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계엄문건’ 구체적 실행계획·모의 입증이 수사 쟁점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검토 문건을 놓고 군이 특별수사단을 꾸려 수사에 나서면서 문건 작성에 관여한 이들의 행위가 처벌 가능한지에 관심이 쏠린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군인권센터는 전날 기무사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전시계엄과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과 관련해 조현철 전 기무사령관과 소강원 기무사 참모장을 내란음모와 군사반란음모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문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관련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대를 동원해 촛불시위를 진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군이 특별수사단을 구성해 수사에 나섰고, 이와 별도로 군인권센터의 고발사건을 접수한 검찰도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에 배당하고 고발 내용 검토에 들어갔다.

형법상 내란음모죄와 군형법상 군사반란음모죄는 문건 내용이 얼마나 구체적인 실행계획에 입각해 작성됐는지, 문건 작성을 여럿이 모의한 사실이 입증되는지가 쟁점으로 꼽힌다.

우선 내란음모죄가 성립하려면 문건 작성에 관여한 이들이 구체적으로 내란실행을 합의하고, 실행행위까지 나아간다는 확정적 합의를 이뤘는지가 인정돼야 한다.

전시상황 등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획된 계엄령 발동은 내란이 아니냐는 의심을 합리적으로 제기할 수 있지만, 사건에 연루된 군 관계자들이 세밀한 계획을 세워 실행하기로 공모한 점이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5년 1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에서 “내란을 직접 실행하겠다는 의견의 일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내란음모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내란음모가 유죄가 되려면 적어도 공격 대상과 목표가 설정돼 있고, 실행계획에서도 주요 사항의 윤곽 정도는 공통적으로 인식할 정도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이유였다.

내란을 실행하기로 막연하게 합의한 경우나 단순히 의견을 교환한 경우에 불과할 경우 내란실행의 합의가 없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런 점에 비춰 법조계에서는 계엄령 문건을 두고 내란음모죄를 인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작았던 ‘탄핵심판 기각’을 전제로 문건이 작성된 만큼 내란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겠다는 정도의 합의가 존재했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군인권센터 제공
군인권센터 제공

반면 문건에 동원 가능한 부대가 명시됐고, ‘시행 준비의 미비점 보완’ 등 실행을 염두에 둔 문구가 다수 기재돼 있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실행에 대한 합의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군형법 조항인 군사반란음모죄는 내란음모죄에 비해 범죄가 성립하는 요건이 덜 엄격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97년 4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군사반란음모 사건에서 “군사반란죄는 다수의 군인이 작당해 병기를 휴대하고 국권에 반항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라며 군사반란 유죄를 인정했다.

특히 “군사반란죄를 범한 다수의 공동실행 의사는 공동실행 의사나 모의의 구체적인 일시·장소·내용 등이 상세하게 규명돼야 하는 것은 아니고, 공동실행 의사나 모의가 성립된 것이 밝혀지는 정도면 족하다”고 판시했다.

병기를 휴대하고 국권에 반항하겠다는 식의 모의를 했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군사반란죄가 성립한다는 판단이다.

이 판결 취지에 비춰 보면, 군대를 동원해 촛불시위를 진압한다는 계획을 세운 기무사 문건은 ‘병기를 휴대해 국권에 반항하기로 모의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의견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군사반란음모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면 5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군사반란음모 혐의 역시 문건이 어떤 목적에서 누구의 지시에 따라 작성됐으며 문건이 군에 효력을 미쳤는지 등이 수사를 통해 밝혀지고 관련자 진술 등 구체적인 증거로 뒷받침돼야 성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