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지간, 선택했다면 최선 다해야

지방에 갈 일이 있어 버스터미널에 가면 사람들로 북적이는 주변식당을 보곤 한다. 나오는 음식을 보면 정성을 담았다고 보기엔 잠깐 허기를 달래기 위한 가벼운 음식이 대부분이다. 뜨내기손님을 대하는 식당이 이른바 ‘단골장사’를 기대하긴 어렵다. 오죽하면 역과 터미널 식당은 피하라는 말이 있겠는가.

역으로 무술계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몇가지 기술이나 빼가려는 의도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가르치다가 실망과 배신감을 느끼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그런 일이 누적되면 진심으로 배움을 찾아온 사람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백화점 문화센터 고객처럼 사람관계를 유지하는 일은 “평생무도”의 길을 선택한 사람에게는 쉽사리 선택하기 힘들다.

오히려 일본에서는 수련생을 ‘데시(弟子)’와 ‘우치데시(内弟子)’로 구분해서 가르치는 곳이 많다. 데시는 초심자나 편안하게 수련하는 일반회원을 말한다. 우치데시는 내제자로 일반회원과 구분된다. 비교하자면 <성경>에서 예수님의 열두제자를 우치데시라고 할 수 있다. 부모와 다르게 선생은 내가 선택한 것이고 스스로 선택한 만큼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제자의 올바른 태도라 할 수 있다. 무도에서의 선생과 제자의 관계는 식당에 뜨내기손님처럼 또 그런 손님을 대하는 주인장과 같아서는 안 된다.

집안에 선생이 없다는 것은 본을 보여주는 어른이 없고 틀렸을때 지적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 윤대현

가끔 다른 무술 체육관을 운영하는 지도자가 찾아오곤 하는데 선생을 대하는 태도가 어찌나 가벼운지 당혹스러운 때가 있다. 테크닉 몇 가지 배워서 가르치려고 하는 사람들이다. 스승이 없는 사람일수록 그런 태도는 심하게 드러난다.

일본의 고류무술에서 발전한 현대무도의 대표는 검도와 유도 그리고 합기도(Aikido)다. 옛 검술과 유술이 근대화된 이후 검도와 유도가 됐다. 검도와 유도는 교학 시스템이 잘 형성돼 있다. 때문에 타무술을 기웃거리는 행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물론 유도 창시자가 아이키도 창시자를 만나고 그의 제자들을 보내 아이키도를 배우게 했고, 일부는 유도 기술에 스며든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일본의 검도는 거합(居合) 이외에 고류(古流)를 수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병행 수련을 통해서 검도의 수행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분야에 대한 탐구는 권장한다.

이러한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는 노하우가 축적돼 있고, 검도에 대한 확고부동한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에 비해 지식이나 경험도 없이 전혀 조합이 맞지 않는 운동을 저가 김밥 체인점처럼 나열만 해 놓은 무술이 있다. 의미 없는 나열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제자의 시행착오를 줄여 주는 사람이 선생이다. 선생은 올바른 길을 제시하고 보여주는 사람이다. 선배도 마찬가지다. 검도나 유도처럼 완성도가 높은 무술일수록 상위 레벨에 오르기 전까지 외부에 눈을 돌릴 틈이 없다. 자신의 분야에서 극의(極意)를 얻기까지도 깊고도 넓은 과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배움을 청해야할 선생과 선배가 쟁쟁하게 포진해 있다.

따를만한 선생이 없는 무술이 이것저것 받아들이다 보면 유기적 결합이 없는 기술의 나열밖에 안 된다. 뜨내기손님을 상대하는 식당의 메뉴처럼 종류는 많아도 깊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틀린 것을 바로잡아주는 선생이 있어야 한다. 선택할 수 없는 부모와 다르게 선생은 선택하는 것인 만큼 최선을 대해야 한다. 그런 제자를 대하는 선생도 신뢰가 있어야 한다. 그렇게 서로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선생과 제자가 되어야 한다.

신뢰가 없는 관계를 사제지간이라 말하기 어렵다. 데시(일반회원)도 열심히 따르다 보면 내제자(우치데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제자가 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들이고 이전에 배운 무술에서 잘못된 습관이 몸에 배어 더 이상 고칠 수 없는 사람들이다.

언제까지나 제자로서만 머물러 있는 것은 스승에 대한 좋은 보답이 아니다. 하지만 뜨내기손님을 대하는 식당주인처럼 가벼운 메뉴를 잔뜩 늘려놓은 것처럼 한 가지라도 똑바로 하는 것이 없는 곳에서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말하는 것 자체가 우습다. 선택했으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