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찬의 리얼한 대한민국] 쓰러진 한 시민에 대한 국가의 폭력

한마디로 말하자면 부관참시다. 그러나 그 사람은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아무리 걸고 넘어져 봤자 불과 벌금에 가까운 것이었다. 바로 고 백남기 농민에 대한 이야기이다.

백남기 농민은 참가자 중 한 명이었다. 즉, 집회를 주도한 지도부도 아니고, 과거에 운동 경력이 있어도 현재의 삶은 평범한 농민이자 가족으로서의 삶을 누리고 있었다. 과연 그에게 집회란 ‘대역죄’라도 된단 말인가?

고 백남기 농민
고 백남기 농민

비례의 원칙이 있다. 바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의 원칙을 이야기한다. 사적 폭력을 금지한 법치국가에서 유일한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권력이 시민의 기본권을 제약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가 바로 이 헌법 조항이라고 할 수 있다.

경찰이 시위대를 진압하고 물리적 제약을 가하는 것은 경찰관직무집행법에 근거하고, 그에 따라 ‘행정상 즉시강제’를 투영하고 있다. 여기서 즉시강제란 영장주의를 지킬 수조차 없는 급박한 위험이 존재하여, 인명이나 재산상 손실이 예견될 때, 공권력의 강제력을 동원하여 ‘선 조치’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의 원칙을 경찰관직무집행법에서는 다시 한 번 이야기한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1조(목적)
① 이 법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공공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경찰관(국가경찰공무원만 해당한다. 이하 같다)의 직무 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② 이 법에 규정된 경찰관의 직권은 그 직무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도에서 행사되어야 하며 남용되어서는 아니 된다.

그만큼 경찰관의 직무수행에서 ‘과잉금지의 원칙’은 국가공권력의 정당성에 필요한 요건이고, 공무원에 의한 자의적이고 과도한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요소이다.

우리나라는 과거 독재자가 이 과잉금지의 원칙을 심하게 훼손된 적이 있었다. 불심검문을 하며 여성의 치마 길이를 재거나 가방을 뒤지며, 임의동행으로 고문까지 한 일도 있었다. 그러므로 과잉금지의 원칙을 지킨다는 것은 실질적 민주주의로 가는 중요한 쟁점이며, 자유주의 국가에서는 가장 중대한 기준이기도 하다.

특정지역에서 '반인반신'으로 불리는 그사람
특정지역에서 ‘반인반신’으로 불리는 그사람

자유란 무릇 사적이고, 국가와 계약한 사항 이외의 자의적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온전히 보전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거기서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이야기할 수 있으며, 종교 및 정치관에 대한 내적 자유를 지킬 수 있다. 즉, 강요받지 않을 권리를 지키는 것이다.

백남기 농민의 사망 사건은 집회의 성격이 ‘합법’ 혹은 ‘불법’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집회의 성격이 어떡하든 국가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나는 폭력을 행사하여 인명 사고를 내었다. 또한, 살수차 운용지침에 어긋나는 수압과 조준 방법을 채택한 사실도 드러났다. 즉, 고의 혹은 과실에 의해 사람의 생명을 빼앗은 것이다.

여기서 쟁점은 바로 국가가 ‘불법’을 행사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경찰은 스스로 사과를 거부해왔고, 사건 당시 살수차 운용에 관한 증거들을 은폐하려고 해왔다. 종국적으로 드러나는 사실 증거를 막을 수 없자 경찰은 바로 ‘피해자’를 제거하려 했다.

바로 직사 살수에 의한 충격으로 넘어져서 두개골이 파열된 피해자를 ‘외인사’가 아니라 ‘병사’로 취급하며, 인과관계의 고리를 끊어내려고 했다. 참으로 치졸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설사 백남기 농민의 사인이 ‘병사’로 인정되어도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배한 경찰의 불법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순간 가장 황당한 것은 백남기 농민의 사안에서 필요한 사회적 공론이 엉망이 되었다는 것이다. 필자가 며칠을 지켜본바, “과잉금지의 원칙”을 중심으로 한 공론을 훼방하는 정부 측 시도가 있었고, 그 전략은 가짜 자유주의자들에 의해 부풀려지기 시작했다.

즉, 백남기 농민의 부검 영장도 그러하며, 과학적 지침에 어긋나는 주치의의 사망진단서도 그러했다. 그럴싸한 근거를 마련해주자 수준 떨어지고 혐오스러운 집단들은 유족에 대한 패륜적 행위를 일삼으며, 정부를 옹호하고 있다. 이러한 행동들에 ‘자유주의’를 외친다는 것은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언론도 이러한 논쟁에 편승했을 뿐, 논점을 지킬 생각은 없는 듯하다. 의지가 있다면 결국 원점이자 가장 중요한 쟁점인 ‘과잉금지의 원칙 위반’과 국가의 불법성이라는 주장을 더욱 집중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그 외적인 유가족 비난 등은 의도적으로 논쟁거리로 삼지 않아야 한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백남기 농민 부검 실시' 여론조사 결과 '찬성 43.4% vs 반대 42.3%'
CBS 김현정의 뉴스쇼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백남기 농민 부검 실시’ 여론조사 결과 ‘찬성 43.4% vs 반대 42.3%’

며칠 전 한 언론에는 백남기 농민의 부검에 대한 여론조사를 했다. 과연 그게 여론조사를 할 사안일까? 유가족 입장에서는 내 아버지, 내 남편, 내 친인척에 대한 일이다. 이미 다른 정보가 명백한데, 부검에 대해 논쟁을 한다는 것은 사생활을 공론에 부치는 모욕에 해당한다.

한 야권 대권후보는 이러한 공론의 초점을 재구성하기보다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에도 이용하고 있다. 바로 살수차 지침이라는 대안이 아니라 자신의 권한 밖이고, 실효적 수단도 없는 ‘슬로건’으로 인지도 확대에만 골몰하고 있다. 과연 이 대한민국에 인본적 가치란 있을까? 우리에게는 좀 더 핵심을 지킬 의지가 필요하다.

임형찬

'정치하지마라' 저자
bucurest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