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찬의 리얼한 대한민국] 우리나라 VOD 시장에서 넷플릭스와 구글이 힘겨운 이유

디지털 경제에서는 ‘잠금 효과(lock-in effect)’과 ‘지렛대 효과(leverage effect)’라는 것이 있다. IT 경제가 성장하던 1990년대에 만들어진 개념으로서 익숙하게 소개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와 ‘넷스케이프(Netscape Navigator)’의 법적 분쟁에서 탄생한 개념이다.

먼저 지렛대 효과의 경우에는 보완재 관계의 두 재화 시장에서 한쪽의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다른 시장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효과라고 생각하면 된다. 앞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즈는 운영체제(Operating System)이고,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브라우저(Browser)이다.

이 두 제품은 서로 보완재 관계인데,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체제의 독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시장 선도자였던 넷스케이프의 점유율을 빼앗기 시작했다. 그 방법의 하나가 ‘보완재’의 특성을 활용한 ‘끼워 팔기 혹은 결합 판매(tying product)’였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결합 판매는 독점 금지법(Anti-Trust Law) 제2조에 해당하는 독점화 시도 금지 조항의 적용을 받아 1995년, 1997년 두 차례에 걸쳐 연방 법원으로부터 판매 행위 중지 명령을 받았다.

필자가 한국 시장의 넷플릭스와 구글 이야기에 20여 년 전의 이야기를 꺼낸 까닭은 우리나라의 IPTV 시장에서 통신 대기업들이 결합 판매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필자는 SK브로드밴드 관계자로부터 IPTV 사업자들이 갑이 아닌 을이라는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다. 그 관계자에 따르면 IPTV 시장에서는 콘텐츠 사업자가 ‘갑’이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본인들 또한 “‘제값’에 ‘콘텐츠’를 팔고 싶다”는 말도 곁들였다.

그런데 이 관계자의 이러한 표현과 달리 우리나라 통신 사업자들은 모바일 요금제에 IPTV 월정액제를 결합해서 판매하고 있다. 현재 점유율 1위인 KT의 경우에는 월 5500원으로 무료 5만8000여 편의 VOD를 제공하는 올레 tv 모바일 팩을 결합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또한, SKT 또한 Btv와 연계될 수 있는 ‘T 프리미엄(freemium) 플러스’ 서비스를 모바일로 제공하고 있다.

올레 tv 모바일팩
올레 tv 모바일팩

개봉 3개월 내의 VOD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하는데, 과연 영화사들은 기쁠까?

이 두 상품은 공통으로 가정의 IPTV 서비스에도 적용, 사실상 넷플릭스와 같은 형태 SVOD(예약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로 존재하게 된다.

하지만 SKT와 KT, LG U+는 모두 모바일과 인터넷, IPTV 서비스 분야를 결합상품으로 팔아 사실상의 잠금 효과를 형성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 말은 KT 모바일을 쓰는 소비자라면 결합상품 할인을 통해 인터넷과 IPTV를 쓰게 되고, 이를 통해 지속해서 소비자가 다른 생태계로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회사들이 단순히 결합상품 할인으로 끝나지 않고, IPTV 유통망에서 판매될 콘텐츠까지도 결합 판매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넷플릭스나 구글플레이의 경우에는 ‘웹’과 ‘모바일’ 그리고 크롬캐스트나 애플TV와 같은 셋톱박스나 스마트 TV에 범용성을 가진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use)’를 표방하고 있다.

이들은 결제 계정에 서비스를 종속시킴으로써 소비자가 어떤 플랫폼을 활용하든 콘텐츠 이용을 유지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IPTV 서비스의 경우에는 셋톱박스를 변경할 경우에는 콘텐츠를 전혀 활용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사실상 소비자의 선택권을 극도로 축소하는 잠금 효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IPTV 사업자들은 해당 채널들의 VOD 서비스를 겸하고 있으므로 이를 바탕으로 시장을 더욱 확고하게 방어할 수 있다.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는 SVOD 서비스라는 월정액제의 한계가 있다. 즉, 저가의 정액제로 최신의 값비싼 프리미엄 VOD를 제공할 수 없다는 점인데, 이러한 맹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 넷플릭스만의 오리지널 VOD였다.

또한, SK브로드밴드 관계자의 말과 달리 구글 또한 극장 개봉과 동시에 서비스하는 SPVOD(Super Premium VOD)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넷플릭스는 ‘독점적 콘텐츠’를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전략이었고, 구글은 유튜브와 글로벌 판권을 통해 VOD 서비스 속도의 우위를 바탕으로 진출하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올 초 상황은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판권 문제로 지역별로 제공하는 TV 프로그램과 영화의 종류가 다르다. 넷플릭스는 지역에 따른 콘텐츠 판권을 존중할 것”
-2016년 1월 15일 넷플릭스 공식 블로그 발표

본래 넷플릭스는 전 세계에 같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각 규제 당국의 기준에 따라 다른 콘텐츠를 공개해야만 했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한동안 <하우스 오브 카드>가 서비스되지 않았고, <워킹데드>와 같은 심의 기준이 필요한 콘텐츠들은 대거 대기 상태가 되었다. 한 마디로 넷플릭스만의 콘텐츠 강점 자체가 무력화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4월 들어서 넷플릭스는 ‘한국형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조롱을 받기까지 했다. 마치 우리나라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를 의식한 듯, 자체적으로 모자이크처리와 블러(blur)처리를 하여 콘텐츠의 독창성을 스스로 떨어뜨려 버리는 것이었다.

