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일지 소설가, 성추행 의혹의 진실을 말하다 1

지난 7일 동덕여대 <H교수 성폭력 비상대책위원회>가 학교와 하일지 전 교수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 3월 문예창작과 수업 시간에 작품 하나를 두고 벌어진 소동으로 결국 강단을 떠난 하일지 전 동덕여대 교수. 이젠 그가 재학생을 강제추행 했다는 혐의마저 스스로 벗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에 하 전 교수와 두 번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가 말하는 전후사정과 성추행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A와 하 전 교수가 주고받은 문자를 통해 본지는 그날의 진실을 알리려 한다. 이달 초 진행된 두 번째 인터뷰를 먼저 게재한다. 인터뷰는 전화·이메일로 진행됐다. -편집자 주

하일지 전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

-하일지 교수님 안녕하세요. 일전에 인터뷰 했던 이영희입니다. 지난 5월 8일 인터뷰에 이어 몇 가지 더 질문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1차 인터뷰에서 하 교수로 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미투 고발을 한 당시 재학생 A씨에 대해 ‘허위사실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및 협박’으로 고소했다고 알려졌는데 진실은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에 그 문제에 대해서는 검경의 조사 중이니 말을 절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동덕여대 학생들은 지난 7일에도 <H교수 성폭력 비상대책위원회> 주도로 학교와 하 교수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더군요. 성추행도 아니고 성폭력이라 규정하며 ‘살해당한 학생인권장례식’이라 명명하였는데요, 이제는 하 교수 본인이 더욱 적극적으로 혐의 없음에 대한 증명을 해야 할 입장입니다.

강제추행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지난 5월 박진성 시인에게 증거자료를 보냈고, 며칠 전 박 시인이 SNS에 공개했더군요. 최근 MBN과의 인터뷰에서도 반박자료가 보도되됐습니다. 2015년 12월 10일 폭로자 A와 식사와 반주를 하고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입맞춤 한 번 했습니다. 그게 다입니다. 내가 키스를 했을 때 A는 첫 말이 “교수님 이거 다른 사람한테 자랑해도 돼요? 라고 했어요. 강제적인 입맞춤을 당한 사람이 어떻게 이런 말을 하겠습니까.

박진성 시인 블로그 글
하일지 소설가에 대한 거짓 성추행 의혹의 진실입니다

이후 A는 우리 집에 놀러오기도 했고, 즐거웠다며 또 초대해 달라는 문자도 보내고요,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증거가 있습니다. 저는 2016년 2학기 프랑스로 안식년 휴가를 떠나 그곳에서 소설을 집필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A가 2016년 3월 6일 새벽에 문자를 “SOS”라는 이상한 문자를 보내와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까 “프랑스에 데려가 달라”는 거예요.

사진 1. 하일지 전 교수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A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사진 2. 하일지 전 교수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A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당연히 거절을 했지요. 홀로 사는 사람이 1년 간 프랑스에 가 있는데 따라가고 싶다고 하니, 저로서는 놀러 가는 것도 아니고 소설 집필을 위해 계획했던 프랑스행인데 그 부탁을 받아줄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에 혼자 오겠다는 말은 사실상의 동거를 의미하는데 제가 그 부탁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단호하게 거절했지요. 그랬더니 A가 술에 만취해서 문자를 계속 보내왔지요.

정리하면, 저는 이 학생과 한 차례 입맞춤을 한 사실이 있고, 그 당시 이 학생은 ‘다른 사람에게 자랑해도 되요?’ 라고 말했습니다. 그 이후 3개월간 전화 연락도 자주하고 문자도 주고받으며 잘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이 학생이 돌변해 3개월 전의 입맞춤을 문제삼겠다고 했습니다. 프랑스행 동행을 요구하면서 말입니다. 그 이후로도 집요하게 프랑스에 데리고 가달라고 했습니다.

제가 과연 어떻게 했어야 할까요. 그 학생의 요구를 받아들여서 프랑스로 데리고 갔어야 할까요.

-미투 폭로의 동기가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프랑스에 데려가지 않은 것에 대한 복수라고 주장하시는 건가요?

프랑스에 동행 요구를 했던 게 2016년 3월의 일입니다. A는 성추행을 당했다고 2018년 3월에 폭로를 했고요. 아무래도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러한 사실을 완전히 왜곡하고 날조해서 지난 2018년 3월 A가 학내 커뮤니티에 올린 게 저에 대한 미투 폭로입니다. 이 폭로가 일방적으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저는 제자를 성추행 한 파렴치로 보도됐는데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A가 자신의 무례를 사과하겠다는 문자, 프랑스에 있는 동안에도 따라가면 안 되겠느냐는 이메일이 있는데 경찰에 관련 자료 제출했습니다. 협박당하고 허위사실유포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저입니다.

저는 그래서 허위의 폭로 사실을 바로잡으려고 A를 경찰에 고소한 것이고요, 통상 성추행 피해자라고 하면 허위 사실 혐의로 피소가 된 마당에 저를 성추행으로 고소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학생은 저를 해당 혐의로 고소하지 않았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는데 잘 아시다시피 국가인권위원회는 사법 기관이 아닙니다. 기관 이름 그대로 인권의 문제를 다루는 곳이죠. 저는 도대체 A의 행보들이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선생님은 이해가 되십니까? 이 인터뷰를 읽는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정말 궁금합니다.

-박진성 시인이 공개한 것 외에 또 다른 물적 증거가 있습니까?

