 토요일 오전에 경찰 측의 사건현장 조사가 있음을 밝히고 추후 수사의 진행상황 전달을 약속했다.

한편 총학생회 측은 다음과 같이 논란에 대해서도 경고(?)하고 나섰다.

이 사건이 자극적으로 공론화되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입니다 (중략) (사건해결을 위한) 이러한 행동을 취했음에도 가해지는 외부인들의 전체 홍익대학교 학생들 및 학교에 대한 비난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아울러 총학생회는 이후 학교에 가해지는 비합리적 비난에 대해 대학 법무팀을 통해 고소로 대응하겠다는 강경한 입장도 발표했다.

홍익대 성인권위원회 역시 이와 유사한 입장을 발표했다.

사건에 대한 ‘페미니즘 찬·반논쟁은 피해자에 대한 또 다른 가해가 될 수 있으며, 이는 또 다른 피해자를 낳습니다.

그리고 해당 학생기구는 “이 사건을 ‘워마드’ 등 커뮤니티와 관련지어 ’페미니즘이 원인이다’라고 규정짓는 것은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는 2차적인 가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익대 총학생회의 입장문(출처 홍익대학교 총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

학생회 입장발표에 피해자와 소통은 전혀 없어

하지만 “무엇보다 피해자를 우선시해야”한다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학생회 측의 입장과 논의과정에 대해 본지와 연락이 닿은 피해당사자는 전혀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뿐만 아니라 총학생회 측은 같은 입장문에서 “모델 에이전시를 통해 지속적으로 해당 학과에서 소통하고 있으며, 두 기관이 협조하여 이 사건 해결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라고 발표했지만 정작 피해자는 사건 해결을 위한 어떤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오히려 모델 당사자는 본지를 통해 “감옥 밖에 있지만, 마치 감옥 안에 있는 것 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밝히며 외부와 단절되어 있는 상황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학생회 차원에서 발표된 입장문에는 이같은 피해자의 상황과 처지에 대한 고려는 전혀 드러나 있지 않다. 아울러 현재까지도 학생사회와 별개로 대학당국의 공식적인 입장발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한 모 모델업계 관계자는 “홍익대는 관련 모델계에서 매출이 가장 큰 거래처”라는 단서조항을 덧붙이며, 모델 에이전시는 대학에 대한 일개 ‘을’의 입장이라 “업계의 돌아가는 방식” 때문에 학교 측에 적극적으로 책임을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현실을 본지에 알려왔다.

특히 이처럼 학교당국이 사건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는 와중에 학생회가 나서서 ‘에이전시와 소통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번 사건이 학생사회에서 논의됐던 학내 성폭력 사건 처리절차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유사사건에서 관련 학내외 단체들이 대책기구를 만들어 피해자에 대한 법률적 대리인 선임, 심리적 상담과 조언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관례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이다.

이같은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대학사회에서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건이 흐지부지되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냐는 의혹 제기는 자연스럽다.

홍익대학교

학교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아

‘에브라티임’ 등 커뮤니티에서 다수의 홍익대 재학생들은 학교 역시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지적하고 나섰다. 회화과 수업 중에 인체모델 몰카 촬영은 수업 진행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법적인 책임과 별개로 학교 측은 피해자의 재활과 사건해결을 위해 적극 지원할 도의적인 책임을 안고 있다.

이처럼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법률적·심리적 지원이 전혀 이뤄지지도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총학생회는 정작 학교 법무팀을 이용해서 자신들에게 향한 비난에 명예훼손 대응부터 하겠다고 나섰다. 입장발표의 순서가 완전히 잘못된 셈이다.

아울러 5일 발표된 소속 모델 에이전시 측은 입장문을 통해 문제의 몰카 유출사진은 수업 ‘쉬는 시간’ 중에 찍힌 것이라 밝혔다. 보통의 경우 모델은 쉬는 시간 중에 가운으로 몸을 가리고 있다. 당시의 상황 설명에 따르면 문제의 몰카는 모델이 몸을 왼쪽으로 틀며 일으키는 순간 딸려 올라간 옷자락 사이로 드러난 국부를 찍은 것이다.

따라서 눈에 띄는 외부인이 수업 시간 중에 몰래 들어와 해당순간을 정확히 포착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며 그보다는 쉬는 시간의 혼란한 틈을 타 피해자 모델의 흐트러진 모습을 노린 수업 내부인의 악의적인 행동일 가능성이 매우 큰 것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피해상황에 대한 학교 측의 책임을 면피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처리하려 한다는 의혹이 커지자 네티즌들의 질타가 현재에도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