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의 다양한 관점과 이론 프레임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페미니즘이 가진 본질적인 모순 때문이다.”
이영희 사회연대네트워크 공동대표

페미니즘 이론서나 다양한 페미니즘에 관한 저서를 읽을 때 지은이가 어떤 유형의 페미니즘 연구자인지 파악한 후 이를 염두에 두고 읽는 것이 중요하다.

자유주의 페미니즘인지, 급진적 페미니즘을 선호하는지에 따라 원인과 문제점, 해결방안, 그리고 대안 제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내가 읽었던 페미니즘에 대한 여러 권의 저서 중 페미니즘에 대한 종합적인 이론서로 탁월한 저서 두 권을 소개할까 한다.

아울러 페미니즘의 다양한 이론과 개념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여기서 생각해볼 대목은 페미니즘의 정의는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것과 페미니즘은 백인 여성, 유럽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주도됐다는 점이다.

인종, 민족, 문화의 다양성은 간과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적 시각이 필요하다.

페미니즘의 목적은 ‘여성의 지위와 권한 강화이며’, 목표는 ‘여성과 남성이 더 평등해지는 데 있다’.

페미니즘의 역사적 흐름은 일반적으로 제1 물결(first-wave), 제2 물결로 규정한다.

페미니즘 제1 물결은 참정권이 여성해방의 주요 목표였다. 정치적 권리, 법적 권리, 교육, 고용에 접근할 권리 쟁취가 성과이다.

프랑스에서는 1945년이 돼서야 여성에게 투표권이 부여됐다(출처 Shoulder to Shoulder)
프랑스에서는 1945년이 돼서야 여성에게 투표권이 부여됐다(출처 Shoulder to Shoulder)

페미니즘 제2 물결은 1960년대 말, 일련의 청년 저항운동으로 시작해 여성들이 광범위한 정치 참여와 더불어 페미니스트 단체들이 급증하면서 페미니스트들이 출현했다.

페미니즘 이론은 이미 학자나 연구자들에 의해 여러 가지 유형에 대한 정리가 잘 되어있다.

서구 페미니즘 연구자들은 자신이 펴낸 저서에서 어떤 유형의 페미니즘을 본인이 선호하는지 밝히고 있다.

<페미니즘, 무엇이 문제인가> 캐롤린 라마자노글루 지음
<젠더 불평등-페미니즘 이론과 정책> 주디스 로버 지음

이 두 권인데 <페미니즘 무엇이 문제인가> 지은이는 영국의 학자고, <젠더 불평등> 저자는 미국 학자다.

페미니즘 이론을 이해함에 있어 지은이가 미국 여성인지, 혹은 서유럽, 북유럽, 흑인 페미니즘 연구자인지 인지하고 읽는다면, 저자가 주장하는 바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페미니즘은 사회 이론이기 때문에 각 나라의 사회구조와 발달 과정에서 전개되기 때문에 논쟁점과 정책 방향이 다르다.

서구 페미니즘 이론서는 2000년 이후 들어 새로운 저서 출간이 뜸하다. 이는 여성운동의 공백기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며, 페미니즘의 기본적인 이론 자체가 복잡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페미니즘, 무엇이 문제인가>는 아쉽게도 책이 절판되어 시중에서는 구하기 어렵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을 선호한다고 책을 통해 밝혔다.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스트기는 해도 페미니즘 이론과 여러 유형의 페미니즘이 가진 딜레마에 대해 매우 예리하게 파헤치고 있어 내가 읽은 페미니즘 저서 중 최고의 수준을 갖춘 책이었다.

<젠더 불평등>의 저자 역시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저자는 말하기를 “대부분의 페미니스트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신의 시각을 바꾼다. 나의 경우 자유주의 페미니즘에서 시작하여 사회주의 페미니즘을 거쳐 지금은 젠더 저항 페미니스트이다”

여기서 말하는 젠더 저항 페미니즘은 급진적 페미니즘을 가리킨다.