물론 있습니다. 박진성 시인에게 지난 5월 초순 자료 전체를 제공했고 저나 박진성 시인이나 무척 조심스러웠습니다. 당사자 간 문자 내역을 공개하는 것에 저 역시 부담을 가지고 있었고 긴 시간 상의를 했습니다. 제가 2016년 1월경, 그러니까 키스 이후 1달이 조금 넘은 시점에서 인도에 잠시 체류할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주고받은 문자 내역입니다.

이 학생은 평소에도 신경정신과적 문제로 치료를 받아오던 학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문자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교수님 인도에서 재밌게 지내고 계세요?? ㅎㅎ”처럼 먼저 문자를 보내오곤 했습니다. 살갑게 지내던 사이이고 자연스럽게 문자를 주고받았습니다. 성추행 피해 후 1달이 채 안 되는 시간에 저런 문자를 저에게 보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를 존경한다고 늘 말하곤 했는데 문자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사진 3. 하일지 전 교수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A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사진 4. 하일지 전 교수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A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2015년 12월 10일 키스 이후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교수님 주무시나요??”라고 A가 먼저 묻기도 했습니다. 통화 이후 만나서 가볍게 맥주를 마신 적도 있고요. 도대체 제가 어떻게 더 증명을 해야 합니까. 판단은 이 인터뷰를 읽는 독자들에게 맡기고 싶습니다.

-제가 복지국가운동을 오랫동안 하고 있는데요, 정부로부터 가난한 사람이 복지 수혜자가 되려면 당사자가 직접 가난을 입증해야 돼요. 월수입, 건강상태, 주거문제 등 일일이 전부 입증을 해야지만 복지 혜택을 얻게 됩니다. 성범죄 역시 본인이 입증하지 않으면 결백을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성범죄자일 경우 참담한 말이지만 직장, 가정, 사회에서 사실상 매장당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죠. 본인이 죽어라 발로 뛰며 입증하는 길 외엔 없는 거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그럴 의지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어차피 발로 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 거죠. 그런데, 정말 어려운 점은, 발로 뛰며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검경은 발로 뛰며 입증한 것을 믿으려 하지 않고 여성 쪽 말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무고죄 수사 매뉴얼’이라는 초헌법적인 조치까지 나온 실정이니까요.

저의 경우는 제가 오히려 피해자라고 생각합니다. 지속적인 협박에 시달렸으니까요.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인정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사적인 질문 한 가지 드릴게요. 항간에는 하 교수님이 기혼자라는 말이 있어요. 제가 알기로 독신이라고 들었습니다. 평생을 수도자처럼 사셨다는 말도 하셨어요.

혼자 삽니다. 20대 후반 짧은 결혼생활 2년 정도하고 이혼 한 후 줄곧 독신입니다. 지금은 구순의 노모를 모시고 혼자 살고 있습니다.

-제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은 여전히 동덕여대 재학생들은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A씨의 주장만 대변하며 ‘성추행 교수’도 아니고 ‘성폭력 교수’라는 말로 가해 교수를 당장 파면하라, 학생인권 살려내라고 규탄 대회를 열며 압박을 멈추지 않을 태세에요. 피해를 주장하는 학우 A씨를 위해 후원계좌를 개설하는 등 학생인권은 소중하고 가해자로 지목받은 교수인권은 그 어디에도 없는 참으로 무서운 세상입니다. 사제지간에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신뢰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선생님의 무고가 입증되면 학생들은 어떤 입장일까요? 여전히 그들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A씨를 두둔하며 인정하지 않으려 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그것이 두렵게 느껴지네요. 잘못된 사실은 솔직히 인정하는 것 그게 배우는 학생의 자세일 텐데요.

다수의 학생들이 그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A씨가 저에게 보낸 메일이나 문자메시지 등 명백한 증거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많은 학생은 혼란을 느낄 것입니다. 소수의 과격한 학생들이 앞뒤 가리지 않고 선동을 하고 있는데, 그것은 제가 타킷이 아니라 학교 흔들기 일환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를 성토하면서 엉뚱하게도 총장 직선제니 뭐니 하는 요구를 들고 나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저에게 동덕여대는 관심도 없습니다. 이미 제 마음은 떠났으니까요. 따라서 일부 과격한 학생들이 주도해 벌이는 굿판 따위도 전혀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그 사람들도 자신들이 벌이는 짓거리가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하는 것을 알게 될 테니까요.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새 작품을 쓰는 것입니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 세워왔던 계획, 외국대학에 교수로 가는 것입니다. 이 계획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오직 하나, 노모를 홀로 두고 떠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박진성 시인의 경우 성범죄자 누명을 쓰고 아시다시피 1년 간 죽음을 오가는 고통의 시간과 법적 공방 끝에 혐의를 벗었어요. 하 교수는 최근 무고 고소장을 경찰에 접수했고, 관련된 자료도 함께 제출했어요. 하지만 어쩌면 사태가 장기화 될 수도 있고, 그만큼 괴롭고 힘든 시간과의 싸움이 되리라 예상됩니다. 이겨내실 수 있으신지, 또 어떤 심경이신지요?

아닌 게 아니라 괴롭고 힘듭니다. 그러나 이겨 내야지 달리 방법이 있겠습니까. 일부 과격한 미투 운동가들은 남자들이 사과하고 모두 자살하는 것을 원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바로 이점 때문에 한국 미투 운동에 대하여 황상민 교수는 “All or nothing”이라고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죽을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잘못한 것이 없기 때문이고, 제가 해야 할 일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바로 이점 때문에 과격한 미투 운동가들은 저에 대하여 분노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할 수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