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보도’ 집착하는 KBS의 이상한 논리

[팩트체크] KBS 생리대 보도의 문제점 9가지

KBS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전수조사 발표가 나온 지 8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갑자기 식약처 조사에 흠집을 내는 온갖 뉴스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5월 16일부터 시작해 △17일 △18일 △25일 △26일에도 생리대 보도를 이어갔다.

25일과 28일에는 이번 보도를 주도한 신방실 기자의 취재후기가 인터넷에 올라왔다. 그리고 28일에 대미를 장식하는 2건의 뉴스가 나왔다. ‘세계 월경의 날’을 맞아 안전한 생리대를 보장하라는 여성단체의 기자회견 소식, 여성단체들이 벌인 ‘월경 페스티발’의 참가자들을 인터뷰한 영상이었다.

‘월경 페스티발’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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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의문이 풀렸다. KBS가 5월 중순부터 생리대 보도에 열을 올린 이유는 모두 ‘세계 월경의 날’ 행사 때문이었다. 이 행사가 잘 되려면 생리대 논란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은 상태여야 하고, 식약처 전수조사는 허점투성이어야 하며, 심지어 뭔가를 은폐한 것처럼 의심스러워 보여야 한다.

그래야 세계 월경의 날을 맞아 여성환경연대와 페미니즘 단체들이 거리로 뛰어나와 식약처를 규탄하고 안전한 생리대를 보장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행위가 정당화되기 때문이다.

페미니즘 단체들이 언론플레이에 능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마이뉴스>·<경향신문>·<한겨레> 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들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 적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공영방송 KBS라서 많이 놀랐다.

더 놀란 건 형편없는 뉴스의 수준이다. 받아 적더라도 정도껏 받아 적어야 하는데 여성환경연대의 비과학적이고 비이성적인 논리를 아무 여과 없이 그대로 베꼈다. 특히 ‘칵테일 효과’ 보도는 공영방송의 뉴스라고하기에 낯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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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비이성적인 보도행태는 신방실 기자가 올린 두 건의 취재후기에서 정점을 찍었다. 여성환경연대가 보여줬던 생떼·우기기·물타기·프레임 씌우기·피해의식 조장하기 등을 신방실 기자가 그대로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KBS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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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기 모두 두서도 없고 횡설수설하다. 게다가 왜곡은 기본이고 궤변까지 늘어놓는다. 시시콜콜 짚어내려면 한도 끝도 없다. 가장 황당한 부분만 짚어보았다.

#1
식약처 말대로 시료의 양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검출이든 불검출이든 동일한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입수한 자료에는 헥산과 벤젠, 클로로포름 등 유해 VOCs의 실험 결과가 한눈에 봐도 다르게 나타났다. 시료가 0.5g일 때는 분명 ‘검출’이었는데 0.1g으로 줄이자 ‘불검출’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시료가 0.5g일 때 검량선을 벗어났다면 아무리 ‘검출’로 나왔다 하더라도 그 데이터는 버려야 한다. 검량선을 벗어났다는 건 해당 데이터를 해석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해석할 수 없는 데이터인데 검출로 나왔다고 뭘 어쩌란 말인가. 시료의 양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 게 아니라 시료의 양에 따라 정확성이 달라진 것이다. 연구원에게 물어보고 필자는 간단하게 이해했는데 신방실 기자는 왜 이해하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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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이 문제를 검출-불검출의 문제로 끌고 가는 시도 자체가 물타기 작전이다. 유해성분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나온 데이터를 안 나온 것으로 뒤바꿨다면 엄청난 비리이고 조작이지만, 검출량이 구체적으로 환산된 적도 없고, 정확한 시험법으로 해서 불검출이 됐을 뿐인데, 무슨 은폐고 조작인가.

