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볼 일 없는 인생은 없다’ 자기소개서 글감 찾는 법

자기소개서도 시험 글쓰기와 마찬가지로 글감이 중요하다. 이미 살아버린 시간이다. 입사지원서 마감이 코앞인데 자기소개서에 쓸 말이 없다고 이제 와서 경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하나다. 지나간 시간을 이 잡듯이 뒤져 글감을 찾아내는 일이다. 글감을 확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끊임없는 질문이다.

‘좌절과 성취’를 주제로 타임라인을 그려라

글감을 찾기 위해 인생 타임라인을 그려보자. 주제는 ‘좌절과 성취’다.

좌절과 성취

회사가 자기소개서를 통해 파악하고 싶어 하는 건 크게 봐서 지원자의 성취와 좌절의 역사다. 어떤 장애물을 극복하고 어떻게 성취를 이루었는지를 보면 지원자의 문제 해결 능력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매일매일 발생하는 공간이다.

좌절과 성취를 주제로 타임라인을 그리되, 혼자 이룬 것과 함께 이룬 것을 골고루 섞는다. 입사지원서에 단골로 출제되는 문항이 ‘역경을 극복한 사례’와 ‘팀워크를 통해 성과를 낸 기여 사례’이기 때문이다. 두 문항에 대비하려면 글감을 모두 확보해 두어야 한다.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마음가짐으로 최대한 많은 글감을 적어보자.

 

시시하고 작은 성취도 다시 보자

적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이렇게 시시한 성취도 과연 글감으로서 가치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있다.’

회사가 자기소개서를 요구하는 이유는 성취의 ‘크기’보다는 성취의 ‘과정’을 보기 위해서다. 입사지원서에는 학점, 어학 점수, 수상 내역 등을 기록하는 공간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이것만 봐도 그동안 무엇을 성취했는지는 충분히 파악된다.

그런데도 자기소개서를 요구하는 건 ‘어떻게’ 성취했는지를 보기 위함이다. 어떤 장애물을 어떤 방법으로 극복했는지 그 과정을 알고 싶어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시시한 성취라고 풀 죽어 있을 필요는 없다. 작은 성취라도 지원자의 태도나 자질, 기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면 매력적인 글감이 될 수 있다.

합격 자기소개서: ‘좌절과 성취’

“벌금은 300만 원 정도 나올 거야. 너도 이제 법적으로 성인이거든. 아깝다. 4개월 전에만 걸려도 훈방조치였는데.” 기가 막혔습니다. 히죽거리며 내뱉은 형사의 말에 화가 날 여유도 없었지요. 대학등록금을 모으려고 시작한 편의점 일. 순간의 부주의로 신분 확인 없이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았습니다.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그 얼굴이 중학생이었다니. 한마디로 얼굴이 반칙이었습니다.

IMF 시절, 아버지의 회사도 중소기업의 연쇄 부도 흐름 속에서 예외가 되지 못했습니다. 부모님께 의지하기보다는 도움이 되어야 했지요.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기 위한 첫걸음으로 선택한 일이 편의점 아르바이트였습니다.

당장 학교 다닐 돈도 없는데 벌금이라니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그러나 누굴 탓하거나 스스로를 원망하기엔 시간이 모자랐습니다. 당장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등록금도 모으고 벌금도 모아야 했으니까요.

아침에는 전단을 돌리고 공강 없이 빽빽하게 짜인 학교수업을 들었습니다. 수업이 끝나면 닭갈비집에서 마감까지 일했지요. 주말에 종일 일하면 제법 많이 모을 수 있었습니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라고, 매일 잠이 부족했습니다. 65kg이었던 몸무게가 57kg까지 줄었더군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눈물 대신 웃음이 났습니다. 사실 재미있었습니다. 제 삶을 치열하게 채워나가고 있다는 보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성취보다 중요한 건 스토리

현직 방송기자로 일하고 있는 지인의 자기소개서다. 이 글에서 나온 ‘성취’란 거창하지 않다. 부주의로 물게 된 벌금을 아르바이트를 통해 스스로 냈다는 것 정도다. 공모전 입상이나 경쟁률이 세기로 유명한 외국계 금융 기업 인턴 활동 같은 대단한 성취에 비하면 평범하기 그지없다.

사진=이력서

그렇지만 이 자기소개서에는 난관에 봉착했을 때 남을 탓하거나 부모에게 손 벌리지 않고, 스스로 책임지려는 지원자의 성숙한 태도가 녹아 있다. 불평하기보다는 재미를 찾는 긍정적인 성향도 엿보인다. 성취 그 자체는 소소했지만, 과정은 시시하지 않았다.

이 글감을 활용해 쓴 그의 자기소개서는 언론사는 물론 일반 기업까지 거의 통과했다. 그는 이른바 SKY 출신도 아니고 토익점수도 900점을 밑돌았다. 공모전 수상 같은 스펙도 전무했다.

잘 쓴 자기소개서는 별 볼 일 없는 스펙까지도 매력으로 승화시킨다. 사실 신문에 나올 만큼 독특한 경험을 한 취업 준비생은 극히 소수이긴 하다. 대다수 취준생은 아르바이트, 동아리, 어학연수, 인턴 정도의 경험을 한다.

엇비슷한 경험으로 대단한 성취를 기대할 순 없는 노릇이다. 이제 유일무이한 성취에 대한 집착과 동경을 버리고, 내가 일구어온 작은 성취를 돌아보아야 한다. 시시한 성취도 남다른 스토리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뽑히는 글쓰기> 최윤아 지음·스마트북스 펴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