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찬의 리얼한 대한민국] 젠더 갈등의 오랜 떡밥 ‘징병제’

최근 메갈리아 논쟁에서 한 가지 순효과가 있다면 과연 페미니즘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점이다. 과연 젠더 이퀄리티의 가치라는 것이 어떤 전제를 통해 형성하고, 내재화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은 안티 메갈리즘에게도 분명 존재하는 사고이기 때문이다.

김자연 성우의 메갈리안 후원 티셔츠 인증 트윗
김자연 성우의 메갈리안 후원 티셔츠 인증 트윗

필자는 메갈리아 혹은 워마드의 표현에 대해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젠더 갈등에서 페미니즘 전선이 오랫동안 붙잡았던 갈등 하나를 서술하고자 한다. 바로 남성의 군 병역이다.

사람들이 징병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지만, 기본적으로 징병은 ‘역(役)’이라고 할 수 있다. 전근대 사회에서는 ‘군역’이었고, 오늘날에는 ‘병역’으로 불린다. 역역(力役)도 그렇지만 이 기원은 물질로 대체할 수 없는 노동 조세에 해당한다.

여기서 우리는 조세 부과의 기본 원칙 하나를 이해해야 한다. 바로 ‘수평적 공평성’과 ‘수직적 공평성’이다.

이 두 원칙은 현대 재정학에서도 쓰이는 원칙이다. 수평적 공평성은 같은 담세 능력이면 같은 조세를 부과하는 것이고, 수직적 공평성은 다른 담세 능력이면, 다른 조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당연히 ‘역’이라는 것도 사실상의 노동 조세이기 때문에 전근대 사회에서는 ‘장정’이라는 기준을 통해 부과했다. 나이에 맞춰서 무차별적 군역 부담 방식이었다.

그러나 현대 국가는 국민역이라는 기준으로 병역 부담 능력을 평가한다. 크게는 제1국민역과 제2국민역으로 나뉜다.

인간의 신체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병무청은 일정한 기준의 컷오프 방식을 채택해 기준 이상이면 제1국민역으로 편입시켰고, 그 속에서 현역과 보충역을 구분했다.

이상진 서울지방병무청장이 지난해 1월 21일 2015년도 징병검사에서 첫 현역판정을 받은 수검자를 격려했다.
이상진 서울지방병무청장이 지난해 1월 21일 2015년도 징병검사에서 첫 현역판정을 받은 수검자를 격려했다.

이 두 단계를 마친 집단을 예비역으로 분류했고, 예비역의 의무를 다하면 제2국민역의 민방위가 된다.

때로는 사회적 기준으로 ‘병영 질서에 위해가 되는 자’는 ‘사회적 취약 계층’과 ‘육체적 장애를 가진 자’가 제2국민역 혹은 면제가 된다.

최근에는 이 제1국민역과 제2국민역에 대한 호칭이 ‘현역 준비역’과 ‘전시 지원역’으로 바뀌었는데, 기존의 명칭을 살펴보면 특별한 국가관이 하나 도출된다.

즉, 병역 의무를 질 수 있는 자만을 ‘국민’으로 취급한다는 말이다.

현재 한국 사회의 여성은 이러한 국민역 대상 평가에서도 제외된다는 성차별이 존재한다. 병역 의무를 이행할 능력이 없다고 판정을 내린 것이다.

최근 노르웨이 여성들이 여성 징집을 페미니즘 운동의 기치로 삼은 이유는 바로 여기에 존재하는 ‘국민으로서 역의 의무’에 대한 능력 여부와 관련된 것이었다.

전통적으로 신체적 약자에 해당하는 여성이 아니라 남자와 같이 독립적 전투 수행능력을 갖추고, 국민으로서 국방의 의무를 행사할 수 있는 주체를 증명하기 위한 법적 투쟁이었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즉, 노르웨이 여성들의 젠더 이퀄리티는 다름 아닌 여성의 독립성을 재인식시키는 과정의 하나였던 셈이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은 징집의 대상이 될 필요가 없다. 당연하게도 앞서 말한 ‘수평적 혹은 수직적 공평성’에 따라 분류한 남성 인력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젠더 이퀄리티라는 사상을 투영하기 위해 굳이 여성 사병을 더 징집하는 것이 비효율적인 군 체제고 충분한 전쟁 억지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또한, 그 기회비용으로서 최대한 많은 면제 남성과 여성이 경제 활동을 하며 조세를 내는 것이 국방에 더 효율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노르웨이 이슈는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로 ‘국민’이라는 규정에서 여성의 위치를 재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헌법상 여성을 병역 대상자로 바라보지 않는 상황이 위헌이 되더라도 실제 여성이 징집되진 않는다.

바로 앞서 말한 ‘수직적 혹은 수평적 공평성’의 원칙 때문이다. 만약 여성을 진짜 징집한다면 이스라엘처럼 전쟁 억지를 위해 더 많은 인원이 필요한 경우다.

이스라엘 군인
이스라엘 군인

그러나 면제를 받더라도 여성은 ‘신체검사’를 통해 마땅히 ‘전시 준비역’이라는 지위를 쟁취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바로 남성과 동등한 시민이자 국가의 주체라는 것을 선언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페미니즘 논란에서 ‘군대’는 남성성의 상징이자 페미니즘의 대척점에 서 있었다. 그래서 혹자는 군대를 ‘살인 기술이나 배워오는 곳’으로 격하했고, 이러한 역할론에 ‘성차별 발언’을 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거의 모든 나라는 국방의 의무를 행한 시민을 존중한다. 그리고 우대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국방 서비스라는 반대급부 없는 공공재 생산에 기여한 구성원에게 페미니즘의 성 대결 구도는 결과적으로 혐오와 박탈감을 지속해서 재생산할 뿐이다.

사실 이 병역 논란에 여성은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무와 권리가 있었다. 결국, 군대가 여성들과 분리되면서 벌어진 결과는 ‘병영 내 부조리’에 의한 문제를 남성들의 특질로 치환했고, 그런 악습에 길든 남성이 사회에 나와 여성을 비하하고, 차별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공동체 구성원이자 국방 서비스를 제공하는 집단으로서의 군인에 대해 여성들의 관심과 감시는 매우 절실한 문제이기도 하다.

서로 대척점에 있지 않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임형찬

'정치하지마라' 저자
bucurest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