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밍아웃 이후 <시사인>은 창간 이후 최악의 시련을 겪고 있다. 수많은 정기독자가 항의하며 정기구독 해지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사인>과 진보언론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정기구독 해지하는 독자 탓만 해대고 있다.

<미디어오늘>의 보도(메갈리아=여자일베 인정 안 하면 시사인처럼 된다?)에 따르면 고제규 시사인 편집국장은 “독자의 판단은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전제한 뒤 “지금껏 시사인이 광고에 의존하지 않고 구독료에 의존하는 건강한 경영구조를 가진 매체라고 생각했지만, 독자들이 한순간에 이탈하는 사태가 터지면서 이 구조 역시 안정적이지 않다고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고 편집국장은 “당장의 위기는 허리띠를 졸라매 극복할 수 있지만 당장 후배들이 기획안을 낼 때 자기검열을 할까 봐, 그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시사인 고제규 편집국장(출처 시사인)

게다가 <뉴스타파>의 한 기자는 “특정 사안에 대해 생각이 다르다고 구독을 중지해버리면 기자들은 자기검열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언론이 성역 없이 비판해야 한다는 점을 돌이켜봤을 때 좋지 않은 관행 같다”고 동조했다.

하지만 <시사인>뿐만 아니라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의 진보 매체가 메갈리아 및 워마드 회원들이 그간 저지른 패륜 행위에 대해서는 침묵한 행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태로 기자가 자기검열을 할까 봐 걱정된다고 하지만 이미 메갈리아와 워마드에 대해서는 자기검열을 하는 것은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범법 사실이 명백한 강남패치, 한남패치 사건에 대해서조차도 <한겨레>, <경향신문>에서 단 두 건의 보도만이 있었을 뿐 그 숙주인 메갈리아나 워마드에 대한 비판의 기사는 실리지도 않았다.

도대체 왜 메갈리아와 워마드는 이렇게 진보언론의 성역이 되고 범법 행위조차 제대로 기사화가 되지 않는 것일까?

설마 세간에 떠도는 말처럼 진보언론이 메갈리아와 워마드의 본진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여성들이기 때문에 사소한 말실수 정도는 너그럽게 봐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무엇이 진실이든 간에 진보언론인은 자기검열 운운하기 전에 진영논리에 따른 메갈리아에 대한 자기검열부터 뒤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제 눈의 들보는 못 보면서 남의 눈의 티를 보는 진보언론들의 어리석음이야말로 이번 사태를 키운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메밍아웃한 정의당을 어쩌랴?

<시사인>의 메밍아웃의 충격파가 조금은 가셔갈 즈음, 또다시 메밍아웃으로 거대한 충격파를 던진 정당이 나왔으니 이는 바로 진보정치의 맏형 정의당이다.

정의당은 지난 4일 전국위원회 회의를 통해 특별결의문을 발표하면서 정의당이 ‘여성주의 정당’임을 표방했다.

문제는 ‘여성주의 정당’을 표방한 것까지는 좋다 쳐도 그 과정에서 나온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말이다.

심 대표는 전국위원회 회의에서 “강자의 악은 악이지만 약자의 악은 위악이며 위악은 약자의 투쟁 수단이다”라며 “모든 혐오를 반대한다는 문구는 본인이 직접 반대했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

이는 사실상 혐오를 일삼는 메갈리아를 옹호하겠다는 선언이며 ‘여성주의 정당’인 정의당이 곧 ‘메갈리아 정당’임을 인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기가 막힌 상황은 다음에 나왔다. 회의 이전부터 정의당의 여성위원회 예산의 일부가 메갈리아 사이트를 만드는 데 들어갔고 또한 일부 당원이 워마드 운영진으로 간여하고 있다는 의혹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전국위원회 회의에서 여성위원회의 예산 내역을 묻는 한 당원의 질문에 정의당 여성위원회 유은숙 위원장은 “우리를 못 믿으시나요? 힘듭니다”라고 말하며 눈물로 호소했다. 이를 마지막으로 어이없게도 여성위원회의 예산 내역에 대한 논의는 이어지지 못하고 일단락됐다.

어린아이 소꿉놀이도 아니고 국가 지원을 받는 공당에서 예산 사용 내역을 못 밝히겠다고 눈물로 호소하고 그 호소에 구렁이 담 넘어가듯 상황이 정리되는 기가 막힐 일이 벌어진 것이다.

도대체 이렇게 황당한 일은 정의당이 여성주의 정당이어서 벌어진 일일까? 여성주의 정당이기 때문에 여성들이 하는 모든 일은 정당화되고 봐주어야 하는가?

여성이 힘들다고 호소하고 눈물 흘리면 무슨 잘못을 저질렀든 간에 따지지 말고 그냥 넘어가 줘야 하는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또 다른 남녀차별이고 마초주의 아닌가?

이렇게 도무지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정의당에서 벌어지는 까닭은 결국 정의당이 끝까지 메갈리아를 옹호하고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정의당 또한 메갈리아를 절대 건드릴 수 없는 성역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고 스스로 몰락을 자초한 것이다.

메갈리아를 성역으로 만든 기존 대한민국 진보와 여성 운동은 물갈이되어야

정의당으로 대표되는 진보정치와 한경오프시 등의 진보언론이 메갈리아 및 워마드를 끌어안고 시주단지 모시듯 성역화한 결과 반메갈리아 성향의 네티즌들은 이들의 진면목을 보게 됐다.

엄청난 배신감과 실망감을 느끼며 이들에 대한 지지를 철회함은 물론 오히려 극렬한 반대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시사인 절독의 기회

문제는 네티즌들이 단순히 1년, 2년 정기 구독을 끊고 다음 선거에 표를 주지 않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있다.

이렇게 한번 돌아선 마음을 되돌리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제 87년 민주화 이후 30년 가까이 대한민국의 민주화 최전선에서 함께 싸워왔던 기존 진보 세력과 청장년층이 갈라설 때가 왔다.

이제 대한민국 진보는 전혀 다른 진보 세력으로 물갈이되어야만 대중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는 특이점을 맞이했다고 볼 수 있다.

그 계기를 제공한 것은 기존 진보가 성역화한 메갈리아라는 점에서 역사의 아이러니다.

이는 메갈리아와 공동전선을 꾀하고 있는 기존 여성계에도 해당하는 사실로 메갈리아 사태 이후 여성 운동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번 메갈리아 사태는 대한민국 진보와 여성운동의 지형을 바꾼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