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가해로 얼룩진 혜화역 ‘워마드’ 시위, ‘박사모’ 판박이

잘못된 ‘팩트’에 근거한 ‘편사수사 규탄’

지난 19일 혜화역에서 열린 워마드 시위의 참여자들은 ‘동일범죄 동일수사(처벌)’, ‘편파수사 규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최근 온라인 서명자 40만을 넘긴 청와대 청원도 이와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일에 홍대 누드 크로키 수업 남성모델 몰카를 촬영하고 유출한 워마드 회원(여성모델 안모씨)이 10일 검거되고 이튿날 구속되자 몰카사건 여성 용의자만 경찰의 사건처리가 이례적으로 신속했다는 ‘물타기’ 주장이다.

이는 지난날 여성을 대상으로 유흥업소 종사자라고 폭로하는 사진을 올린 ‘강남패치’ 용의자를 잡고 보니 같은 여성이라는 사실이 드러나자, 일각에서 ‘여자라서 빨리 잡았다’, ‘유X무죄 무X유죄’ 등의 구호를 내세운 전례와 판박이다.

한남패치, 강남패치 등 혐오성 SNS 계정을 운영한 여성 운영자가 검거되자 이후 강남역에 붙은 구호들

이러한 일련의 주장들은 여초커뮤니티와 SNS 일각에 유포된 ‘가짜뉴스’에 기반한다. 이미 언론을 통해 여러 번 지적된 사항이지만 다시 한 번 종합해서 정리해보자.

#팩트 1. 홍대-워마드 몰카사건 수사속도가 이례적으로 빠른 것이 아니다.

남성모델이 워마드에서 몰카유출 피해를 입은 시점은 지난 1일이고 여성 용의자가 검거되고 구속된 시점은 10일이다. 대략 열흘 가량 소요됐다. 2016년 기준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몰카를 비롯한 약 40%의 성범죄가 1일 이내에 검거되고 10일 이내에 약 50%의 성범죄가 검거된다. 이러한 검거율에 비춰볼 때 남성모델 가해자가 검거된 속도가 결코 빠르다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3일쯤 몰카범죄가 일어난 장소가 20여명의 수강생과 모델이 머물렀던 홍익대 교실이라는 사실이 인터넷에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대학당국과 경찰의 미진한 초기대응 때문에 가해자를 특정하는 데 일주일이나 남짓한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에 범인이 주요 증거물인 핸드폰을 한강에 버리는 등 증거인멸의 시간이 주어진 것은 물론이다.

#팩트 2. 몰카사건 검거율은 일반 형사사건 검거율보다 더 높다.

2016년 기준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몰카범죄 검거율은 94.6%이다. 이는 같은 해 전체 형사사건 검거율(84.2%)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같은 기간 (여성 대상의 범죄가 대부분인)성폭력 범죄 전체의 검거율은 96.0%에 달한다. 여성대상 범죄에 유독 수사력이 소홀했다는 주장의 근거가 희박한 것이다.

2016년 범죄 발생 검거상황 © 대검찰청

#팩트 3. 워마드 몰카 범인은 나쁜 죄질과 증거인멸시도 사유로 구속됐다.

남녀 몰카 유포자 모두가 구속된 2015년의 ‘워타파크 몰카 사건’의 경우 경찰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성별과 상관없이 △촬영물을 영리목적으로 온라인에 유포 △중요 신체부위 반복 촬영 △공공장소서 중요 신체부위를 촬영·유포한 경우 구속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한편 워마드 몰카사건도 ‘공공장소서 신체부위를 촬영한’ 구속사유에 해당된다. 게다가 워마드 몰카사건 범인은 주요 증거물인 핸드폰을 한강에 버리고 수사관에게 핸드폰 공기계를 제출하며 수사 초반에 거짓말로 일관하자, ‘도주’와 ‘증거인멸 염려’로 인해 구속됐다. 대부분의 형사사건의 경우 도주와 증거인멸 가능성이 클 때 구속수사가 원칙이다.

#팩트 4. 워마드 몰카 범인은 아직 처벌 받지도 않았다.

워마드 몰카 사건을 계기로 ‘여성 가해자가 유독 가혹하게 처벌 받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워마드 몰카 가해자가 아직 처벌받지도 않은 단계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팩트 5. 몰카범죄의 경우 남성의 구속수사율이 3배 더 많다.

경찰청 범죄통계를 보면 2012~2017년까지 6년간 검거된 남성 몰카 피의자 2만924명 중 구속된 인원은 538명이며, 구속비율은 전체 남성 피의자의 2.6%다. 같은 기간 여성 몰카 피의자는 총 523명으로 이 중 4명만 구속됐는데 이는 여성 피의자 전체의 0.8% 수준이다. 결국 남성 피의자 구속수사율이 여성 피의자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이다.