설마 검출된 수치가 지금까지 발표된 수치들보다 어마어마하게 클 거라고 생각하는가. 많이 검출돼봤자 겨우 몇 백 나노그램일 텐데 그게 생리대 위해평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가. 위해평가에서는 몇 백 나노그램이 나온 결과나 불검출이나 안전한 건 똑같다.

핵심은, 식약처가 VOC 최대량을 뽑아내는 데에 몸을 사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업을 비호하고 싶었다면 애초부터 이런 검출법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식약처는 VOC가 날아가지 않도록 최선의 조건을 설정했고 최대함량을 뽑아내기 위해 120℃ 고열로 추출해냈다. 그 결과 김만구 교수보다 8배에서 2000배 이상 더 많은 VOC를 검출해냈다. 여성환경연대는 물론 신방실 기자도 이 사실을 자꾸 잊어버리나보다.

다시 말하건대, 식약처가 검출해낸 생리대 유해성분의 양은 지금껏 어떤 기관이 검출해낸 양보다 월등히 많다. 지난해 TV조선 <탐사보도 세븐>이 미국 로이제이커버 대학연구소에 의뢰했을 때도 오히려 식약처보다 500분의 1에서 3700분의 1 수준으로 VOC가 적게 나왔다. 식약처가 최대함량을 뽑아냈다는 사실은 싹 빼버리고, 오로지 검출-불검출, 자료은폐에 포커스를 맞추는 보도는 식약처 전수조사 결과에 흠집을 내려는 전략이다.

김만구 교수 검출량 vs. 식약처 검출량

같은 제품의 검출량을 비교했을 때 식약처의 검출량이 김만구 교수의 검출량보다 적게는 8배에서 많게는 2056배가 많게 나왔다. 김만구 교수보다 적게 나온 것은 빨간 색으로 표시된 세 항목이 전부다. 겨우 1~3ng이 불검출로 바뀌었다는 이유로 김만구 교수는 식약처 조사에 큰 결함이 있는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했었다. 지금 신방실 기자가 하는 수법과 똑같다. (단위 ng/Pad) © 화장품비평가 최지현 작성

TV조선 <탐사보도 세븐> 최대 검출량 vs. 식약처 최대 검출량

탐사보도 세븐이 공개한 생리대 ppb 검출치를 패드 당으로 환산하면 식약처 검출량의 500분의 1에서 3700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TV조선이 식약처의 조사결과를 흠집 내기 위해 미국까지 가서 받아온 것인데 이렇게 초라한 결과가 나왔다. 그만큼 식약처의 검출량은 최대치를 뽑아낸 것이다. (단위 ㎍/Pad) © 화장품비평가 최지현 작성

#2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생리대는 불균질 시료이기 때문에 가위로 자르는 과정에서 VOCs 성분이 존재하는 접착제 부분이 많이 들어갈 수도 있고 아예 안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즉 시료의 양이 충분히 커야지 실험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설마 식약처가 검출법을 설계하면서 생리대가 불균질 시료라는 것도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신방실 기자도 이덕환 교수도 식약처가 유튜브에 올린 시험법 동영상을 보지 않았나보다. 그걸 보면 생리대 한 개 전체를 0.5cmx0.5cm 크기로 잘라서 실린더 안에 다 넣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걸 초저온 냉동분쇄한 다음에 그 안에서 0.1g 시료를 채취했다.

다시 말해서 생리대를 아무 데나 0.1g 무게의 크기로 작게 잘라서 시험한 게 아니라, 전체를 다 잘라서 한꺼번에 냉동하고 갈아서 그 중에서 0.1g을 채취한 것이다. 그러니 “접착제 부분이 많이 들어갈 수도 있고 아예 안 들어갈 수도 있다”는 교수의 말은 사실과 다르다. 갈아서 채취했기 때문에 접착제는 전체의 비율만큼 들어갔다고 보아야 한다. 동영상을 안 보고 한 말일 테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신방실 기자가 이 말을 그대로 받아쓴 것은 기자로서 기초적인 취재 자료도 확인 안했다는 뜻이 된다. 혹은 보았으면서도 전문가의 말을 빙자해 사실을 왜곡했을 수도 있다.

