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항공 직원연대 “믿은 우리가 순진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69)의 구속영장이 4일 기각되자 대한항공 직원연대가 성명서를 내고 강력 규탄했다.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5일 성명서를 내고 “법관들이 갑(甲)의 편이 되어 을(乙)들의 가슴을 찢어 놓고 있다”며 “이명희 구속영장 기각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로 구성된 직원연대는 “지금까지 언론에 공개된 녹취와 영상만 보더라도 이명희가 갑질을 넘어 일상적인 폭력을 행사해 왔음이 명백하다”면서 “도대체 법원은 어떤 구체적인 사실이 더 있어야 다툼의 여지가 없다고 여길 것인가”라고 했다.

공사 관계자들에게 폭행·갑질하는 이명희 전 이사장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 및 제안에는 이 전 이사장과 관련된 청원이 10여개가 잇따라 등장했다. 청원들은 “이명희 구속기각이 말이 됩니까?”, “이명희 기각하는 법원의 잣대는 도대체 어디에 기준을 두고 있는가?”, “이명희 구속영장 기각? 이게 나라입니까?”, “대한항공 일가 전원의 구속을 청원합니다” 등의 제목으로 올라왔다.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이명희 영장 기각’이 검색어 상위권 순위에 오르는 등 많은 네티즌들이 이번 구속영장 기각에 반발하고 있다.

한편 4일 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수폭행·특수상해 등 혐의를 받는 이 전 이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 일부의 사실관계와 법리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볼 수도 없으며 피해자들과 합의한 내용 등에 비춰 증거인멸을 시도했다고 볼 수 없다는 등 이유를 들어 영장을 기각했다.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됨에 따라 서울구치소에서 영장심사 결과를 기다리던 이 전 이사장은 즉시 석방됐다.

대한항공 직원연대가 5일 발표한 성명서 전문

아직도 법은 갑 아래에서 갑질을 보호하는가?

대한항공 이명희 구속영장 기각을 규탄한다.

서울중앙지법은 조씨 일가 갑질의 진원지임이 자명해 보이는 이명희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민초들은 당연하게 볼 수 있는 것을 해당 법관은 ‘사실관계 및 법리에 관해 다툼의 여지고 있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볼만한 사정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눈을 감았다. 지금까지 언론에 공개된 녹취와 영상만 보더라도 이명희가 갑질을 넘어 일상적인 폭력을 행사해 왔음이 명백하다. 도대체 법원은 어떤 구체적인 사실이 더 있어야 다툼의 여지가 없다고 여길 것인가?

국회의원들을 평범한 시민이 공격하면 초범도 바로 구속이 되지만 갑중의 잡인 재벌가 사모님의 직원 폭행은 진술에 불과하니 소명이 부족하다 한다. 11명이 신고한 24건의 폭행은 수십 년 동안 지속되어온 수 천 건의 폭력 끝에 나온 결과이다. 그동안 일상적으로 차행되고 증거인멸되다 비로소 터져나온 수많은 을들의 눈물이자 절규이다.

가위 뿐만 아니라 화분까지 던졌다는 이 일관된 진술은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외면하고, 우리는 본래 법을 갑들이 만들었고, 법원도 그들의 편일 때가 더 많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이명희가 당연히 구속될 것이라 믿은 우리가 순진했다. 그래서 이 모든 사실을 을들이 일일이 증명해야만 범죄 사실이 소명되었다고 인정해주는 이 시스템에 치가 떨린다. 지금까지 갑들이 을들을 어떻게 다루어 왔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법관들이 또다시 갑의 편이 되어 을들의 가슴을 찢어 놓고 있는 것에 끝없는 분노를 느낀다.

하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을이 갑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마지막까지 한마음으로 한 목소리를 내는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조씨 일가는 대한항공을 떠남은 물론 그간 저지른 죗값을 치러야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법의 정신을 올바르게 지키고 있을 양심적인 법관들을 지키기 위함이다. 갑과 을이 불공평하게 작동하고 있는 시스템을 바로 잡는 방향으로 법을 적용하는 상식적인 인간을 지지하기 위함이다. 법은 인간이 만든 것이고, 인간의 불완전함을 보완하기 위해 사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이명희를 즉각 구속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