한국의 경우 페미니스트가 정체성을 자신의 저서를 통해 분명히 하는지는 모르겠다. 서구의 페미니스트들은 이처럼 명확히 하며 독자를 대한다.

나는 강연이나 저서에서 자신의 사상을 먼저 정확히 말하고 시작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야만 청자나 독자 입장에서 지은이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가 가능하다.

아래의 내용은 위에 소개한 두 권의 저서를 종합해 페미니즘의 개념 구분과 유형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했다.

페미니즘 이론에 있어 기초적인 개념으로 젠더, 성, 섹슈얼리티에 대해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젠더(gender)
사회적 성으로 정의. 부모와 직장인의 역할.
여성과 남성 간의 관계에서 작용하는 사회적 지위와 개인의 정체성.
성별화된 사회과정을 통해 젠더 구분과 역할은 경제, 가족, 국가, 문화, 종교와 성별화된 사회질서인 법과 같은 주요한 사회제도 속에 내재되어 있다.
여성(woman), 남성(man)은 젠더를 언급할 때 사용된다.

성(sex)
생물학적으로 주어진 성.
남자(male), 여자(female), 간성(intersex·음경도 아닌 질도 아닌 애매한 성기를 갖고 태어난 이를 말한다)을 언급할 때 사용된다.

페미니즘
페미니즘

섹슈얼리티(sexuality)
다양한 친밀 관계에서 일어나는 강한 욕구, 정서적 개입과 환상, 동성애, 이성애, 양성애는 섹슈얼리티를 언급할 때 사용된다.

<페미니즘 , 무엇이 문제인가>의 저자는 “젠더와 성, 생물학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이 확실히 구분될 수 있는가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다. 생물, 사회가 본질적으로 어떤 관계를 갖는지의 문제가 여전히 논쟁적이다.

여성과 남성의 어떤 측면이 생물학적이고 어떤 측면이 사회적인 범주인가의 문제다. 생물학적 성은 모든 여성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지만, 여성들이 남성에게 억압당하는 것은 사회적 성 때문이다.”라는 문제의식을 제기한 바 있다.

<젠더 불평등>의 저자 주디스 로버는 페미니즘의 여러 유형에 대한 설명에 앞서 페미니즘을 세 개의 넓은 범주로 나누었다. 이는 이해하기 쉬운 매우 유용한 방식이다.

젠더 개혁 페미니즘, 젠더 저항 페미니즘, 젠더 반란 페미니즘으로 나누며 간략한 개념은 다음과 같다.

젠더 개혁 페미니즘
자유주의 페미니즘·마르크스와 사회주의 페미니즘

기존의 성별화 된 사회질서의 구조 내에서 여성과 남성의 지위를 동일하게 하기 위해서 투쟁. 젠더불평등의 원인으로 보고 있는 가족과 경제에서 여성의 일에 초점을 맞춘다.

일의 세계와 경제적 자원의 분배에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만연해있는 차별 관행을 가시화시켰다. 여성의 가치가 남성과 동등하게 평가되고, 참여하고 동등한 인정과 보상을 받도록 하는 데 있다.

자유주의 페미니즘
부르주아 중심의 평등권. 스칸디나비아 국가, 유럽, 북미 국가들의 중·상류층에 집중된 젠더 평등. 젠더 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생물학적 차이는 무시되어야 하며, 여성과 남성은 젠더 중립적인 방식으로 대우 받아야 하며 특히 법이 이를 보장해야 한다.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사회주의 페미니즘
사회, 국가, 국가제도를 가부장적인 것으로 분석하는 것으로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이 시초다. 마르크스주의적 분석 틀에 기초한다. 젠더 불평등의 원인으로 가족을 위한 무임금 노동에서의 여성 착취, 여성 직업의 저임금 책정 등이다.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도 있단다(출처 참세상)
마르크스주의 페미니즘도 있단다(출처 참세상)

젠더 저항 페미니즘
급진적 페미니즘·레즈비언 페미니즘·정신분석학 페미니즘·관점 페미니즘

성별화 된 사회질서 특히, 섹슈얼리티, 폭력과 문화적 표현에서 여성이 받는 억압과 착취에 대항하여 투쟁한다.

