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찬의 리얼한 대한민국] 일제 잔재는 무엇인가?

우리나라 언론들은 연례행사 중 하나로 보도하는 꼭지가 하나 있다. 바로 3.1절과 광복절 즈음에 보도하는 ‘일제 잔재 청산’이다. 미디어에 의해 일제 잔재라고 하는 것은 ‘예법’과 ‘의전’ 그리고 ‘언어’가 주로 조명된다.

물론 ‘언어’는 인간의 사고를 지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종의 프레임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일제 강점기의 경험으로 전승된 ‘단어’ 자체는 사실 ‘일제’의 잔재가 아닌 그저 ‘일본어’의 잔재에 가깝다.

즉, 우리 사회는 ‘일제 강점기의 잔재 청산’이라는 슬로건에서 ‘반일’을 이야기할 뿐, 실제 청산을 해야 할 ‘일본 제국’의 속성에 대해서 무지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진짜 일제 잔재란 무엇일까? 바로 ‘국가주의’와 관련된 행위 양식과 ‘군국주의’ 관점에서 시행되는 ‘예법’과 ‘의식구조’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사회의 진정한 일제의 잔재는 주입식 교육에서 나타나는 자유의 말살이라고 할 수 있다.

낙동강세계평화문화대축전 전
낙동강세계평화문화대축전

주입식 교육은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지만, 군국주의의 잔재로서 주입식 교육은 질문을 지양하며, 합리적 의문과 토론보다 ‘상하 관계’를 중시하는 관습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다.

특히 교육적 차원에서 ‘가학적 교육 방식’이야말로 일제의 잔재라고 할 수 있다.

즉, 이론적 학습을 통한 간접 경험이 아니라 ‘육체적 고통’을 강조하며, 피학적이고도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학습을 권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일선 학교에서 시행되는 병영 체험과 수련회 등이다.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라서 집단주의 단합과 상명하복을 육체적으로 체화하길 요구하는 각종 방식들이 일제의 잔재라고 할 것이다.

바로 군국주의의 잔재인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특징은 학대의 일상화이다. 그리고 학대의 명분으로 ‘정신력’을 강조하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가학적 교수법과 피학적 수용자의 관계 그리고 그사이에 절대적 복종만을 강조한다. 지극히 변태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러한 잔재는 21세기에 태어난 아이들에게도 남아있다. 필자가 최근에 알게 된 지방자치단체의 행사가 있다. 바로 <낙동강세계평화문화대축전>이었다. 텔레비전 광고로 이 행사를 알게 되었는데, 광고만으로 필자는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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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취학 아동들이 ‘철조망 체험’을 하고, ‘유격 체험’과 ‘사격 체험’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체험은 이 행사에서 ‘전투 체험존’이라는 곳에서 시행되는 전시·체험 프로그램이었다.

얼마나 경악스러운 장면인가? 징병제를 채택하는 나라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전시상황을 체험한다. 그런데 미성년자를 상대로 지극히 폭력적이며, 가학적인 체험 교육을 할 필요가 있을까?

그들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 ‘칠곡 전투’에서 대한민국을 지켜낸 호국영령들의 노고를 이해할 것이라고 믿는 모양이다.

그러나 실제 필요한 것은 역사적 이해이지 ‘육체의 경험’이 아니다. 주최 측이나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사람들은 군국주의적 가학성을 거창한 명분을 걸고 드러내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아! 21세기이다. 조만간 3.1절도 100주년이 되고, 얼마 안 있어 광복 100주년에 살아갈 아이들이 태어날 시기이다.

그런데 진정한 일제의 잔재는 청산되지 않고, 변죽을 울리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단호하게 이야기하건데 경상북도청과 칠곡군청은 아동학대범들이다.

임형찬

'정치하지마라' 저자
bucurest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