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맥주 가성비 최고, 클라우드 vs. 더 프리미어 OB

[독자기고] 한병철 경기대 교수

하이그래비티(High Gravity Brewing)공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이 많다.

클라우드 맥주가 ‘물 타지 않은 맥주’라는 광고문구로 비교적 성공했지만, 하이그래비티 맥주를 물 탄 맥주라고 일방적으로 치부할 것만은 아니지 싶다.

클라우드의 광고는 영악했지만, 100% 정확한 것은 아니다.

클라우드 맥주
클라우드 맥주

하이그래비티는 ‘비중’과 관련이 있는데, 고농도 맥 즙을 만들어서 알코올도수를 왕창 높인 후, 탄산수로 희석하는 방식이다.

내가 여행본색에서 표현한 ‘보리차에 알코올 넣고 탄산 희석’한 방식과 유사하다.

카스나 오비에서는 해외 대형 맥주회사들도 하이그래비티로 만든다며 항변하지만,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저가형 맥주를 하이그래비티로 만들지, 맛있는 비싼 맥주를 이렇게 만들지는 않는다.

하이그래비티는 경제성을 위한 제조방식이지, 맥주 맛을 향상하기 위한 방식은 결코 아니다.

클라우드가 물 탄 맥주 카피로 매출 신장을 이룩했지만, 실제로 맥 즙 농도를 따져보면 클라우드보다 프리미어 OB가 더 높다.

프리미어 OB는 500cc를 3000원에 마실 수 있는 생맥주 중에서는 가성비 최고라고 생각한다.

맥주는 유럽의 막걸리에 해당한다. 서민들이 값싸게 벌컥벌컥 마시는 술이다.

맥주를 위스키처럼 입술 축이듯 홀짝대며 마신다면, 이 얼마나 불행한가.

예를 들어 두체스 브르고뉴 같은 맥주는 워낙 비싸서 한 파인트를 원샷 할 수가 없다. 그러니 이건 맥주는 맥주이되 와인의 계급을 가진 술이다.

맥주는 신나게 들이붓는 술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중요한 것은 가성비와 맛의 결합이다. 이런 것을 고려할 때 한국에서 프리미어 OB보다 더 좋은 맥주는 흔하지 않다.

그리고 100% 보리 맥주는 지상선 인가?

독일의 맥주 순수령 때문에 100% 보리 맥주를 강조하는 카피가 많이 나오는데, 맥주 순수령으로 만든 맥주가 다른 곡물이 섞인 맥주보다 반드시 맛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벨기에의 수많은 맥주는 독일 맥주보다 맛없겠네? 벨기에 맥주들은 과일부터 별별 것이 다 들어가는걸.

맥주에 쌀이나 옥수수가 들어가도 충분히 맛이 있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청도 맥주다.

100여 년 전에 독일인들이 청도에 와서 만들기 시작한 청도 맥주에는 쌀이 들어간다.

칭다오(청도) 맥주
칭다오(청도) 맥주

청도 맥주 공장에 가면 성분 구성표에 잘 보이게 써 놨다. 다만 한글로 ‘쌀’이라고 안 쓰고, 한자로 ‘大米’라고 써 놨을 뿐이다. 맥주병 뒤에도 적혀있다.

동남아 맥주들도 쌀이 들어간 것이 매우 많다. 쌀은 맥주에 쌉쌀하고 청량한 맛을 더해주기 때문에, 이렇게 만든 맥주는 치맥이나 얼큰한 한식에 먹기 좋으며, 소주에 말아 마시기에도 훨씬 더 적합하다.

영국이나 벨기에 에일맥주는 폭탄 베이스로 별로 적합하지 않으며, 매운 골뱅이 무침 같은 것에 마시기에도 그다지 좋지 않다.

뭐 어쨌든, 하이그래비티 공법은 맥주 맛을 위한 제조법은 아니니까, 이렇게 만든 맥주가 더 맛있다고 말하지 않으면 좋겠다.

다만 500cc 한잔에 3000원대에 마실 수 있게 해 주었다는 점에서 존재가치가 충분하다고 여긴다.

맥주는 막걸리처럼 들이붓는 술이기 때문이다. 이태원 사계 가서 세종 맥주를 원샷 하는 사람은 못 봤다.

한잔에 9000원짜리 맥주를 원샷하며 마셨다가는 계산할 때 땅을 치며 울게 될 테니 말이다.

더 프리미어 OB 맥주
더 프리미어 OB 맥주

결론은, 프리미어 OB를 판매하는 맥줏집이 좀 더 많이 늘어나면 좋겠고, 프리미어 OB는 바이젠도 생맥주로 출시해 주면 아주 고마울 것 같다.

그리고 항상 불만이었던 것은, 한국의 생맥줏집도 맥주의 양이 500cc가 되도록 판매해야 한다.

요새 생맥주 잔은 실제로는 450cc나 400cc밖에 나오지 않는다. 맥주가 500cc가 되려면, 맥주잔의 크기는 640cc가 되어야 한다.

메뉴판에 500cc라고 써놓고 실제로는 400cc를 파는 것은 공정거래위반 아닌가. 이건 정부 차원에서 반드시 규제해야만 한다.

또한, 1000cc 잔으로 맥주를 팔아주면 좋겠다. 내가 대학 들어올 때는 서울 시내에 1000cc 잔이 꽤 많았었는데, 90년대 되니까 전부 사라져 버렸다.

최근에 OB 비어에서는 1000cc 잔으로 프리미어 OB를 판다. 1000cc 맥주잔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생맥주는 1000cc 잔으로 마셔야 제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