남성의 지배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젠더 질서를 젠더 중립적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이다. 매스 미디어, 스포츠와 포르노는 폭력, 강간과 성 착취에서 과도한 남성의 권력을 조장한다.

급진적 페미니즘
남성의 여성 억압 제도, 즉 가부장제도 개념을 남성이 폭력과 성 착취로 여성을 종속시키는 제도로 규정한다.

남성이 여성을 강간, 구타, 살인하거나 통제하는 문제에 주목한다. 데이트 강간, 결혼강간 등에도 주목한다. 광고, 매스컴, 문화적 생산물에서 여성을 몸을 대상화하는 것에 문제 제기한다. 포르노와 매매춘을 통한 성 착취에 주목한다. 여성도 하나의 계급이라고 주장하며, 남성보다 더 우월하다는 주장 한다.

급진적 페미니즘은 아동성범죄, 강간, 구타, 성희롱 등의 문제에 공공의 주의를 끄는데 업적을 세웠다. 급진적 페미니즘에는 여러 분파가 있는데, 그중 에코페미니즘은 환경, 생태문제에 중점을 두며, 여성이 자연에 더 가까운 여성 우월성을 내세운다.

급진적 페미니즘은 레즈비언의 이해나 지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메갈리아에게 고마워하라는 글을 한겨레에 게재한 여성학자 정희진
메갈리아에게 고마워하라는 글을 한겨레에 게재한 여성학자 정희진(급진적 페미니즘)

젠더 반란 페미니즘
다문화주의 페미니즘·남성 페미니즘·사회구성 페미니즘·포스트모던 페미니즘

남성 페미니즘
남성과 남성성 연구에 페미니즘 이론을 적용한다. 남성도 여성처럼 하나의 젠더로 취급하면서 남성성을 여성성만큼이나 신중하고 면밀하게 검토한다.

남성 집단이 경제적, 교육적 자원과 정치권력 지배, 모든 남성에게 이로운 제도화된 특권,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과 성적착취를 조장하는 사회적 가치를 젠더 불평등 원인으로 본다.

이상으로 페미니즘의 유형을 소개한 책 두 권을 바탕으로 요약했다. 페미니즘 유형 중 설명이 생략된 부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며, 현시기 한국의 문화적 특성과도 괴리감이 크다고 봐서 넘어갔다.

페미니즘의 여러 유형에는 각기 딜레마를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두 권의 책에 담긴 내용 중 아쉬운 점은 21세기 페미니즘에 관한 이론적, 정책적 방향 제시가 매우 빈약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한국의 페미니즘 논자들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나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라고 선언한 주요 이유는 페미니즘이 가진 본질적인 모순 때문이다.

페미니즘에 관한 저서를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 그러하다. 페미니즘 이론의 틀은 위에 요약했듯 간단하다.

문제의 핵심은 페미니즘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종의 ‘문화 전쟁 현상’, ‘성 전쟁’이다.

출처 시사인
출처 시사인

이른바 메갈리아 사태에서 드러났듯 진보언론들은 페미니즘을 문화 콘텐츠로 삼아, 메갈리안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글들을 쏟아내고 있다.

여기에 기성 진보지식인들이(주로 기성 남성의 메갈리안 옹호는 아이러니) 참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메갈리아 비판자를 향해 “페미니즘에 대해 공부 좀 해라! 젠더 평등 의식이 뒤떨어졌다!” 이렇게 말하는데, 한마디로 오만한 태도이다.

현 시기 젊은 세대는 성 평등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성장한 세대로 이 문제에 관한 한 놀랄 만큼 젠더 평등에 대한 이해도가 높음을 보여주고 있다.

메갈리아 사태는 진보 기성 언론계와 기성 지식인들의 시대착오적이고 편협함을 여실히 드러내었다.

나는 성 평등을 지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