이와 유사한 시점에 구글 또한 변화가 생겼다. 과거 구글 플레이는 글로벌 판권을 바탕으로 콘텐츠에 자체 자막을 입혀서 서비스를 해왔었다. 그래서 국내 IPTV보다 싸게 대여 혹은 구매가 가능한 서비스를 해왔고, 국내에 개봉되지 않은 외화를 극장과 동시 상영 서비스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구글도 올 초 거의 모든 VOD 서비스를 영등위의 심의를 받은 콘텐츠 중심으로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구글 플레이는 아무리 빨라도 국내 IPTV 서비스업체와 같은 시점에서 같은 VOD를 서비스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프라임 무비팩
프라임 무비팩

현재를 시점으로 올레 TV의 경우에는 지난 5월 12일 개봉한 <다이버전트: 얼리전트>를 프라임 무비팩 상품이라는 SVOD 서비스로써 제공하고 있다. 6월 1일 개봉된 <더 보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IPTV의 월정액 가입 외에도 모바일 tv 요금제로서 SVOD 서비스를 별도로 나누기도 했다.

이렇게 되니 넷플릭스나 구글의 경우에는 자사 콘텐츠의 강점이 완전히 상실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빠르게 서비스를 하고 싶을 경우에는 영등위의 심의 때문에 국내 업체와 서비스 속도가 같아지게 되고, SVOD 서비스의 경우에는 모바일 결합상품과 오리지널 콘텐츠의 심의 기간 때문에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앞서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구글이 SPVOD(Super Premium VOD) 서비스가 아닌 PVOD(Premium VOD)이므로 국내 업체보다 늦다고 했으나 사실과 다르다. 현재 구글은 SPVOD를 구글 플레이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장의 진입장벽은 어떤 효과를 보일까? 사실 구글 크롬캐스트와 같은 셋톱박스 역할 하드웨어와 구글 플레이의 콘텐츠는 우리나라의 IPTV 서비스 업체들의 잠금 효과를 해체할 소지가 있다.

또한, 넷플릭스의 계정 중심의 원 소스 멀티 유즈 또한 마찬가지이다. 넷플릭스의 서비스가 정상 착륙하게 되면, 더는 모바일과 인터넷, IPTV 서비스의 결합 상품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사실 크롬캐스트가 국내에 발매된 것은 벌써 2년이 넘었다. 즉, 지난해까지 구글은 글로벌 판권을 바탕으로 자체 VOD를 제공했다. 그러나 올 초부터 영등위의 심의를 받은 국내 VOD를 받아서 제공하고 있다.

영등위
영등위

넷플릭스도 지난해까지 결제 시 ‘성인인증’을 통해 영등위 심의 없는 콘텐츠를 제공했다. 왜 별안간 이 두 회사는 영등위의 규제를 신경 쓰게 되었을까?

다시 1995년과 1997년으로 돌아 가보자. 당시 MS의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넷스케이프의 분쟁을 바라본 시카고학파 경제학자들은 ‘잠금 효과’와 ‘지렛대 효과’를 이용한 ‘끼워 팔기 혹은 결합 판매’가 비록 독과점 상태가 오히려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수 있음을 주장한 바가 있었다.

그러므로 “끼워 팔기를 그 자체로 반경쟁적으로 보고 금지하는 형태는 부당하다”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미국이나 EU의 경우에는 ‘경쟁 제한성’이라는 요건을 추가하여 끼워 팔기를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끼워 팔기’가 소비자에게 이익일까? 앞서 모바일 요금제로서 IPTV 서비스와의 결합 판매는 LTE 데이터 사용량을 확대하여 더 높은 요금제를 부과하기 위한 동기로 활용된다. 즉, 데이터를 더 쓰게 함으로써 통신 요금 지출을 확대하는 장치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앞서 말한 콘텐츠가 IPTV 서비스 내에서만 ‘유효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게 된다. 다른 인터넷 사업자와 IPTV 서비스로 교체될 경우 콘텐츠 사용 권리가 그대로 사라지게 된다. 즉, 평생 소장이라는 말은 헛소리라는 말이다.

실제로도 구글과 IPTV 서비스의 VOD 대여 방식을 비교하면, 구글은 대여 결제 후 30일 기간을 두고, 최초 재생 후 48시간의 시청권을 제공하지만, IPTV의 경우에는 짧게는 2일, 통상적으로 7일간의 시청권만 제공한다. 소비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국내 IPTV 업체들은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하여 콘텐츠를 지나치게 낮은 단가로 제공하고 있다.

즉, 데이터 요금제와 결합한 형태 등으로 모호한 요금 기준과 내부 거래를 통해 실제 콘텐츠 제작자의 권익을 침해하는 형태로 서비스가 되고 있다. 한 마디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송사와 영화 제작사, 배급사들은 사실상의 궁박 판매를 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IPTV 사업자들의 지위가 ‘갑’이 아니라고 항변을 했지만 지금도 JTBC의 일부 예능 콘텐츠는 당일 VOD 서비스임에도 무료로 제공되기도 하며, 방송사별 월정액 요금제가 있다.

과연 방송사들이 ‘갑’이어서 이런 요금제에 동의했을까? 11만 편의 VOD를 제공한다는 요금제의 경우는 어떠한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IPTV 사업자들의 시장 지배적 지위와 이러한 업체들의 과보호를 유지해주는 영등위의 존재는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대한민국 콘텐츠 시장이 도태됨을 의미한다.

그리고 혁신을 통해 소비자의 권리가 확대되는 것도 막고 있다. 혹자는 영등위의 후진성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 IPTV 사업자들은 그 후진성을 바라는 것은 아닐까?

임형찬

'정치하지마라' 저자
bucurest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