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전지적 참견시점’ 사태, 개인의 악행 아닌 MBC 구조적 문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위원장 허미숙)가 17일 오후 회의를 열어 세월호참사 보도 화면 사용으로 논란을 빚은 MBC <전지적 참견시점(전참시)>에 역대 지상파 최고수위의 제재를 내렸다. 지상파 최초 과징금 의결이다. 과징금 부과는 방심위에서 부과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수위의 제재로, 2008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지상파 방송국에 과징금이 부과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세월호참사 보도 화면 사용으로 논란을 빚은 MBC <전지적 참견시점>

방심위 방송소위는 이날 회의에서 “고의성이 명백히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본 사안은 약자와 피해자를 고려하지 못한 최악의 사례”이며 “다시보기 중지 등의 조치 외에 즉각적인 사과와 같은 윤리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단순히 제작진 몇몇의 실수로 보이기보다는 MBC 전반의 제작윤리와 관행에 심각한 문제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방심위 관계자는 “전체회의에서 과징금 부과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며, 과징금 액수는 따로 회의를 열어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상파의 경우 과징금 기준금액은 3000만원이다.

앞서 최승호 MBC 사장이 16일 밤 올린 페이스북 글을 보면 이들이 과연 반성은 하는지 의문이다.

최승호 MBC 사장의 페이스북 글

최 사장은 이날 쓴 글에서 “이 사건에서 제작진의 ‘고의성’은 없었다는 조사 결과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연한 반응”이라며 “그러나 조사 결과는 누구 한 사람의 고의적 행위가 아니라 MBC의 제작 시스템, 제작진의 의식 전반의 큰 문제를 드러냈다. MBC로서는 한 개인의 악행이라는 결론보다 훨씬 아프고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는 결론”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MBC는 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오동운 문화방송 홍보심의국 부장은 “조연출 면담 결과, 그는 세월호 관련 영상을 삽입한 것에 대해 ‘효과를 내기 위해 최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며 “조연출은 당시 배경만 흐리게 처리하고 ‘멘트’만을 사용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MBC 조사 결과와 관련해 4·16 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기가 막혔던 건, 잘못한 사람이 없었다. 그게 결론이더라”라고 지적했다. 그는 15일 ‘언론에 따른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피해자 증언대회-세월호 참사를 통해 본 언론 보도의 문제점’ 토론회에서 “‘속보입니다’ 하는 장면을 갖고 왔는데 문제 되면 당연히 윗사람이 알아서 거르겠지 하면서 평소에 하던 대로 한 게 결과가 이렇게 된 것”이라며 “문화방송은 제작진의 입장, 출연자의 입장은 많이 고려하면서, 왜 시청자와 피해자는 고려 안 하는가. 그분들 조사 결과 보면 잘못한 사람은 없다. 그런데 우린 또 죽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전참시>는 방송인 이영자씨가 어묵을 먹은 뒤 매니저에게 단골 식당 요리사를 소개해달라고 말한 내용에 이어 “[속보] 이영자 어묵 먹다 말고 충격 고백”이라는 자막을 세월호 참사 당일 MBC 특보 화면과 함께 내보냈다. 당시 뉴스화면에 블러 처리를 했지만 침몰한 세월호가 배경이었던 데다 ‘어묵’이 ‘일간베스트(일베)’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조롱할 때 쓰는 표현이어서 논란이 더 커졌다.

최승호 MBC 사장 페이스북 글 전문

<전지적 참견시점>이 세월호 뉴스에 어묵이라는 자막을 사용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가 마무리됐습니다. 하필 세월호 뉴스 영상에 어묵이라는 자막을 결부시킨 이 사건이 터졌을 때 저 역시 불순한 생각을 가진 제작진이 의도적으로 벌인 일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런 사건을 벌였을 때 자신에게 돌아올 결과를 생각한다면 감히 그런 일을 벌일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월호 뉴스 영상과 어묵이란 자막을 결부시키는 일은 의도성이 있지 않고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저희는 내부 인사가 이 사건을 조사해서는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세월호 유족들을 변호해오신 오세범 변호사님께 조사를 주도해주실 것을 부탁드렸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오세범 변호사님은 민감하기 짝이 없는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수락해주셨습니다. 오세범 변호사님과 내부 조사위원들이 1차 조사를 한 뒤에는 세월호 유족 대표들께 조사 결과를 말씀드렸습니다. 유족들은 일부 사항에 대해 추가 조사를 당부하셨고 저희는 그 조사를 한 뒤 다시 결과를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제작진의 ‘고의성’은 없었다는 조사 결과에 대해 많은 분들이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을 보이고 계십니다. 당연한 반응입니다. 저도 그 점이 이해되지 않아 조사위원들에게 몇 번이고 되물었습니다. 누구 한 사람의 고의적인 행동이 있었다면 MBC는 그에 대한 강도 높은 책임을 물음으로써 좀 더 쉽게 시청자들을 납득시킬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조사 결과는 누구 한 사람의 고의적 행위가 아니라 MBC의 제작 시스템, 제작진의 의식 전반의 큰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MBC로서는 한 개인의 악행이라는 결론보다 훨씬 아프고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는 결론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세월호 영상인줄 알면서도 ‘흐리게 처리하면 세월호 영상인 줄 모를 것’이라고 생각해 해당 영상을 사용한 부분입니다. 타인의 아픔이 절절하게 묻어 있는 영상을 흐리게 처리해 재미의 소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식이 문제입니다. 방송의 재미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편집하는 영상이 누군가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깊이 고민하지 않는 안이함이 우리 제작과정에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입니다. 그리고 MBC의 시스템은 그 나쁜 영상이 만들어지기 전에 막지 못했을 뿐 아니라 만들어진 뒤에도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MBC 제작진의 의식과 시스템을 바꿀 것인가. 당연히 제작진과 관리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을 할 것입니다. 또한 앞으로는 자료 사용에 대한 게이트키핑을 지금보다 훨씬 강화하겠습니다. 방송 종사자들의 사회 공동체 현안에 대한 사회적 감수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교육하겠습니다.

오늘 MBC에서 세월호 가족들의 꽃잎 편지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저는 다시 한 번 유족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올렸습니다. 그 자리에서 세월호 유족인 꽃마중 김미나 단장님은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세월호가 가라앉고 있는 영상, 물론 세월호 사건을 알리기 위해서는 여러분이 그 장면을 쓰셔야겠지만 그 영상이 바로 우리 아이들이 몸부림치는 장면이라는 것을 알면서 썼으면 좋겠습니다.”

김미나 단장님, 아니 건우 어머니의 말씀을 제 가슴 깊이 새깁니다. 아울러 그 말씀을 우리 MBC 구성원들에게도 반복 반복 또 반복해 들려주고 싶습니다. 세월호 뿐 아니라 우리가 다루는 모든 영상들은 그 영상이 찍힌 상황의 맥락이 제거된 채 재미의 소재로 사용돼서는 안됩니다.

물론 저는 MBC 구성원들의 진정성을 믿습니다. 어떤 방송사보다 더 큰 아픔을 겪었고 더 싸웠고 더 고민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충분한 것이었던가? 아직 우리의 성찰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이번 사건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