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해’ 외친 건 워마드의 깃털 아닌 몸통이었다

혜화역 시위 논란, 수단이 아닌 본질의 문제

1차 시위부터 문제였다

이번 3차 혜화역 시위(자칭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현장에서 ‘문재인 재기해’ 구호를 주최 측의 선창으로 참가자들이 떼창한 것과, 공식 행사 식순에서 ‘문’을 거꾸로 뒤집은 ‘곰’이라는 피켓이 등장한 것이 논란이 됐다.

이에 과거 우호적인 논조 일색으로 보도하던 메이저 언론 사이에서도 보도 양상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다. 현 정부에 대한 무리한 비판이 부담스러운지 일각에서는 ‘과격한 구호가 집회의 본질을 흐린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야 나오기 시작한 언론(세계일보·국민일보·한국일보·서울경제·서울신문 등)의 비판적 반응마저도 처음부터 집회의 성격을 오판하거나 일부러 무시한 데서 나온 일종의 ‘인지부조화’ 증세에 가깝다.

그들은 1·2차 시위 때부터 모자이크나 보정처리를 하지 않고서 시위현장의 육성과 피켓에 적나라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야 했다. 1차 시위에서부터 이미 본래 사건의 발단이었던 홍대 몰카유출 남성 피해자에 대한 조롱과 욕설이 난무했다. 사실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이미 집회 주최 측의 다음 카페 주소부터가 ‘홍대남(cafe.daum.net/hongdaenam)’이다. 홍대 몰카 피해자에 대한 조롱이다.

한편 이러한 언론의 과도한 보정효과를 보다 못한 ‘마재TV’의 마이콜과 같은 개인 유튜버가 현장에서의 조롱과 테러를 감내하면서까지 집회 현장을 생중계하고 나서는 일도 있었다. 이는 언론 모두의 책임이다.

사진 1. 5월 19일 혜화역 1차 시위에 등장한 남성 몰카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 피켓
사진 2. 5월 19일 혜화역 1차 시위에 등장한 남성 몰카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 피켓

혜화역 시위의 명분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예전에 필자가 정리했듯이 혜화역 시위의 명분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우선 집회 주최 측이 규탄한다는 ‘편파수사’라는 주장부터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다. 홍대 누드 크로키 수업 때 남성모델을 대상으로 몰카유출 범죄를 저지른 워마드 회원이 범행 열흘 남짓 지나 검거되고 끝내 구속된 것을 두고 ‘여성이라 빨리 잡힌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범인이 결국 붙잡힌 것은 교실 수업이라는 한정된 장소에서 몰카범죄를 저지른 탓이지 여자이기 때문이 아니다. 범인이 빨리 잡힌 것은 여자라서가 아니라 허술한 범행 수법 때문이다.

범죄통계 또한 집회 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90%를 초과하는 몰카범죄의 검거율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높은 검거율을 제시할 때 반박이랍시고 흔히 들먹이는 몰카범죄의 ‘기소율’ 또한 일반 형사사건과 비교해도 낮지 않다.

2016년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일반 형사사건의 기소율(피의자 대비 실제 기소건)은 38.8%(76만8382건/198만2859명)인 반면 성범죄의 기소율은 41.8%(1만1401건/2만7248명)였다. 또한 이 중에서도 몰카범죄(카메라 등 이용 촬영)의 기소율은 41.7%(1716건/4112명)였다.

물론 국민의 보다 엄격해진 법감정에 비춰볼 때 몰카범죄 기소율이 더 높아져야 한다는 주장은 충분히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사실관계를 뜯어보아도 수사 및 법집행 관행에서 존재한다던 ‘남녀차별’은 완전한 허구다.

경찰청 범죄통계를 보면 2012~2017년 6년간 검거된 남성 몰카 피의자 2만924명 중 구속된 인원은 538명이며, 구속비율은 전체 남성 피의자의 2.6%다. 같은 기간 여성 몰카 피의자는 총 523명으로 이 중 4명만 구속됐는데 이는 여성 피의자 전체의 0.8% 수준이다.

몰카범죄에 대한 수사관행과 법집행 어디에도 여성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사실을 제대로 짚는 언론은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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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한

홍대 몰카 사건은 편파수사가 아니다.

