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고정관념, 세련되게 비트는 법

상위 1% 글쓰기 비법 1

손미나 아나운서의 결단, 오프닝 대신 클로징

손미나 전 KBS 아나운서의 합격 수기를 읽은 적이 있다. 수천 명이던 지원자가 단 몇 명으로 압축됐을 때, 그녀에게 살 떨리는 미션이 주어졌다. 대본 없이 애드리브로 ‘가족오락관’을 진행해 보는 것이었다.

사진=손미나 전 KBS 아나운서

차례를 기다리던 그녀는 경쟁자들이 하나같이 오프닝 멘트만 하는 걸 지켜보다 과감한 결단을 했다. 자신은 오프닝 대신 클로징 멘트를 하기로 말이다. 이윽고 순서가 왔고, 그녀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클로징 멘트를 선보였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가족오락관을 진행해보라는 미션을 받았다고 상상해보자. 아주 자연스럽게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가족 오락관 진행을 맡은 ○○○입니다”라는 말이 나온다. 누가 오프닝을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자동으로 그런 시작 멘트가 떠오른다. 이런 것도 하나의 고정관념이다.

고정관념에서 과감히 빗겨 선 그녀는 면접관의 시선을 끌었다. 그런 뒤 매끄러운 진행 솜씨로 면접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말이 글로 바뀌었을 뿐이지 글쓰기 시험도 다르지 않다. 경쟁자와 다른 길을 택하되, 안정적으로 걸어가면 된다.

 

편한 길을 버려야 왕관을 얻는다

‘권력과 권위는 상호 의존관계인가, 상호 배척관계인가’ 2013년 조선일보 입사시험 문제를 받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당연히 의존관계’라는 거였다. 권위 없는 권력은 조롱거리가 되기에 십상이라는 생각이 너무나 직관적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길은 너무나 안전하고 평탄한 길이었다. 쉬운 길이니 지원자 대다수가 이 길을 가겠다는 판단이 섰다. 돋보이려면 다른 길을 가야 한다. 필자는 상호 배척관계라고 쓰기로 마음먹고 개요를 짜기 시작했다. 다음은 실제 시험장에서 썼던 글이다.

‘계급장을 떼 봐야’ 권위는 드러난다. 계급장은 그가 지닌 권력을 함축한다. 군사들은 이 권력의 많고 작음을 헤아려 상명하복의 원칙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나 계급장을 떼고 자연인일 때도 군사들이 자연스레 명령을 따른다면 이때는 권력이 아닌 권위가 작동하는 것이다. 권력이 상실되었을 때 비로소 권위가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권력과 권위는 배척관계다.

권력과 권위는 배척관계다. 권력의 핵심은 강제성에, 권위의 핵심은 자발성에 있기 때문이다. 권력은 다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도록 강제하는 힘이다. 일례로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대통령은 국민을 강제로 군대로 보낼 수도, 재산 일부를 세금으로 걷을 수도 있다.

반대로 권위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하도록 만드는 아우라다. 권위 있는 문학상은 그 어떤 강제력을 동원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책을 사도록 만든다. 강제성과 자발성은 동시에 존재하기 어렵다. 권력과 권위는 서로가 부재했을 때야 존재를 드러낸다. 그렇기에 둘은 배척관계다.

우리 사회를 살펴봐도 이 둘이 서로를 밀어내는 관계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사법부다. 사법부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다. 판결에 따라 범인을 감옥에 가둘 수도 있고, 사유재산 일부를 떼어갈 수도 있다.

사진=검찰

그러나 막대한 권력과 반비례해 권위는 바닥에 떨어져 있다. 잦은 법조 비리, 설득력이 떨어지는 판결 탓이다. 막강한 권력을 영원히 주니 권위를 의식하지 못했다. 만일 사법부가 지닌 권력이 영원불변한 것이 아니었다면, 그들은 대중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물 샐 틈 없는 논리와 존경받는 언행을 계발했을 것이다. 영원히 보장되는 권력은 권위가 자랄 자리를 주지 않는다. 권력과 권위가 배척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13년 전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했다. 국민은 그리고 군사들은 천안함 사태 다음날 온천여행을 떠나고, 한때 무기중개업체 고문으로 일했던 그의 권위를 인정해주지 않았다. 쉽게 말해 ‘계급장을 뗀’ 그는 일개 퇴역 군인이었을 뿐 어떤 권력도 갖지 못한 것이다.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권력이 배제된 상황에서도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는 권위가 필요하다. 권력에 대한 추종만 넘쳐나는 오늘날, 권위가 자취를 감춘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입사 후 회사의 한 간부에게 이 글이 필기시험에서 최고점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어려운 길로 가길 잘했다’라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문장력도 없고, 차별화된 글감도 구하지 못한 내가 남들이 다 가는 길을 따라 걸었다면 결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불안함을 꾹 참고 어려운 길을 갔기에 얻은 결과였다.

하지만 비틀기는 모험을 동반한다. 고정관념이나 상식에 반하는 주장으로 타인을 설득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독창성을 손에 넣으려다 완결성을 놓치기에 십상이다. 주장이 독특한데 설득력이 떨어지는, 한마디로 허무맹랑한 글이 되는 것이다. 이런 글이 합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니 시험 당일 무리수를 두지 않으려면 평소에 충분히 훈련해야 한다.

처음 3분에 떠오른 글감 3개 버려라, ‘3 ·3 소거법’

문제를 받아들고 가장 먼저 떠오른 메시지는 버린다. 사람 생각은 거기서 거기다. 깊은 고민 없이 단박에 떠올린 아이디어 정도는 다른 지원자도 충분히 생각해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글의 핵심 메시지가 여러 지원자와 겹치는 상황이 생긴다. 채점자가 그리 싫어한다는 천편일률적인 글이 되는 것이다.

가장 먼저 떠오른 글감 3개는 아예 머릿속에서 지우고 글을 써 내려간다

이렇게 되지 않으려면 평소에 남들과 다른 메시지를 떠올리는 훈련을 해야 한다. 필자는 스터디를 할 때나 혼자 주제를 정해두고 글을 쓸 때, 처음 3분 동안 떠오른 아이디어로는 글을 쓰지 않았다. 남과 겹칠 가능성이 80% 이상이기 때문이다. 글감도 마찬가지이다. 가장 먼저 떠오른 글감 3개는 아예 머릿속에서 지우고 글을 써 내려갔다. 이를 ‘3 ·3 소거법’이라고 이름 붙이고 이를 꼭 지키려고 연습했다.

처음엔 당연히 허황된 글이 써졌다. 소수의견을 펴려면 이를 뒷받침할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 콘텐츠는 없는데 독특한 주장을 펴려니 잘 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엉성하게라도 일단 글을 쓰고 퇴고하면서 주장을 뒷받침할 사례, 비유, 통계를 추가로 찾아 채웠다. 이렇게 하니 완결성이 한결 높아졌다.

한 달 정도 훈련하니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근육’이 차츰 길러졌다. 이른바 주류, 다수라고 하는 의견을 습관적으로 비틀어 보게 되었다. 다른 측면이 있지 않을까, 다른 원인이 있지 않을까 의심했다.

무엇이든 반대하고 보는 청개구리 기질, 권위에 주눅 들지 않고 반항하는 반골 기질이 몸에 익었다. 이제 세 편에 한 편 정도는 남들과 다른 얘기를 하는 꽤 완결성 있는 글을 써낼 수 있었다.

<뽑히는 글쓰기> 최윤아 지음·스마트북스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