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산책] 실직의 장기적 영향

우리는 경험적으로 실직의 영향이 단기적이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직장을 잃은 후에 바로 새 직장을 찾고, 임금도 예전만큼 받고, 그 새 직장에서 예전 직장만큼 오래 근무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입니다.

Davis and Von Wachter(2011)는 엄밀한 계량경제학적 방법론을 사용해 이런 현상이 실제로 일어나며 그 강도도 크다는 사실을 미국 데이터를 이용해 증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런 것일까요? 실직을 한다고 해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 노동자의 생산성은 아마 사실 거의 그대로일 것입니다.

노동자 개인의 생산성 자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실직이라는 사건이 그의 미래 고용상태와 임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뭔가 아직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메커니즘이 이 현상 속에 숨어있음을 시사합니다.

이 주제는 미시적으로는 해당 노동자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점에서, 그리고 거시적으로는 경기변동의 비용과 관련 있다는 점에서 중요합니다. 다음에 다른 글에서 다뤄야 하겠지만 정책적 함의를 가진다는 점에서도 중요합니다.

 

이 현상에 대해서 프린스턴대학의 교수 Jarosch(2015)의 모델이 이 분야에서 가장 성공적인 설명 중 하나를 제공합니다.

첫째, 노동자들은 자신이 궁극적 이상으로 삼는 직장을 바로 잡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점진적으로 직장을 바꿔갑니다. 시장에는 탐색 마찰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이동은 대부분 생산성이 낮은 기업에서 높은 기업으로 이루어집니다. 이미 잘 나가는 기업에 있는 사람이 낮은 데로 갈 이유는 없을 테니까요.

성공으로 향하는 사다리 © 픽사베이

이런 과정을 사다리 타기에 비유 해보겠습니다. 그렇게 몇 단계 직장을 이동하는 사다리를 타다가 갑자기 실직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이 노동자는 탐색 마찰 때문에 또 다시 사다리의 첫 단계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둘째, 노동자들은 사다리를 타며 직장을 이동할 때, 자신의 현재 임금을 협상의 도구로 활용합니다. 이미 기업 A에서 일을 하고 있는 노동자에게 기업 B가 접근해서 데려가려고 협상을 벌인다고 합시다.

그러면 이 노동자는 A에서 이미 받고 있는 조건을 B와의 협상도구로 활용할 수도 있고, B에게서 받은 제안을 A에게 들고 가서 임금인상을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노동자도 한 번 실직을 하게 되면 똑같은 기업 B가 와서 협상을 할 때에도 협상의 도구로 쓸 수 있는 현재 직장이 없습니다.

셋째, 이 둘째 포인트에서 말한 점은 사실 생각보다도 훨씬 심각한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노동자들은 사다리를 타고 이동하면서 “협상 벤치마크”를 키워나가기 때문입니다.

기업 A에서 기업 B로 이동할 때는 기업 A를 협상의 벤치마크로 활용하고, B에 있다가 C의 영입 제안을 받으면 B에서 받는 임금을 협상의 벤치마크로 활용합니다.

이런 과정은 계속 됩니다. 이렇게 점진적으로 기업 G까지 이동했다고 합시다. 그런데 이때 실직을 하면, 이 노동자의 협상 벤치마크는 F도 D도 아닌 실직자의 벤치마크로 순식간에 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실업

넷째, 노동자는 사다리를 타며 이동할 때 단지 더 생산성이 높은 기업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더 안정성이 높은 기업으로 이동하려는 욕구도 강합니다. 따라서 노동자가 처음 직장을 잡았을 때는 안정성이 다소 낮은 기업에 있었다가 가면 갈수록 안정성이 높은 기업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데이터를 보면 젊은이들에 비해서 중년층은 고용된 상태에서 미고용된 상태로 전환하는 빈도가 매우 낮습니다. 물론 세대 간 격차에는 이것만 원인인 것은 아니지만요.

그런데 이렇게 더 안정적인 기업으로 사다리를 타고 가다가 갑자기 실직을 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제 다시 처음부터 사다리를 올라야 합니다.

그러면 설령 이 노동자가 다시 직장을 찾더라도 이 직장은 안정성이 낮은 기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용주의 생산성만 잃은 것이 아니라 고용주의 안정성마저 잃은 것이죠.

다섯째, 실업 기간에는 일의 경험을 쌓아가며 인적 자본을 증가시키는 과정(learning by doing)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사실 인적자본이 감소합니다. 배웠던 기술을 시간이 지나면서 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실직이 장기화되면 노동자의 생산성 자체에도 사실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Jarosch는 이 모든 요소를 갖춘 모델을 독일 데이터를 사용해 테스트합니다. 실직의 장기적 영향이 독일에도 존재함을 앞서 말한 Davis and von Wachter의 기법으로 보인 후, 데이터에서 드러나는 패턴과 자신의 모델이 예측하는 패턴이 질적으로건 양적으로건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앞서 적었듯이 이 주제는 정책적 함의 때문에 더욱 중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다음에는 해당 연구가 실업급여 정책에 대해 시사하는 바에 대해서도 글을 써보겠습니다.

Davis, Steven J., and Till M. Von Wachter. Recessions and the cost of job loss. No. w17638.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2011.

Jarosch, Gregor. “Searching for job security and the consequences of job loss.” Manuscript, Princeton University(2015).

Krolikowski, Pawel. “Job ladders and earnings of displaced workers.” American Economic Journal: Macroeconomics 9.2 (2017): 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