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생리대 보도의 문제점

KBS가 이틀 연속으로 ‘단독보도’라는 타이틀로 생리대 안전성 문제를 제기했다.

KBS 16일 보도
[단독] “안전하다더니···식약처 생리대 조사 논란”

KBS 17일 보도
[단독] “경구투여로 생리대 독성판단?···피부가 더 취약”

제목만 보고 필자는 ‘생리대가 유해하다’는 뭔가 대단한 증거라도 나온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뉴스를 보니 대단한 증거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식약처 조사에 은폐와 오류의 의혹을 제기한 것일 뿐이었다. 보도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단한 자료를 은폐한 것도 아니고, 조사의 결론 자체가 흔들릴만한 치명적 오류도 아니다. 그저 해명과 보완이 필요한 정도의 사안이다.

그런데 KBS는 식약처의 해명을 듣기보다는 의혹 제기에만 힘을 쏟았다. 이 과정에서 여성환경연대와 김만구 교수의 주장을 팩트인 양 그대로 펼쳤다. 특히 17일자 보도는 문제가 많았다. 새로운 내용은 전혀 없고 모두 여성환경연대가 주장해온 내용을 그대로 복사했다.

지난해 식약처가 생리대 조사결과를 내놓았을 때 여성환경연대가 발표한 성명서와 언론플레이를 통해 주장한 내용을 그대로 갖다 베낀 수준에 불과했다. 심지어 두 명의 전문가까지도 그대로 베꼈다.

KBS 뉴스에 등장한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 조현희와 서울대 보건전문대 교수 최경호는 여성환경연대의 생리대 관련 행사에 발제자로 참가한 교수들로 여성환경연대의 논리와 주장에 과학적 백그라운드를 제공하는 역할도 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최경호 교수와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조현희 교수 © KBS. 지난해 9월 여성환경연대와 정의당 여성위원회가 주관한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 토론회’의 한 장면. 이번 KBS 보도에 등장한 두 명의 전문가인 최경호 교수(가운데)와 조현희 교수(맨 오른쪽)를 볼 수 있다. © 여성환경연대
여성환경연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 토론회’ 자료집

최경호 교수와 조현희 교수의 발표자료

KBS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도를 하고 싶었다면 식약처의 해명을 충분히 싣고 생리대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전문가도 같은 비중으로 인터뷰해야했다. 하지만 이번 보도는 완전히 여성환경연대만을 위한 편파보도에 가깝다.

여성환경연대의 주장을 그대로 싣고 그들의 편에서 활동해온 전문가만 인터뷰했다. 이에 대한 식약처의 반론이나 해명, 다른 생각을 가진 전문가의 의견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KBS가 어째서 이렇게 대놓고 편파적인 보도를 하는지 그 의도와 배경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뉴스를 강남역 살인사건 2주기 기사와 나란히 배치한 편집은 더욱 의문을 남긴다.

식약처는 KBS 보도에 대해 17일과 18일, 연이어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식약처의 해명은 대중에게 다가가기에 “매우 부족하다”를 뛰어넘어 부실하게까지 느껴진다. 이 정도의 해명으로는 대중을 이해시킬 수 없으며 오히려 의혹만 증폭시킬 뿐이다.

식약처 해명내용
KBS가 ‘18.5.16(수) 보도한 『“안전하다더니”···식약처 생리대 조사 논란』 관련
KBS가 『‘경구투여’로 생리대 독성 판단?···“피부가 더 취약”』 및 『생리대 성분 표시, 유해성 판단 어려워』 보도 내용관련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식약처가 검출을 불검출로 둔갑시키기 위해 일부러 시료량을 줄였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까지 해서 기업을 비호하고 싶었다면 애초에 함량시험법이 아닌 김만구 교수가 했던 방출시험법을 택했을 것이다.

식약처는 생리대가 갖고 있는 최대치의 VOC를 뽑아내기 위해 시험실을 냉방했고 드라이아이스 위에서 가위로 시료를 신속하게 잘라서 액체질소로 순식간에 동결해 120℃ 고열로 VOCs를 검출했다.

그 결과 김만구 교수가 검출해낸 양보다 8~2000배 더 많은 VOC를 검출해냈다. 생리대는 체온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기 때문에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도 이렇게까지 한 것은 화학물질을 최대치로 뽑아내서 가장 혹독한 조건에서 위해성을 판단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왜, 무엇 때문에, 굳이, 식약처가 일부 기업의 검출을 불검출로 바꾸기 위해 시료량을 줄이고 자료를 은폐했단 말인가? 그것도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666개의 엄청난 시료를 시험해야 하는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면서 데이터 조작에까지 신경을 썼단 말인가?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식약처 측의 구체적인 해명을 들어봐야 한다. 아래는 18일 필자가 직접 검출시험에 참여한 식약처 연구원을 전화로 인터뷰한 내용이다. 판단은 여러분에게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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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VOC 검출시험 참여한 식약처 연구원과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