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난민 문제’ 프랑스-이탈리아 설전

지난 주말 지중해에서 구조된 600여명의 난민을 태운 구조선이 이탈리아와 몰타의 입항 거부로 지중해를 떠돌다 결국 스페인으로 향하게 된 가운데, 이 사건이 유럽 각국 간 갈등으로 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2일 파리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난민을 수용하기로 한 스페인 당국의 용기에 찬사를 보내는 한편, 난민선의 입항을 거부한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를 무책임하고, 냉소적이라고 비판했다.

PARIS, FRANCE – JUNE 13, 2017 : The french President Emmanuel Macron in press conference in the gardens of Elysee Palace about working visit with Theresa May. © shutterstock

국제 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와 SOS 메디테라네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난민 구조선 ‘아쿠아리우스’는 리비아 근해에서 구조된 난민 629명을 태우고 유럽 대륙으로 향하던 중 이탈리아와 이탈리아 남쪽의 섬나라 몰타가 입항을 모두 거부하면서 난처한 처지에 놓였었다.

집권 시 불법 체류 난민 전원을 본국으로 송환하겠다고 천명해온 극우정당 ‘동맹’의 대표인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바다에서 목숨을 구하는 것은 의무이지만, 이탈리아를 거대한 난민 캠프로 변모시키는 것은 의무가 아니다”며 이 난민선의 이탈리아 입항을 거부한 채 이 배와 지리적으로 더 가까운 곳에 위치한 몰타에 난민선 수용을 촉구해왔다.

하지만, 몰타는 배에 타고 있는 난민들이 이탈리아 당국의 지휘 아래 구조된 이상 이들은 이탈리아가 수용해야 한다며 역시 항구를 열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스페인 정부는 지난 11일 페드로 산체스 총리 명의의 성명을 내고 “인도주의적 재앙을 피해 사람들에게 안전한 항구를 확보해주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면서 동부 발렌시아 항에 이 배의 입항을 허용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아쿠아리우스호의 난민들은 수 시간이면 닿을 이탈리아나 몰타 항구 대신에 뱃길로 사흘 이상 걸리는 스페인을 향해 고단한 여정을 이어가게 됐다.

벤자맹 그리보 프랑스 정부 대변인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해사법에 따라 난민 구조선은 항상 가장 가까운 항구로 가야한다”며 “만약 프랑스가 난민선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해안이라면, 프랑스에 입항해야 한다는 게 국제법”이라고 말했다.

그리보 대변인은 또 기자들에게 “프랑스는 (난민 수용에 있어)우리 몫을 하고 있다”며 “이탈리아 정부의 태도와 (난민 문제를)정치적으로 도구화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견해를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신당인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의 가브리엘 아탈 대변인은 한술 더 떠 이탈리아의 이민정책을 “역겹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프랑스측의 이같은 발언에 이탈리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동맹’과 함께 포퓰리즘 연정을 구성한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의 대표인 루이지 디 마이오 노동산업 장관은 프랑스 역시 스페인이 한 것처럼 난민들에게 항구를 개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디 마이오 장관은 “프랑스가 책임감을 찾아 기쁘다. 그들이 원하면, 우리는 그들을 도울 것”이라며 “프랑스는 항구를 열어야 한다. 그러면 우리가 프랑스에 몇몇 사람들을 보낼 것”이라고 비꼬았다.

살비니가 이끄는 극우정당 ‘동맹’의 유럽의회 원내총무인 마라 비초토 의원은 “역겨운 것은 살비니의 난민정책이 아니라 마크롱이 이끄는 프랑스의 난민정책”이라며 “‘레퓌블리크 앙마르슈’는 이탈리아와 살비니에 대해 말하기 전에 자산의 정부에 대해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집권 시 60만명에 달하는 불법 난민들을 본국으로 추방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지난 3월 총선에서 기세를 올린 살비니 내무장관은 이날 “유럽은 난민위기 해결을 위해 돈보다는 구체적인 지원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유럽으로부터 금전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서류상으로만 이뤄지고, 실효성이 없는 난민 수 천 명의 재할당과 관련한 구체적인 조치를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궁극적인 목표는 유럽을 향해 떠나는 북아프리카 난민들의 숫자를 줄이고, 전쟁 등을 피하려는 진짜 난민과 경제적 이유 때문에 고향을 등지는 가짜 난민을 선별하는 난민센터를 북아프리카에 설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4년 이래 유럽에는 아프리카와 중동, 남아시아를 떠난 약 180만명의 난민이 유입됐다. 이 가운데 3분의 1인 약 60만명의 난민이 몰린 이탈리아는 지중해 난민위기의 최전선으로 전락하며 반난민 감정이 증폭돼 왔고, 이는 지난 총선에서 극우세력이 득세하는 자양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