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산책] 늪에 빠진 불황 세대의 코호트 효과

IMF 세대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우리나라가 혹독한 금융위기를 겪던 시절 고등학교 또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업 전선으로 뛰어든 세대를 지칭합니다.

그런데 그 시절 졸업한 분들은 노동시장에 진입한 첫 해에 취직이 힘들어서 고생했던 것이 다가 아니었습니다. 그 분들은 그런 힘든 상황이 몇 년이 지나도, 심지어 전체 경기가 회복돼도, 자신들에게는 풀리지 않았다고 증언하시곤 합니다.

1997년 12월 약정서를 교환 중인 임창열 전 경제부총리와 캉드시 당시 IMF 총재

단지 경제위기 상황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일종의 코호트 효과가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은 실재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경험자들이 혹은 미디어가 감정적으로 부풀린 것일까요? 만약 실재하는 현상이라면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요?

미국 예일대학교의 경제학자 Kahn(2010)은 그것이 실재하는 현상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보였습니다. 미국의 패널 데이터인 NLSY(National Longitudinal Survey of Youth)를 사용해, Kahn은 불황기에 졸업한 이들의 임금은 그렇지 않은 세대에 비해서 수년에 걸쳐서 지속적으로 낮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캐나다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발견됐습니다. Oreopoulos et al(2012)는 매우 정교한 캐나다 데이터를 사용했습니다. 고용인-피고용인 연결 데이터입니다. 즉 특정 어떤 개인이 특정 어떤 기업에 언제부터 언제까지 고용되었다가 언제부터는 무직 상태였는지 등이 모두 나오는 데이터를 말합니다.

이런 특성을 갖는 데이터를 사용한 덕택에 그들은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불황기에 졸업한 이들은 그렇지 않은 세대에 비해서 첫 직장의 질 자체가 낮다는 점을 보였습니다. (고용주의 질은 그가 노동자들에게 수년에 걸쳐서 지급해 온 임금의 평균 수준 등으로 측정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이 노동자들도 자신이 불황기에 졸업한 것 때문에 다른 세대에 비해서 나쁜 직장을 잡았다는 것을 아는가 봅니다. 그들은 몇년에 걸쳐서 빈번한 직장 이동을 경험합니다. 그 과정을 거치면서 더 질이 높은 고용주로 이동하게 됩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불황기에 졸업했다는 이유로 손해를 보았던 것을 점차, 몇 년에 걸쳐서, 조금씩 만회해 나아가게 됩니다.

사진=구직활동

이들의 연구는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대부분 검증됐습니다. 노르웨이 자료를 이용한 Liu et al(2016)의 연구를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이들은 노르웨이에서도 불황 세대의 코호트 효과가 분명히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Oreopoulos et al(2012)과 마찬가지로 이들도 첫 직장의 낮은 질이 이런 현상을 야기한다는 것을 재차 검증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재능 불일치 현상(대학에서 배운 지식과 첫 직장에서 요구하는 능력의 종류가 다른 현상)이 불황 세대의 경우 크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런 불일치가 불황 세대의 코호트 효과의 많은 부분을 설명한다는 점을 밝힙니다.

더 나아가 노동자의 능력이나 전공에 따라서 이런 코호트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는지 여부에 대한 연구도 활발합니다. 예를 들어 Altonji et al(2016)은 미국 데이터를 사용해 고소득 학문을 대학에서 전공한 사람들은 불황 때 졸업해도 비교적 타격을 덜 받는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한 기업 내부에서는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요? 이 연구들은 한 나라 전체의 관점에서 불황 세대와 여타 세대를 비교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특정 기업 내부에서는 어떨까요?

이에 대해서 Baker et al(1994)의 논문이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입사 시점에서의 코호트 평균 임금이 낮은 코호트는 지속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즉 1974년 입사동기와 1975년 입사동기 그룹을 비교해보면 이들의 임금 차이는 거의 변동하지 않습니다. 즉 기업 내부에서마저 코호트 효과가 명백하게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한국 데이터를 사용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수많은 사례를 비추어보면 IMF 세대도 비슷한 고충을 장기적으로 겪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IMF를 겪은 한국 불황 세대의 코호트 연구가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Altonji, Joseph G., Lisa B. Kahn, and Jamin D. Speer. “Cashier or consultant? Entry labor market conditions, field of study, and career success.” Journal of Labor Economics 34.S1 (2016): S361-S401.

Baker, George, Michael Gibbs, and Bengt Holmstrom. “The wage policy of a firm.”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109.4 (1994): 921-955.

Kahn, Lisa B. “The long-term labor market consequences of graduating from college in a bad economy.” Labour Economics17.2 (2010): 303-316.

Liu, Kai, Kjell G. Salvanes, and Erik Ø. Sørensen. “Good skills in bad times: Cyclical skill mismatch and the long-term effects of graduating in a recession.” European Economic Review 84 (2016): 3-17.

Oreopoulos, Philip, Till Von Wachter, and Andrew Heisz. “The short-and long-term career effects of graduating in a recession.” American Economic Journal: Applied Economics4.1 (2012): 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