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정통 합기도] 큰 스승의 문하에 들어갈 수 있는 기쁨

1989년 일본에서 처음 고바야시 야스오 선생을 뵈었을 때 수염을 더부룩하게 기른 마음씨 좋은 아저씨였다.

당시 50대 고바야시 야스오(小林保雄) 선생
당시 50대 고바야시 야스오(小林保雄) 선생

경로사상이 강한 한국에서는 나이가 많으면 실력과 관계없이 대접하는 경향이 있다. 이듬해 타이완에서 고바야시 선생을 다시 만났지만 사실 고바야시 선생보다는 신선 같은 모습을 하는 나이 많은 분이 더 마음에 들었다.

그 분이시다. 고바야시 선생과는 사진도 안 찍었다.
그 분이시다. 고바야시 선생과는 사진도 안 찍었다.

이후에 고바야시 선생 도장을 찾아갔을 때도 사실 제대로 된 스승을 모시면서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없었다. 그 당시만 해도 최고 강한 무술은 격투기라고 생각하고 있던 나는 合氣道(Aikido)가 과연 쓸만한 기술이 있을까? 의심하는 마음이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 생각들이 결국은 같이 수련하고 있는 일본인 회원들에게 반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한마디로 버릇없는 놈이 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있는 대로 힘을 썼고 “어디 한번 해봐!”라는 식으로 버티곤 했다.

우리 세대는 다들 일본에 대해 반감을 품는 교육을 받아왔다. 그래서 일본인에 대한 적대감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이다. 그래서 반일감정으로 적대감을 표현하는 사람들을 보면 이해를 못 하는 것도 아니다.

매서운 눈과 경직된 자세는 합기도(아이키도) 모습이 아니다
매서운 눈과 경직된 자세는 합기도(아이키도) 모습이 아니다

격투기 챔피언까지 지냈던 나는 처음 합기도를 대단한 운동으로 보지 않았다. 그저 부드럽게 던지고, 꺾고 하는 모습이 이전까지 내가 알고 있던 합기도(Hapkido)와 형태가 비슷하기는 해도 전혀 달라 보였기에 관심을 끌게 된 것뿐이다. 정통 합기도를 만나기 전까지 합기도(Hapkido)는 기술 그 자체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실제로 던져지는 사람이 부자연스럽게 점프를 하며 낙법을 하고 아픈 척 쇼를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던지는 사람은 마치 영화 주인공이나 되는 양 온갖 잡스러운 무게를 잡는다. 시장 바닥에서 약을 팔면서 관중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액션을 보여주는 싸구려 약장수들의 몸짓 같은 모습이다. 나는 그런 모습이 싫었다. 지금도 그런 사람들의 쇼를 보면 구역질이 나오려고 한다.

일본인이 하는 합기도라고 해서 다를 것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일주일만 배우면 충분할 것으로 생각하고 혼자서 일본으로 향했다. 두려울 것도 없었고 대단할 것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시작한 고바야시 도장에서의 수련이었기에 평범한 일반 회원들과는 달랐다. 회원들과 매시간 힘을 쓰며 부딪치는 내가 좋게 보일 리 없었을 것이다.

두 번, 세 번 계속 찾아갈 때마다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결국, 유단자들과 지도원들이 “저자를 가만 놔두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고바야시 선생에게 말했다. 그러나 고바야시 선생은 그런 나를 나쁘게 보지 않았다. “윤상(尹様)은 마음이 곧은 사람이니 가만히 두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나중에 한 지도원으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선생에 대한 깊은 감사의 마음이 생겼다.

고바야시 선생은 매우 특별했다. 내가 그렇게 힘을 쓰고 버텨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가볍게 날려버렸다. 기술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때까지 나는 한국에서 합기도(Hapkido)라는 것을 배우면서 고바야시 선생 같은 분을 보았거나 만난 적이 없었다. 시합이 있는 운동은 시합에서 이기면 최고가 된다. 하지만 합기도는 누구를 이기면 최고가 되는 것이 아니다.

자기 자신이 만족하고 스스로 인정할 때 최고가 되는 운동이다. 그래서 더욱 어렵다. 내 평생 고바야시 야스오 선생과 같은 실력자가 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고, 검술 선생인 스가와라 테츠타카(菅原鉄孝) 선생을 보면서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실력에 실의에 빠지곤 한다. 그래서 선생에 대한 경외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일본은 무도를 돈벌이가 되는 사업으로 생각하는 선생이 거의 없다. 무도를 하나의 사업으로 바라보는 한국인과는 큰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돈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노골적으로 돈을 밝히지 않을 뿐이다. 종교 지도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돈이 들어오면 감사하게 생각할 뿐, 돈 때문에 빨리 승단을 시키거나 자격증을 주는 일은 하지 않는다.

스승들로부터 배운 전통적인 방식을 고수하고 기술이 변질되거나 마케팅을 위해 타종목을 섞어서 가르치지 않는다. 신뢰가 훼손될만한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다. 사실 일본 무도인 합기도를 만나서 힘들었던 것이 이런 것이었다. 나는 이미 여러 운동을 섭렵하다시피 했기에 합기도라는 단 하나에 대해서 전문적인 영역을 완전하게 표현하는 것보다 여러 가지를 섞어서 가르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그러나 한 가지도 완벽하지 못한 지도자가 여러 가지 종목을 섞어서 종합무술처럼 가르치는 것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위에서부터 시작한 스승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는 짓이고 가르치고 있는 제자를 속이는 짓이다. 나는 일본에서 고바야시 선생을 만나고 나서 그것을 정확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근 30년 동안 선생들과 함께하면서 올바른 무도가 무엇인지 알게 된 것이다.

이제 여든을 넘기신 고바야시 야스오 선생을 한국에서 또다시 회원 여러분에게 소개하게 되어 기쁘다. 나의 스승은 여러분의 스승이기도 하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번 행사를 통해서 여러분의 미래를 보았으면 한다.

윤대현

윤대현

국제합기도연맹(IAF:International Aikido Federation) 정회원 (사)대한합기도회 회장
국제합기도연맹 공인 6단
aikidokorea@gmail.com
윤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