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떼쓰기의 장 되나

리버풀 골키퍼 로리스 카리우스 선수의 실책에 일부 국내 팬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카리우스 선수의 방출을 촉진해달라”고 요구했다. 카리우스가 약 13년 만에 찾은 결승전에서 실책을 보인 이후였다.

지난 27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우크라이나 NSC 올림피스키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7-2018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그는 후반전 6분 수비수에게 던지는 공이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던 벤제마 선수의 발에 맞고 튕겨 골인하는 실책을 범했다. 이어 후반 38분에서도 베일 선수의 슈팅을 막지 못해 그대로 실점했다.

카리우스가 동료에게 손으로 패스하려던 순간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레알 마드리드의 카림 벤제마에게 볼을 빼앗겨 실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카리우스 선수의 방출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청원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 신문고 역할을 하는 국민청원 게시판을 운영하는 점은 분명 박수 받을 일이다.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는 자세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아파트 횡단보도서 딸을 잃은 부모가 올린 국민청원에 3월, 청와대가 답변했다. 이는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 교통사고, 도로교통법의 허점’을 호소한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정부의 공식 답변이다.

지난해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에서 6살 딸을 잃은 부모는 지난 1월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는 사유지 횡단보도라는 이유로 도로교통법 12대 중과실에 포함되지 않는다. 사유지 횡단보도라는 이유로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하면 똑같은 사고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청원을 올렸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3월 14일 아파트 단지 내 통행로 등 ‘도로 외 구역’에서 교통사고를 낸 가해운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이날 청와대 SNS 방송인 ‘11시50분 청와대입니다’에 출연해 “현행법상 아파트 단지 내 통행로와 같은 ‘도로 외 구역’의 경우, 과속·난폭운전·무면허운전 등에 대한 단속·처벌 규정이 없다. 이에 ‘도로 외 구역’ 등에서 보행자 보호 의무를 위반해 보행자가 다치는 교통사고를 낸 가해운전자는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교통사고처리특례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아파트·학교 등 사유지 내의 통행로를 ‘도로’로 인정하지 않아, 사고가 나더라도 가해운전자를 처벌할 수 없다.

그동안 답변된 청원은 ‘청소년보호법 폐지’, ‘국회의원 급여를 최저 시급으로’, ‘조두순 출소 반대’, ‘권역외상센터 추가 지원’을 비롯해 21개다. 권역외상센터 추가 지원에 대해서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국종 아주대 교수를 3시간 동안 인터뷰한 뒤 청원에 답했다.

이런 부분은 국민청원의 순기능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역기능 역시 만만치 않다.

역기능의 예로 앞에서 언급한 축구선수의 퇴출 청원과 함께 유투버 사건이 거론된다. 최근 스튜디오의 불법 촬영 피해를 호소하는 한 유투버의 국민청원에 가수 겸 배우인 수지가 공감의 뜻을 표현했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합정 스튜디오 불법 누드 촬영’이라는 청와대 국민 청원글에 ‘동의’ 표시를 한 동영상을 공개하며 해당 청원을 지지한 것.

사진=수지 인스타그램 캡쳐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청원글에 스튜디오의 상호와 주인이 변경돼 이번 사건과 무관한 스튜디오가 피해를 입었다. 해당 스튜디오 측은 수지를 비롯해 국민청원 게시자, 신상 유포자, 청와대 등에 “민형사상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해당 스튜디오 관계자는 지난 25일 KBS2 <연예가중계>와의 인터뷰에서 “폐업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누군가가 돌멩이를 살짝 던졌는데 개구리가 하나 죽을 수 있듯, 마찬가지로 그런 피해자가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인터뷰를 하는 것이고 앞으로 영향력 있는 분들이 언행이라든가 행동을 취할 때 조금이라도 심사숙고해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 청원이 문을 연 지난해 8월 19일부터 하루 평균 600~700개의 청원글이 꾸준히 올라오며,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넘는 청원도 35건(지난 4월 기준) 정도 된다. 국민청원 약 16만건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 인권과 성평등, 안전과 환경 순으로 국민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