#3
식약처에 확인한 결과 처음에는 0.5g으로도 실험을 했지만 최적의 조건을 잡은 게 0.1g이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0.5g은 정확한 VOCs 양을 측정할 수 없는 시험법이었다는 설명이었다.

식약처는 이미 보도자료를 통해 0.5g으로 시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0.5g으로 시험은 연구용역을 준 외부기관에서 한 것이고 식약처는 처음부터 0.1g으로만 시험했다고 여러 번 말했다. 그런데도 신방실 기자는 계속 자기가 입수한 자료가 ‘식약처 내부자료’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입수한 자료를 인터넷에 공개하라. 정말 식약처 자료인지 외부기관이 시험한 자료인지,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소비자가 판단하면 된다.

#4
지난해 9월 28일 식약처는 인체 위해성이 높은 VOCs 10종에 대한 1차 전수 조사 결과를 먼저 발표했다. 당시 식약처 유튜브 사이트에는 ‘생리대 휘발성유기화합물 시험법’을 보여주는 영상이 함께 올라왔다. 가위로 생리대를 자르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선 VOCs가 공기 중으로 다 날아갔겠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자 12월 28일 2차 조사 때는 드라이아이스 위에서 모든 과정을 수행했다고 말을 바꿨다. 언론에 공개한 자료에도 드라이아이스가 등장했다.

식약처가 무슨 말을 바꿨나. 9월 28일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드라이아이스 위에서 생리대를 자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역시 신방실 기자는 이 영상을 안봤다) 1차 조사 때 김만구 교수가 가위로 잘랐다고 문제를 제기했을 때도 드라이아이스 위에서 했다고 분명히 해명했다. 2차 조사 때는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지지 않도록 드라이아이스 위에서 수행한 사실을 좀 더 분명히 강조한 것뿐이다. 아무리 해명해도 듣지 않고 그 증거를 보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은 누굴까.

#5
KBS 보도가 나간 뒤 식약처 내부에서는 누가 제보를 했는지 조사에 들어가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KBS와 인터뷰를 한 전문가에게도 개별적으로 연락을 했다. 만약 식약처 생리대 실험에 문제를 제기한 내부고발자가 있다면, 또는 문제를 제기한 언론이 있다면, 외부 전문가 그룹이 있다면, 식약처는 색출이 먼저가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위해 최선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이 기사의 제목이 ‘생리대 독성 보도했더니 제보자 색출 나선 식약처’인가? 이런 일이 생기면 식약처로서는 당연히 KBS가 입수했다는 자료가 어떤 자료이고 어떤 경로를 통해 입수했는지를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걸 조사하는 과정을 ‘제보자 색출’이라고 표현하다니 참으로 선동적이다.

#6
식약처는 KBS 생리대 보도 이후 피해가 발생했다며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제출한 근거의 첫번째 조항에는 “2017년 불거진 생리대 유해성 논란으로 많은 국민들은 불안에 떨어야했고, 생리대 산업은 위축(16년 생산 2979억→17년 2608억)되었으며 특정 업체는 경영 위기에 처했습니다”라고 적혀있었다. 생리대 유해성 문제를 ‘논란’ 구도로 몰아가고 생리대 산업과 기업 걱정에 나선 것이다.

전형적인 물타기다. 지금 누가 이 문제를 ‘논란 구도’로 몰아가며 기업과 식약처에 대한 불신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나. KBS는 유사과학으로 생리대 보도를 이어가더니 이에 대한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식약처에게 기업 편을 들려 한다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7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전에 안전을 검증할 책임은 기업에게 있는데 국민의 혈세를 들여 왜 식약처가 나서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식약처는 국제적으로 생리대에 들어있는 VOCs 시험법이 없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을 동원해 분석을 시행했다고 했다. 그러나 생리대의 사용 특성상 피부 접촉에 대한 독성 평가법을 마련하고 안전을 입증해야하는 일은 기업의 몫이다.

