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울렁증’ 처방, 이렇게 하면 무조건 써진다

쓰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일반 글쓰기이든 시험용 논술 훈련이든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초고부터 써야 한다. 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조디 피코의 말처럼 우리는 쓰지도 않은 글을 고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겁먹지 말고 일단 쓰자.

유튜브에서 메이크업 강의 동영상 수십 편을 봐도 직접 안 해보면 소용없듯, 좋다는 논술 교재, 좋다는 글쓰기 책 아무리 읽어도 직접 안 써보면 의미 없다. 중요한 건 ‘보는’ 게 아니라 ‘하는’ 거다.

종이 너머, 노트북 너머에 할머니를 모셔라

그래도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종이 너머에 할머니가 앉아 있다고 상상해보자. 할머니에게 조곤조곤 이야기를 건넨다는 생각으로 쓰면 한결 마음이 편안해진다.

‘할머니 처방’은 기자 초년병 때 선배가 필자에게 주었던 조언이다. 경험도 지식도 없었고 하도 깨져 자신감마저 잃었을 때 필자는 심각하게 기사 공포증을 앓았다. 노트북 앞에만 앉으면 가슴이 답답해져 쉴 새 없이 한숨을 토해냈다. 머리에는 할 말이 있는데 그걸 글로 옮기지를 못했다.

글쓰기 울렁증 처방, 일단 무조건 쓴다

그때 들었던 얘기가 ‘노트북 앞에 할머니를 앉혀 두고 써보라’는 거였다. 할머니한테 설명한다 생각하고 그냥 말하듯이 써보라고 했다. 그 뒤 마법처럼 기사를 잘 쓰게 되었다면 좋을 텐데 당연히 그러지는 않았다. 하지만 퇴고할 초고는 만들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할머니를 앉혀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아무리 글쓰기 초급자라도 어디서 보고 들은 ‘글은 이래야 한다’는 흐릿한 상은 있다. 때로는 이 상이 제약이 돼 글쓰기를 두렵게 만든다.

그런데 논술 시험이라면? 답안지 너머에 채점자를 앉혀두면 오죽할까. 채점자가 시뻘건 펜을 들고 나를 잡기 위해 기다린다고 생각하면 써질 글도 안 써진다.

내 머릿속 검열자를 내쫓아라

내 머릿속 검열자를 내쫓고 처음에는 자유롭게 써보자. 예컨대 ‘재래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 대형마트 영업시간을 규제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서 쓴다고 가정해보자. 첫 문장은 어떻게 쓸지, 문단은 어떻게 나눌지 고민하지 말고 일단 내 생각을 자유롭게 쓴다.

재래시장 상인들이 안됐긴 하지만, 대형마트가 주말에 영업을 안 하면 평일에는 장을 보기 힘든 맞벌이 부부들은 너무 불편할 것이다. 재래 시장을 살리는 방법이 이게 최선일까. 소비자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다른 방법도 찾아보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 정도 수준도 상관없다.

분량은 넉넉하게

다만 이때도 분량만큼은 지켜야 한다. 정해진 분량보다 많이 쓰는 건 괜찮다. 하지만 그보다 조금 써서는 안 된다. 이 초고를 바탕으로 앞으로 ‘빼는’ 훈련을 하면서 퇴고해야 하는데 초고부터 분량이 부족하면 나중에 몇 문장 남지 않는다. 신문, 책 등을 통해 예상 문제를 충분히 공부한 뒤, 정해진 분량보다 1.5배 정도 많이 써두기를 추천한다.

자, 죽이 되었든 밥이 되었든 초고가 완성되었다면 이제 출발선 앞에 선 것이다.

<뽑히는 글쓰기> 최윤아 지음·스마트북스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