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단식 총정리

야심차게 시작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단식이 명분도 이득도 없이 끝나게 생겼다.

김성태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최초로 찬성하고 청문회를 주도했다. JTBC의 <썰전>에도 출연하는 등 좋은 이미지를 굳히며 새누리당의 양심, 갓성태, MC성태 등으로 불렸으나 이번에는 과했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도 다급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대통령 지지율이 3주 연속 상승해 7일에는 77.4%를 기록하고, 진보와 중도, 보수 온 국민이 평화와 종전협상을 바라고 있는 분위기다. 김 대표는 돌연 김경수-드루킹 게이트를 특검으로 규명해야 한다며 지난 3일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그는 블로그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오늘 이 시간부로
무기한 노숙단식투쟁에 돌입합니다.
국민적 요구를 뭉개는 이 정권의 불통을
더 이상 내버려둘 수 없습니다.

댓글여론조작의 전모를,
민주주의파괴의 음모를
특검을 통해 반드시 밝혀내겠습니다!

출처
무기한 노숙단식투쟁에 돌입합니다

김성태의 단식 농성 선언에 국민은 냉소를 보였다. 단식이 웃음거리가 되는 듯이 보였다. 농성장에 단식을 확인할 수 있는 관찰카메라를 달아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왔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뿔이 단단히 났다. 정청래 전 의원도 거들었다.

홍 대표는 3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면서 노숙 투쟁을 하겠다는 김성태 원내대표를 조롱하고 CCTV를 설치해서 감시하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하는 저들이다. 후안무치하고 오만방자한 저들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남북위장평화쇼로 모든 것을 덮겠다는 저들의 계략을 국민들이 속아 넘어갈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민심이 보여줄 것으로 나는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3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김 원내대표가) 진짜로 노숙하며 단식투쟁하는지 국민들이 항상 지켜볼 수 있도록 24시 관찰카메라 설치를 부탁드린다. 제 1야당의 원내대표로 국민들에게 한 번 내뱉은 말을 끝까지 책임지는 김 의원님의 모습을 항상 보고 싶다. 응원한다. 남자로 태어나 칼을 뽑았으나 끝까지 가즈아(가자)!”라는 청원 개요를 남겼다.

이 청원은 게시된 지 약 5시간 만에 1만2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도 ‘단식 선배’로서 김 원내대표에게 조언(?)을 전했다.

정 전 의원은 이날 트위터에 “단식은 힘든거다. 2주간은 지방질을 태우고 2주후부터 단백질을 태운다. 2주후부터 정말 힘들다. 진정성이 없으면 못한다. 쇼를 위한 단식은 금물이다. 못버틴다. 정말 힘들면 중단하라. 중단의 명분찾다가 큰일난다. 특검도 좋지만 당신 몸을 생각하라!”고 썼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 대표가 단식 농성 중인 가운데 YS의 회고록이 놓여있다(출처 김성태 의원 블로그)

다음날인 4일, 김 대표의 블로그에는 또 하나의 글이 올라온다. 마스크를 쓰고, 지친 모습이 역력한 모습인 김 대표 옆에는 YS의 회고록 두 권이 놓여있다. 블로그에는 다음과 같은 심오한 글이 올라왔다.

인생은 투쟁이다.
자유를 위한 투쟁,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
부정에 대한 정의의 투쟁.

투쟁이 없으면 인생이 없고, 자유가 없으며
나 또한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 김영삼 전 대통령 회고록
<민주주의를 위한 나의 투쟁 中>

출처
인생은 투쟁이다

SNS 담당 보좌진에게 책의 특정 구절을 알려주며 블로그에 업로드를 지시한 것일까. 김 대표는 이때 조롱과 욕설 문자를 받았다고 토로한다. 이에 세월호 유가족 ‘유민 아빠’ 김영오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김 대표를 공개 비판했다. 김씨는 2014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46일 간 서울 광화문 농성장에서 단식투쟁에 나선 바 있다.

그는 김 원내대표가 “조롱과 욕설 문자를 받았다”며 취재진들에게 토로한 것을 두고 “저는 단식을 시작하고 하루에 5000~10000개의 악플에 시달렸다. 자식을 잃은 아빠를 비난하고 조롱하며 죽은 아이들을 오뎅이라 부르며 모욕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굶으면 반드시 진실은 밝혀진다고요?’ 웃기는 소리하지 마십시오. 저는 46일 단식했어도 진실은커녕 은폐하고 조작하며 비하하고 조롱까지 당했다”면서 “지금 진정으로 나라를 위한다면 국회를 정상화하는 것 아닌가? 46일 단식을 한 사람으로서 인간적으로 단식하는 사람을 조롱하고 싶지 않지만 세월호를 방해한 당신과 자유한국당을 비난하고 조롱하고 싶다”고 했다.

5일에는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경찰과 자유한국당 등에 따르면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2시40분쯤 화장실로 향하던 도중, 주변을 배회하던 김모(31)씨로부터 폭행당했다. 당시 왼쪽 팔에 ‘목걸이 붕대’를 감고 있던 김씨는 “악수 하자”며 김 원내대표에 접근한 뒤, 돌연 붕대를 벗고 달려든 것으로 전해졌다. 목격자는 “김씨가 몸을 날리면서 주먹질 했다”며 “턱을 얻어 맞은 김 원내대표는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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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턱부위를 1차례 가격당한 김 대표는 다행히 CT와 X-Ray 촬영 소견으로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목 보조기를 연일 착용하고 다니고 있다. <서울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보조기는 중증도 환자에게 사용하는 제품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 대표가 필라델피아 목 보조기를 착용한 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출처 김성태 의원 블로그)

김성태 원내대표가 퇴원 후에도 필라델피아 목보조기를 착용한 것에 대해 ‘경추 골절이나 척추 손상도 아닌 사람이 왜 필라델피아 목보조기를 계속 착용하느냐’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의료기구 판매처들은 필라델피아 목 보조기에 대해 “머리와 목뼈의 회선, 굴곡을 제한하는 경우 중증도 환자에게 사용하는 제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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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은 릴레이 단식을 나섰다.

자유한국당은 소속 의원 10명씩 릴레이 동조 단식을 벌인다. 김 원내대표가 폭행당한 걸 ‘정치 테러’라 규정하면서 단체행동에 나섰다. 한국당은 김 원내대표 습격사건이 발생한 5일 밤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이같이 정했다. 지난달 17일 시작한 천막농성 참여 의원을 기존 3~4명에서 10명으로 확대하고, 동조단식을 하기로 했다.

8일 2시, 단식은 끝난다. 더불어민주당이 ‘드루킹 특검’의 조건부 수용을 밝히면서 ‘특검과 추가경정예산(추경) 24일 동시 처리’를 요구했으나,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이 ‘특검 즉각 수용’을 주장하면서 타결에 실패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7일 의원총회 후 기자회견에서 “내일 오후 2시까지 민주당의 성의 있는 답변이 없으면 21일째를 맞은 천막농성과 노숙단식 투쟁까지 모든 것을 접고 이대로 5월 국회 종료를 선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조건 특검을 민주당이 수용하지 않으면 5월 국회 전면 보이콧과 함께 농성과 5일째 이어온 단식농성을 끝내겠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의 장외투쟁 종료선언으로 풀이된다.

한국당은 민주당이 조건없는 특검을 수용하면 농성과 단식 명분이 해소되는 만큼 장외투쟁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김 원내대표의 이날 발언은 특검 수용 여부와 관게없이 8일 오후 2시를 끝으로 한국당의 천막농성과 단식투쟁을 마무리하겠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