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거래’ 양승태, 보수와 진보언론은 어떻게 볼까

‘사법부 블랙리스트’ 3차 조사결과가 최근 공개된 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재판을 청와대와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 했다는 문건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김명수 현 대법원장이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같은 상황에서 가장 비난받아야 할 사람은 양 전 대법원장인데, 김 대법원장의 조처를 두고 각 언론사의 시각이 다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연합뉴스>는 김 대법원장의 발언이 “불에 기름을 부었다”고 표현했다.

불에 기름을 부은 것은 김명수 대법원장이었다. 그는 자신이 조사권을 위임한 특조단 의견을 뒤집고 28일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검찰 고발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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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역시 색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중앙일보>는 사회부 기자의 취재일기를 통해 김 대법원장의 소통방식이 ‘공정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또한 두 전직 현직 대법원장의 인연을 두고 ‘악연’이라며, 이번 발표가 김 대법원장의 개인감정에서 비롯된 조처인 것으로 보고 이를 비판했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양승태 코트에 있다. 세 차례의 조사로 드러난 사법부의 모습은 ‘로비스트’에 가까웠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의 소통 방식이 공정한지는 의문이다.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 “사법부 위기의 진앙지는 전·현직 대법원장”이라는 말이 나온다.

양 전 대법원장과 김 대법원장의 ‘악연’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많다. 두 사람 다 부산 출신이다. 이른바 4차 사법파동(2003년) 때 양 전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김 대법원장은 파동을 주도한 우리법연구회(현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편에 서서 맞섰다. 이 연구회는 상고법원에 반대하고 ‘제왕적 대법원장’을 비판했다.

김 대법원장에게 묻고 싶다. 자정(自淨) 아닌 검찰 수사가 진정 사법부의 발전을 위해 최선의 길인가. 사법 불신으로 인한 혼란은 어찌 극복할 것인가. 사법부와 역사를 위한 정의라고 확신한다면 ‘김명수 대법원장’ 이름으로 고발해야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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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여론의 목소리를 빌어 보도하듯 이야기 했지만, 김 대법원장의 조처를 두고 “판사답지 못한 행동”이라며 이를 정치행위로 봤다.

반면 “전직 대법원장 등을 여론 재판 하듯 고발하자는 건 판사답지 못한 행동”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종구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이날 법원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정치행위와 달리 법치행위는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하는 행위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법원 자체 조사가 작년부터 세 차례 이어졌음에도 검찰 고발을 요구하는 건 결국 특정인을 벌주자는 ‘정치행위’에 더 가깝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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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은 사법부에 대한 믿음이 사라진 것은 양 전 대법원장의 문제이며, 김 대법원장의 조속한 결단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사설을 내보냈다. 김 대법원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내용이다.

일부에서 문건 내용이 확대해석 돼 사법 불신을 가중시킨다고 주장하는 모양이다. KTX 해고노동자들의 대법원 대법정 농성을 ‘판결 불복’으로 몰아붙이고, 향후 모든 재판의 정당성이 의심받을 수도 있다는 논리를 편다. 어처구니없는 본말전도이다.

사법 신뢰를 훼손한 이는 사건 당사자들이 아니다. 이른바 ‘엘리트 판사’들이다. 백보 양보해 ‘판결 후 행정처 차원에서 거래를 시도하려 한 아이디어일 뿐, 실행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맞다고 치자. 그렇다 해도 본질적으로 달라질 건 없다.

판결은 어떤 경우에도 흥정의 수단이 될 수 없다. 재판 이후에라도 판결을 두고 청와대와 거래하려 했다면, 그 자체가 반인권적·반헌법적 행위다. 이런 문건이 작성된 사실만으로도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믿음은 무너져 내렸다. 없었던 일처럼 덮어버린다고 믿음이 되살아나지는 않는다.

최종 심판자인 법원이 검찰의 수사대상이 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상황이 여기까지 이른 건 다른 누구의 책임도 아닌, 사법부의 책임이다. 법관들의 통렬한 자성과 김명수 대법원장의 조속한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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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은 흥정의 수단이 될 수 없다. 사법부가 청와대와 협상카드로 재판 판결을 이용했다는 점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용서받을 수 없다. 그럼에도 보수언론의 화살은 이를 밝혀낸 현직 김 대법원장을 향해 있다. 언론사의 다양한 보도 시각에 대해 국민이 조금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