발언은 법조계 전문가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이 말을 꺼낸 것 자체가 상당히 용기 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아무도 나서서 현실 인식의 오류를 적극적으로 정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혜화역 시위의 본질은 워마드 범죄 물타기 시위

사실 문재인 대통령은 손수 나서 혜화역 시위의 취지를 선의로 해석해 줬다.

여성들의 문제의식은 그것보다는 일반적으로 몰카범죄나 유포에 대한 사회적인 처벌이 너무나 가볍다.

여기서 언론과 사회지도층이 애써 외면하는 당연한 질문을 정면으로 제기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혜화역 시위가 자꾸 과격한 구호로 점철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몰카범죄는 분명 심각한 문제이고 이것을 근절하자는 주장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정치인과 언론이 혜화역 시위를 충분히 선의로 포장해준 것에 비춰본다면 시위는 분명 지금보다 더 성공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집회 측은 굳이 도발을 감행할까. 그 이유는 단순하다.

필자가 처음부터 주장했듯이 혜화역 시위는 여성인권을 증진하기 위한 시위가 아니라 워마드 세력이 주도하는 워마드 범죄 물타기 시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의 민주주의자들 집회에서 흔히 부각하는 ‘대안’, ‘시민적 연대’, ‘변화’에 관한 메시지보다는 ‘증오’, ‘혐오’, ‘욕설’이 가득했던 것이다.

집회의 진짜 목적은 자신들이 후원하고 조장한 홍대 몰카범죄가 실제로 처벌받는 것에 대한 적반하장 식 분노의 표출이다. 이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예전에 삭제됐던 홍대 남성몰카 유출피해자의 사진이 최근 시위의 기세에 힘입어 다시 워마드에 올라오는 등 2차 가해가 재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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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의 본질을 ‘워마드의 범죄 물타기’로 볼 때 그 과격한 양상뿐만 아니라, 집회주최 측인 자칭 ‘불편한 용기’라는 단체 내에서 9일 벌어진 내부갈등 및 폭로 양상도 깔끔하게 설명할 수 있다. 집회 운영진 내부에서 이른바 ‘대외팀’에 속해 있었다고 주장한 참여자들은 ‘생물학적 여성만 참여 가능’ 등의 집회 공지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기존 운영진에 의해 묵살 당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운영진 단톡방 내부에서 ‘남자아이를 대동한 어머니도 참여해서는 안 된다’, ‘유충(남자 어린이를 일컫는 말)은 진입금지’, ‘하루라도 아이 남편에게 맡기고 나오는 게 그렇게 어려울까’, ‘(남자) 유치원생만 돼도 성범죄 일으킵니다’ 등의 대화가 오간 내역을 공개했다.

여기서 드러나는 진실은 단순하다. 애초에 극단적인 남성혐오에 기반한 워마드 성향 여성들이 주도했던 시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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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인지부조화 극복해야

이제 앞으로는 이 사건을 ‘미화일색’으로 보도했던 언론과 관련 단체들이 앞으로 어떻게 지금의 ‘인지부조화’를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한편 이 사건을 계기로 내각 일선의 장관들의 현실인식이 얼마나 둔감한지를 부수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많은 여성이 노상에 모여 분노하고 절규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싶었다.

며 혜화역 시위 참여 후기를 SNS에 올렸으며,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한술 더 떠

남성이라면 (시위에 대해) 더더욱 이해하고 공감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는 글을 남겼다.

후자의 태도는 역설적으로 꼰대 가부장 남성 특유의 ‘맨박스’에 지나지 않는다. 보좌관들이 나서서 10분 만이라도 이들이 워마드의 게시글을 억지로라도 정독하게 해야 했다.

이처럼 여전히 상당수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워마드가 주도하는 시위를 ‘몰카범죄에 분노한 여성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상상하고 있다.

한심한 일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집회에 참여한 일반 여성조차도 ‘집회를 누가 주도하고 있는지’에 관해 사태를 뒤늦게나마 깨닫는 와중이다.

일부에서는 사건의 구체적인 전개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채, 여성에 대한 시혜주의적 태도로만 일관하면 마치 이 해묵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순진하게 믿는다. 오피니언 리더와 정부의 책임자들은 이러한 기만적 인식에서 벗어나는 게 우선이다.

특히 혐오주의자와 극단주의자에게는 남녀 불문 엄격한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야말로 이번 워마드 사태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할 실마리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