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2년 전 그 날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사파리의 야생동물에는 ‘약육강식’이 적용된다.

때로는 아주 귀여운 새끼 임팔라가 치타의 사냥감으로 전락하고, 새끼 사자도 호기심 때문에 같은 사자에 의해서 혹은 다른 종에 의해서 죽임을 당한다. 멀리서 보면 안타깝긴 하지만 그것은 자연의 섭리이라 인간이 개입할 문제는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 이러한 자연의 섭리를 내세우기도 한다. 인간사에서 개인의 노력과 경쟁 때문에 ‘약자’와 ‘강자’로 나뉘면 그에 따라 약자는 소모되고 그 소모를 통해 창출된 기회를 강자가 가지는 구조를 긍정하기도 한다.

그런데 사실은 인간사의 경쟁은 사파리 속 약육강식의 경쟁보다 훨씬 불공정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사파리의 법칙은 오로지 ‘힘’을 통해 결정된다. 그 무엇도 한 개체를 위해 대신 무언가를 해주지 않는다. 오로지 모성애와 부성애만이 ‘새끼’들을 도와줄 유일한 힘이고, 무리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지켜주는 것은 ‘힘’이라는 하나의 법칙만 통용된다.

하지만 인간 세상은 조금 다르다. 때로는 개인의 역량과 관계없는 기존의 관습과 유산을 통해 이를 뒤집을 수 있다. 내가 선거 전에 ‘전략공천’은 없어져야 할 폐단이라고 이야기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당사자 간의 경쟁이 아닌 당사자 외의 개입 때문에 경쟁의 결과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는 기회조차 없이 인생에서 쌓은 모든 것을 빼앗아가 버릴 수 있다. 이건 생애에 대한 존중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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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세월호에 대한 시각도 이와 별반 차이가 없다. 죽어간 사람들은 개인적 역량에 의해 세상에서 이탈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들도 모르는 문제들 속에 ‘우연한 타이밍’을 통해 들어갔을 뿐이다.
사람들은 ‘흔한 교통사고’쯤으로 취급하겠지만 말이다. 슬퍼해야 할 이유와 공동체로서 연민의 감정을 가져야 할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그들은 스스로 의도하지 않는 상황 속에 휘말려 사라졌다. 당사자의 문제도 아닌 당사자의 실수도 아닌데, 우연한 일로 인생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이다. 스스로 스카이다이빙을 즐기다가 실수로 사고사를 당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을 돕는다. 치료법을 개발하는데 펀딩을 한다던지 치료비를 기부해서 도와준다. 어떻게 보면 문명이 존재하지 않는 순수한 자연의 법칙에서는 적자생존이 적용될 수 있지만 우리는 인간애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인간의 힘이고, 경제력을 축적하고 물려줄 수 있는 문명의 힘이었다. 지구상 그 어떤 종보다 강할 수 있는 인간만의 특질이다.

한때 나치는 ‘장애인’에게 드는 비용을 셈하여 ‘우생학적’ 정책을 펼친 적이 있었다. 장애인들을 학살해버렸다. 지금의 자유주의 문명은 이러한 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인간애를 바탕으로 세워졌다. 이러한 ‘생물학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인간애를 투영하는 것이 오늘의 세상이다. 그래서 ‘문명인’인 것이다.

그 사람들은 각자의 꿈이 있었지만 난데없이 사고를 당해 인생을 살아가고 경쟁하며, 도전할 기회가 사라졌다. 우리가 젊은 사람들이 단명했을 때 느끼는 인간적 슬픔의 대다수는 그 사람이 만들어낼 미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와의 추억을 가진 주변인이 아니라면 그가 만들어낼 세상에 대한 연민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대단히 이질적으로 보이지만 우리는 우연한 사고로 생을 마감한 다수에게 “불공정하다.”라는 표현을 쓴다. 물론 그 대상은 ‘신’이라는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인류가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혀갈수록 특정 국가와 보편적 문화, 전 인류 구성원에게 그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 그래서 목표는 우연한 사고를 최대한 줄이는 문명을 만들어나가는 것이었다. 사실 인류는 ‘공정함’을 위해 투쟁한 것인지 모른다.

인종적 차별과 성적 차별 등 각종 차별과 억압으로부터 자유를 추구하는 것은 바로 ‘공정한 기회’를 가지자는 것일 것이다. 스스로 결정하고 경쟁할 기회. 그것이 생의 목표이고, 그러한 기회가 당사자의 선택이 아닌 사건으로 사라졌을 때 우리는 ‘불공정’이라는 말을 써왔다.

사실 자유의 목표는 ‘공정함’일 것이다. 한 사람의 생애에 대해서 연민을 느끼는 것도 불행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려는 인간의 심리도 바로 여기에서부터 일 것이다. 인간이 힘에 의한 약육강식의 자연 섭리를 벗어난 문명을 세우면서 제도를 통해 균형을 맞추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숙명이다.

그래서 우연한 죽음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고,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에 대해서도 죄를 묻는다. 제도를 통해 생의 기회를 보장하려는 이유를 생각할 때 2년 전 그 날의 일을 가볍게 넘길 수 없다.

임형찬

헬조선 개청년
'정치하지마라' 저자
bucurest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