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입지는 어디일까

부동산은 입지가 중요하다. 특히 가게는 상권과 입지가 매우 중요하며,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매출이 크게 다를 수 있다. 그래서 상권 및 입지에 대한 분석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소상공인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소상공인들은 창업 시의 애로사항으로 ‘창업자금’ 다음으로 ‘입지 선정 및 확보’를 꼽고 있다.

상권과 입지, 뭐가 다를까

상권과 입지는 다르다. 입지가 가게가 위치하는 지리적 조건을 말하는 것이라면, 상권은 상업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를 말하는 공간의 개념이다. 그래서 상권은 그 공간을 채우는 사람과 점포의 특성에 의해 다른 모습과 특성을 띠기 마련이며, 같은 상권의 동일 업종이라도 입지에 따라 매출과 수익이 서로 다르다. 조금 단순하게 말하면, 상권은 ‘어느 지역에서 사업을 할 것인가’라면, 입지는 ‘어느 건물에서 사업을 할 것인가’로 정리할 수 있다.

상권의 특성에 따라 다르지만, 건물과 상권의 가치를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는 일반적으로 배후인구와 유동인구를 꼽는다. 배후인구는 상권에서 소비를 일으켜줄 잠재적인 소비인구를 말한다. 아파트 상가라면 그 아파트의 거주인구가 배후인구인 셈이다.

다소 정적인 배후인구와 달리, 유동인구는 동적인 개념으로 사람들의 보행량에 초점을 둔다. 특히 유동인구가 만들어내는 보행량은 상업시설의 매출액에 영향을 준다. 보행량이 많은 곳은 매출액이 그만큼 더 높게 나오며 임대료 또한 높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유동인구가 많을수록 최고의 상권이자 입지로 여긴다.

 

‘뜨는 상권’의 가치

그렇다면 모두에게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 최고의 입지일까. 만약 유동인구만이 최고의 입지를 결정한다면, 한국에서 강남역과 명동 상권을 이길 수 있는 곳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도 이곳의 지가는 매우 높다. 공시지가 기준 가장 비싼 땅인 명동 네이처리퍼블릭 부지는 땅값만 평당 2억8380만원이다.

사진=명동 네이처리퍼블릭

지가뿐만 아니라 건물가로 보자면, 강남역에 있던 옛 뉴욕제과 빌딩은 2014년 7월 1050억 원에 매각됐다. 평당 가격이 5억1700만 원이었다. 전국에서 평당 가격이 가장 비싼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가 7930만원임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상가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유동인구가 많은 곳과 최고의 건물은 대략 일치하는 경향을 보인다. 투자자 입장에서 좋은 건물이란 공실률은 적고, 임대수익은 높으며, 가치는 지속해서 상승하는 건물이다. 이는 대개 유동인구의 수와 관련이 크다. 따라서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과 명동의 건물은 투자자 입장에서 매우 좋은 물건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건물은 매우 좋은 만큼 너무 비싸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살 수 없다. 만약 돈이 있더라도 그 건물이 기대한 만큼의 수익을 꾸준히 내지 못한다면 투자가 꺼려질 것이다. 아무리 수익성 좋고 성장성도 좋고 배당도 잘 주는 기업이라도, 현재 주가가 너무 비싸면 투자가 꺼려지는 것과 같다.

그래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현재는 유동인구가 적지만 이후에 많이 늘어날 만한 곳, 이른바 ‘뜨는 상권’이 투자 대비 수익률이 가장 크다. 투자자들이 뜨는 상권에 엄청난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런 이유가 있다.

사업자에게 유동인구는 양날의 검

상가에서 사업을 해야 하는 사업자의 입장은 다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유동인구의 수가 수익에만 영향을 주지만, 사업자 입장에서는 매출뿐만 아니라 임대료에도 영향을 주기에 비용과도 관련이 있다. 즉 사업자에게 유동인구란 수익의 원천이자 핵심적 비용의 원천이다. 그래서 유동인구가 많은 것을 마냥 좋아만 할 수는 없다.

사업과 투자에서 최선은 ‘비용의 최소화, 수익의 극대화’이다. 사업자의 경우 업종과 아이템에 따라 단위면적당 낼 수 있는 매출의 상한선이 존재한다. 만약 임대료가 내 사업 매출의 상한선에 비교해 너무 비싸다면, 아무리 유동인구가 많더라도 좋은 입지가 못 된다.

예를 들어 창고는 도시 외곽의 한적한 지역이나 도시 내에서도 외진 곳에 자리를 잡는다.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 경우는 없다. 창고는 물품을 보관하는 곳이지, 판매를 통해 매출을 일으키는 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되도록 가장 저렴한 지역에 위치해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사진=회원제 창고형 대형 할인점 코스트코

하지만 창고가 무조건 가장 저렴한 곳에 위치하는 것은 아니다. 상품을 판매할 매장과의 접근성을 고려하기 때문이다. 코스트코와 같은 창고형 매장은 입지조건이 일반적인 창고와는 전혀 다르다. 창고 형태로 운영되지만, 보관만 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를 겸해 매출을 일으키기 때문에, 차량을 몰고 가기에 괜찮으면서 유동인구도 일정 이상 있는 곳에 입점한다.

100개의 업종, 100개의 최적 입지

최적의 입지는 이처럼 업종의 특성과 아이디어에 따라 다르다. 그래서 절대적으로 좋은 상권과 입지라도, 사업에 따라서는 최악의 입지, 또는 그저 그런 입지가 될 수도 있다.최적의 입지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사업자가 얼마나 자신의 업종과 아이디어의 특성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겉으로 보기에는 좋지 못한 입지가 최적의 입지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먼저 업종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알맞은 입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특성을 모르면 입지 선정부터 실패하게 될 것이며, 사업 실패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

<골목의 전쟁> 김영준 지음·스마트북스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