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개미 돈 터는 ‘공매도’는 놔두고 한미약품만 ‘매질’

썩은 기둥 골 두고 서까래 갈아 댄다고 새집 되랴

어떤 사물에 있어서 낡은 근본은 그대로 놓아두고 사소한 것을 고치면 결코 개선되지 아니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금융당국이 썩은 기둥(공매도)은 그냥 두고 서까래(한미약품 늑장공시 의혹)만 갈아 새집(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 시장)을 만들겠다고 한다.

한미약품 본사
한미약품 본사

한미약품 늑장공시 의혹과 관련해 위법행위가 발견될 경우 엄정히 조치하겠다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정작 공매도는 손보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4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과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가 한미약품 늑장공시 의혹을 파헤치기 위한 조사에 들어갔다.

6일 자본시장조사단은 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기술수출 계약 해지 통보를 받기 전에 이미 관련 정보가 카카오톡과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유출됐다는 제보를 받고 사실확인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한미약품이 기술수출 계약 해지 공시를 늦게 해도 처벌, 정보가 사전에 유출돼도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한미약품의 공시가 늦어도 처벌, 빨라도 처벌하겠다는 이유는 그 정보를 이용해서 누군가 큰 이익을 얻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가 이익을 볼까. 개인투자자?

만약 개인투자자가 그 정보를 빨리 알았다고 한들 이익은커녕 잘해야 손절매밖에 없다. 개인투자자는 손실을 적게 보는 게 최선이다.

기술수출 계약 해지 공시로 한미약품 주가가 폭락할 것이라는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큰 이익을 얻는 곳은 결국 기관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다.

개인투자자는 주가가 올라야만 이익을 얻지만, 기관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는 주가가 오르든 떨어지든 수익을 낼 수 있다. 바로 공매도 때문이다.

기관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가 어떤 주식에 대해 공매도 주문을 하면 주가가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돈을 벌게 된다.

한마디로 기관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가 한미약품 주가 폭락으로 개인투자자의 돈을 쓸어갔다는 것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임종룡 금융위원장

‘개인투자자도 공매도를 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당연히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공매도를 하지 못한다. 법으로 막아놨다는 말이다.

지난달 30일 한미약품에 대해 대량으로 공매도 주문을 낸 기관은 외국계 증권사인 유비에스에이쥐(대리인 스탠다드차타드은행)와 모건스탠리(대리인 모건스탠리 아시아 리미티드) 두 곳이다.

한국거래소의 지난달 30일 한미약품 공매도 거래현황에 따르면 차입증권매도(공매도) 수량 10만4327주, 차입증권매도 금액 616억1779만5000원, 총거래량 180만563주다.

30일 하루에 외국계 증권사 2곳이 공매도 거래를 616억원 넘게 했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가 한미약품 사태에서 공시가 늦었냐 또는 정보가 유출됐나를 조사하고 처벌하겠다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

금융위원회가 공매도를 손보지 않고는 기관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만 이익을 취하는 구조를 바꿀 수 없다. 구조를 바꾸지 않고는 ‘사후약방문’이다. 이미 기관·외국인투자자가 공매도라는 빨대로 다 빨아 먹은 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자유 경쟁 시장을 헤치지 않기 위해 현재 공매도 시스템은 그냥 두겠다고 한다.

단지 뭐로 걸든 걸리는 대로 한미약품만 처벌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시류에 편승해 대중적인 인기만 얻고 정작 금융위원장이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겠다는 말로 들릴 수밖에 없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기관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만 이익을 얻는 자유 경쟁 시장만 지킬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공정한 시장이 되도록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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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한

리얼뉴스 발행인·편집인
대학병원 연구원 그만두고 어쩌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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