이건 또 무슨 논리인가. 이번에는 식약처가 국민혈세를 들여 생리대 전수조사를 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전수조사를 하라고 아우성칠 때는 언제고 이제 혈세를 들여서 기업이 할 일을 대신했다고 비난한다. 그럼 식약처가 직접 하지 않고 기업이 셀프조사를 했으면 그 결과는 순순히 믿어줬을까.

언제는 ‘식약처가 규제를 전혀 하지 않았다’, ‘통합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고 난리를 치더니 이제 와서는 ‘왜 기업이 왜 셀프조사를 하지 않고 식약처가 나섰냐’고 난리다.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나.

안전기준을 만드는 일은 정부의 몫이다. 기업은 그 기준을 따르면 된다. 생리대 VOC는 기준이 없었으니 정부가 조사하는 게 당연하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최경호 교수(사진 왼쪽 위), 카톨릭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조현희 교수(오른쪽 위). 지난해 9월 여성환경연대와 정의당 여성위원회가 주관한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 토론회’의 한 장면. 이번 KBS 보도에 등장한 두 명의 전문가인 최경호 교수(가운데)와 조현희 교수(맨 오른쪽)를 볼 수 있다. © 여성환경연대

#8
생리대도 마찬가지다. 미량의 독성물질이라도 수십 년간 누적 노출되는 점을 고려하면 최대한 보수적인 기준으로 여성 생식기 피부 흡수를 가정한 위해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피부 독성 정보가 없는 화학물질은 사용하지 못하도록 못 박아야 한다.

역시 여성환경연대가 읊어대는 레퍼토리 그대로다. 여성환경연대와 신방실 기자는 식약처의 해명은 듣지 않겠다는 자세다. 식약처는 생리대를 12~13세부터 죽을 때까지 쓴다는 가정 하에 유해물질이 피부로 100% 흡수되고 독성이 가장 낮은 수치에서 나타난다는 혹독한 조건에서 평가했다. 수십 년간 누적노출도 고려했고 최대한 보수적인 기준으로 평가했다.

단 한 가지, 생식기로 직접 100% 흡수됐을 때의 생식독성을 반영하지 못했다. 그런 자료는 없기 때문이다. 대신에 공인된 모든 독성자료, 독성참고치에 근거해 유해한 영향이 처음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용량을 대입해 독성을 평가했다. 최대 검출량에 100% 흡수율, 최대 사용량, 최장 사용기간, 최악의 독성반응 가능성 등을 모두 반영했는데 딱 하나 생식기 직접 흡수 독성을 반영하지 못한 점만 물고 늘어진다.

부분을 보지 말고 전체를 보라.

#9
가습기 살균제와 살충제 계란, 생리대에 최근 라돈 침대 사건까지 계속되며 ‘케모포비아(chemophobia)’라는 말이 등장했다. 화학물질에 대한 공포증을 의미하는데 과연 대중이 두려워하는 것이 화학 물질뿐일까? 오히려 안전을 책임지지 않는 기업과 정부에 대한 불신이 쌓이면서 케모포비아를 만들어낸 게 아닌지 물어야 한다.

그럼 필자도 이렇게 묻겠다. 오히려 생리대 문제에 대해 선정적으로 보도하고 기업과 정부에 대한 불신을 부추긴 언론이야말로 케모포비아를 만들어낸 장본인 아닌가. 또한 세계 월경의 날에 맞춰 이런 기사를 줄기차게 생산해낸 신방실 기자의 의도가 무엇인지도 묻고 싶다.

정말로 취재후기에 쓴 것처럼

한 점의 의혹이라도 존재한다면 언론은 그 위험성을 보도해야 할 의무가 있어서

인가. 그보다는 여성의 불안과 피해의식을 조장해 페미니즘 운동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는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