#팩트 6. 몰카범죄 ‘기소율’도 일반 형사사건보다 더 높다.

2016년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일반 형사사건의 기소율(피의자 대비 실제 기소건)은 38.8%(76만8382건/198만2859명)인 반면 성범죄의 기소율은 41.8%(1만1401건/2만7248명)이었다. 또한 이 중에서도 몰카범죄(카메라 등 이용 촬영)의 기소율은 41.7%(1716건/4112명)이다. 이처럼 기소율에 비춰볼 때 몰카범죄를 비롯한 성범죄를 일반범죄에 비해 사법기관이 소홀히 취급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전체 기소건에 대한 구속기소의 비율인 구속기소율을 보면 전체 형사사건의 경우 4.4%(3만3433건/76만8382건)인 반면 몰카범죄의 구속기소율은 9%(154건/1716건)에 달했다. 일반 형사범죄에 비해 2배 높은 수치인 셈이다.

#팩트 7. 경찰은 포토라인을 운영하지 않는다.

마스크와 모자로 얼굴을 가린 채 경찰에게 호송되며 플래시 세례를 받게 된 워마드 회원에게 ‘감정이입’하는 이들은 경찰이 이례적으로 여성 용의자만 노려 포토라인에 세웠다는 비판을 가했다. 하지만 지난 2015년에도 남성 워터파크 몰카 유출범 역시 언론 취재에 노출된 적이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비판은 사실관계와 다르다.

홍익대 회화과 수업 중 남성 모델의 나체사진을 촬영해 인터넷 커뮤니티로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씨 © 뉴시스

이번 워마드 몰카 범인은 경찰이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으로 압송하는 과정에서 취재의 대상이 됐을 뿐이다. 게다가 실제로 경찰은 포토라인 제도를 운영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한 전직 기자는 “애초에 포토라인이라는 게 경찰이나 검찰이 아니라 기자들이 자기들 편의에 의해서 (사회적 관심이 쏠려서 기자들이 몰릴 경우 취재하려고) 세우는 건데 그게 왜 남성 여성 범죄자에 대한 공권력의 차별대우 문제와 이어지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전해왔다.

압송 과정에서 언론의 취재를 받는 워터파크 몰카 남성 용의자 © 뉴시스

#팩트 8. 워마드 몰카사건에 대한 언론의 높은 관심의 탓은 워마드 자신.

워마드 몰카 사건 초반 문제해결에 소극적인 대학당국과 수사당국을 압박한 여론의 배후에는 워마드에 대한 여론의 공분이 있었다. 워마드는 이미 예전부터 남성 대상 몰카를 유출해왔으며 이러한 몰카범죄가 최근 수면에 떠오르자 이에 대해 한양대와 고려대 총학생회가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현재도 워마드와 트위터 등에서 워마드 몰카피해자가 ‘일부러 공연음란을 저질렀다’는 식의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피해자의 모습을 대상으로 ‘사생대회’를 열며 조롱하는 등의 2차 가해를 서슴지 않았다. 워마드가 이토록 여론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몰카 등 성범죄 문제를 제기해왔던 당사자(?)가 성범죄와 2차 가해를 태연히 저지르는 이중적인 행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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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마드의 논리에 그대로 편승하며 2차 가해 난무한 집회현장

문제는 이러한 잘못된 사실에 기초한 ‘분노’에 편승한 2차 가해가 집회현장은 물론 인터넷에 난무했다는 점이다. 특히 대부분의 방송과 언론보도에서는 집회현장을 모자이크 처리를 하며 뭉개고 말았지만, 실제 시위 현장에서는 워마드 몰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구호와 피켓들이 난무했다.

한 여성은 몰카 피해자의 유출 당시의 모습을 ‘사생대회’ 형식으로 조롱한 피켓을 들고 나오는가 하면, 다른 이는 애먼 남성 경찰들을 대상으로 한 ‘좆창’ 등의 욕설이 적힌 피켓을 들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는 되려 주변의 박수와 웃음으로 호응을 받는 등 제지의 모습은 전혀 없었다.

