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정통 합기도] 종주국은 중요하지 않다

어떤 무술이든 그 시작이 있게 마련이다. 종주국이라는 표현을 많이 하는데 어느 나라에서 시작했는지를 나타내는 단어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종주국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그것이 기원을 말하는 시작의 의미도 있지만 지배한다는 뜻도 있다.

신체문화의 하나로서 무술은 개조나 창시자 혹은 도주와 같은 단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는 국가보다 개인이 앞서있는 모습이다. 나라가 만든 것은 없다. 한 인간이 만들고 국가가 지켜주는 것이다.

태권도의 예를 들면, 태권도의 종주국은 한국이라고 말한다. 한국 사람이라면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말한다. 그런데 누가 만들었는지는 태권도 하는 사람들도 잘 모른다.

국가에서 태권도를 지원하였지 만들지 않았다. 그에 비해 군(軍)의 특수 목적을 위해 특공무술같이 군에서 만든 것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처음 만든 사람이 있다고 한다.

탁구는 영국이 시작했지만, 종주국을 중국으로 알만큼 세계를 주름잡고 있다. 태권도 창시자라고 알려진 고(故) 최홍희 총재는 자신의 일생일대의 업적이 태권도를 만든 것이라고 말한다.

가라데 원류 논쟁은 우선 접어두더라도,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학자는 없다. 북한에서는 캐나다에 있던 국제태권도연맹(ITF, 1966) 최홍희 총재를 평양으로 초청해서 태권도 전당을 지어주는 등 태권도의 영향력을 북한으로 옮기기 위해 노력한 듯하다.

세계태권도연맹(WTF, 1973)을 조직하고 국기원을 만들어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만든 김운용 씨의 정치적 능력은 따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GAISF(현 스포츠어코드) 회장이기도 했던 김운용씨의 능력이 아니었다면, 태권도의 또 다른 축인 ITF 계열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고, 북한이 그 종주국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다. WTF는 후발 조직이고, 가입국이나 인원 면에서도 열세로 시작했다.

합기도의 개조가 누구이냐는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합기도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합기도가 어떤 무술인지도 모르고 막연히 한국이 종주국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합기도가 한국이 종주국이 되려면 먼저 창시자, 즉 개조(開祖)가 있어야 한다.

또 그 개조는 한국에 있어야 한국이 종주국이라는 명분도 서는 것이다.

고 최용술
고 최용술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합기도는 한국이 종주국이라고 할 만한 것을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먼저 최용술씨 자신은 도주 증명서를 두 개를 만들어서 하나는 미국에 있는 장씨라는 사람에게 주었고 또 하나는 아들에게 주려고 했으나 아들은 일찍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도주 증명서를 두 개씩이나 만들었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지만 하나는 해외 도주, 또 하나는 국내 도주로 하려 했다는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1984년 4월 7일 최용술 선생이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제자와 함께 녹음한 테이프를 들어보면 합기도는 우에시바 모리헤이이라는 도주(道主)가 있으므로 자신이 도주가 될 수 없음을 알고 있었고 무술 명칭을 바꿔서 도주명칭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는 내용이 있다.

결국, 최용술 자신도 합기도로는 도주가 될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또 다른 “신무합기도” 창시자라고 하는 지한재 선생은 미국에 살고 있다.

합기도를 과연 한국이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제 생각하고 싶지 않다.

일본에 합기도 세계본부가 있다. 만약 합기도 도주(道主)가 일본이 아닌 한국으로 옮겨왔다면 한국이 종주국이 될 수 있다. 그게 어렵다면 중국의 탁구와 같이 최고의 실력을 쌓으면 된다.

합기도의 시작은 국가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시작한 사람이 중요한 것이고, 그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중요한 것이다.

고 다케다 소가쿠
고 다케다 소가쿠

다케다 소가쿠 선생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 그의 제자인 사가와 유키요시(佐川幸義) 선생이 다음 종가(宗家)가 되었다.

최용술 선생은 자신을 다케다 소가쿠의 양자라고 속였고 다케다 소가꾸 선생의 다음가는 실력을 갖췄다고 하였지만, 어디에서도 그것을 증명할 만한 것은 없다.

자신이 하는 무술이 대동류합기유술이였다면 제자이거나 지부일 뿐이지 도주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예로부터 기능적인 재주를 가진 사람들을 천시 여기는 문화를 가진 나라에서는 재주 있는 사람들이 크게 대접받지 못했다.

그리곤 무엇이든 대중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하면 장사치와 사기꾼, 정치하는 자들이 나타나서 관심과 실익을 좌지우지해 버린다.

스승을 더욱 돋보이게 노력해야 할 제자가 인기를 위해 스승도 비하해 버리는 머저리 같은 인간들도 있다.

합기도는 종주국이 필요한 게 아니라 그것을 만들고 체계화시킨 사람이 누구인가가 더 중요한 것이다.

윤대현

국제합기도연맹(IAF:International Aikido Federation) 정회원 (사)대한합기도회 회장
국제합기도연맹 공인 6단
aikidokore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