워마드 시위 현장에 등장한 2차 가해 및 남성혐오 피켓 © 인터넷 및 현장 제보
워마드 시위 현장에 등장한 2차 가해 및 남성혐오 피켓 © 인터넷 및 현장 제보
워마드 시위 현장에 등장한 2차 가해 및 남성혐오 피켓 © 인터넷 및 현장 제보

이번 청원과 집회의 주최 측은 워마드 몰카 사건 피해자를 두고서 피해자가 남성이라는 이유로 더 빨리 수사하고(실제로는 빠르지 않았다), 더 빨리 처벌하고(애초 워마드 몰카 가해자는 처벌조차 되지 않았다) 특혜를 봤다는 식의 ‘워마드의 논리’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이러한 틀린 주장에 집착하는 한편, 이번 몰카 사건 논란의 직접적인 발단이 결국 워마드에 있었으며 워마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현재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물타기를 하는 모습은 기본적으로 5월 19일 혜화역 시위의 성격이 사실상 워마드 지지 시위라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이번 시위와 청원에 참여한 여성들이 심리는 한 마디로 ‘나 외에 다른 남성이 피해자로 주목받는 것이 싫다’라는 것이다. 비록 의식적으로 워마드를 지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워마드’에서 몰카촬영과 유출을 일삼는 집단적인 범죄행위가 수면 위에 드러나는 것을 마치 자신의 피해에 대한 정당한 주목을 가로막고 있는 것처럼 여기는 것이다.

뒤틀린 성대결 심리가 대중적으로 만연한 현상이 된 것이다. 이러한 지극히 유아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심리상태야말로 집회현장에서 워마드 몰카 사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일삼거나 방조하는데 데 놀랍도록 무감각한 이유를 설명해준다.

‘팩트’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폭력 분출, 박사모와 유사한 사회문제

19일 열린 집회에 대해 청와대와 여성가족부 그리고 경찰청은 5월 20~21일 발빠른 대답을 내놓았다. 물론 그 내용은 ‘당연히’ 몰카범죄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고, 몰카 적발 활동을 늘려가겠다는 ‘원론적인’ 내용에 그쳤다.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워마드의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집회

이러한 원론적인 내용에 그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애초 이번 워마드 시위와 청원이 기반한 주장 자체가 내용이 없는 주장이자 100% 틀린 정보에 기초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누차 반복해서 말하자면 지금까지 워마드 몰카범죄 수사는 여성에 대한 (역)차별을 전혀 보여주고 있지 않으며, 애초에 몰카범죄에 대한 대응과 처벌 강화는 남녀 모두에게 적용되어야 할 사항이다.

사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이미 워마드 시위와 청원이 잘못된 팩트와 논리에 기반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번 사건을 보도한 상당수 언론기사는 ‘워마드 몰카 사건의 구속수사가 이례적이다’라든가, ‘남성 가해자만 수사나 처벌의 강도가 가볍다’는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전문가 코멘트를 ‘예의상’ 하나씩 달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대부분 가져오는 논조는 ‘동정론’ 이상을 벗어나지 못한다. 디테일에서는 틀렸지만 ‘오죽하면 여자들이 그러겠냐’는 식이다. 물론 여성이 몰카범죄에 분노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그동안 여초 커뮤니티와 페미니즘 진영이 조직적으로 후원하고 옹호한 워마드 범죄에 대한 물타기까지 동정론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러한 ‘여성에 대한 맹목적인 동정론’에 대한 호소야말로 페미니즘이 줄곧 비판해온 ‘맨박스(주류 남성사회의 여성 대상의 온정주의적이고 보호주의적인 태도)’에 완벽히 부합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면할 수 없다.

틀린 팩트와 근거는 그 자체로 비판받아야 한다. 더군다나 (남성들이 겪은 고충과 별개로) 여성들이 겪어온 고충을 빌미로 남성 피해자에 가해지는 ‘2차 가해’는 어떤 이유에서도 정당화할 수 없다.

결국 혜화역 워마드 집회는 ‘피해자가 남자라 빨리 잡았다(실제로는 빨리 못 잡았다)’, ‘피해자가 남자라 빨리 처벌 받았다(워마드 몰카가해자 처벌 아직 안 받았다)’, ‘남자만 여성에 비해 약하게 처벌 받는다(형사사건과 성범죄 통틀어서 안 그렇다)’는 ‘가짜뉴스’에 기반한 대중집회였다. 다시 말해, 가짜뉴스를 철석같이 믿고 범죄자를 옹호하며 물타기를 일삼은 박사모 집회와 판박이인 셈이다.

2016년 11월 19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헌법 수호위한 국민의 외침 집회에 참석한 박사모 회원

워마드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 여성 네티즌들이 집단적으로 나서서 워마드를 비호하고 워마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일삼는 일종의 ‘워마드 신드롬’을 지난날 태극기 집회에서 드러난 ‘박사모 신드롬’과 동일한 사회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들 모두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걸러져야 할 가짜뉴스에 기반한 분노가 무의미한 분열과 대결에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