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무공, 둔재도 준치로 만드는 최상의 교수법

상승(上乘)이라는 단어는 불교에서 ‘대승(大乘)’을 달리 이르는 말로써, 최상의 교법이라는 뜻이다. 본래 가르침을 전제로 한 용어였다.

상승무공(上乘武功)은 무림에서 가장 높은 경지의 공부를 지칭하는 것으로 이해됐다.

하지만 그 의미는 구양신공처럼 엄청난 무공경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최상의 교수 방법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욱 타당할 것이다.

상승(上乘)의 공부라는 것은 둔재도 준치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일반사람도 성실하게 수련한다면, 상위 5% 안에는 들어갈 수 있게 해 주는 공부를 말한다.

한병철(출처 동아일보)
한병철(출처 동아일보)

요새 운동과 무술공부에서 인지적인 접근을 시도해 보고 있다. 아니, 내가권법의 훈련체계 자체가 cognitive approach(인지적 접근법)였었다.

인지적 접근방법은 이미 태극권과 형의권, 팔괘장 등등의 내가권법에서 극한까지 갔던 것이다.

내가권법의 위대성은 기격능력이 아니라 교습방법에서 찾아야 한다.

청나라 때 북경에서 귀족자제, 부잣집 아들들 지도하면서 지도방법의 혁명을 가져왔던 것이 양식 태극권이다.

다만 내가권법은 자신들의 교습방법이 인지심리적 접근을 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고, 기본 용어를 영어나 학술적 단어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현대인들이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다.

요새 서구에서 쉬지 않고 등장하는 수많은 신체훈련법, 테크닉, 피트니스 방법론들은 이미 동양에 훨씬 더 다양하고 깊이 있는 방법으로 존재해 왔다.

그런데 동양의 문제는 무엇이었냐 하면, 천재들이 어떤 경지를 본 후에 거기까지 도달하는 최적방법론을 만들고, 중간 과정을 전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동양적 방법론은 인지적 접근방법으로 시작했으되, 현재는 행동주의적 접근방식으로 남아버리게 되는 비극적 결과를 낳았다.

팔괘장 역대 유명 전인들. 상단 왼쪽부터 1대 종사 동해천, 2대 양진포, 3대 이자명, 4대 이공성. 하단 왼쪽부터 3대 이자명 노사, 4대 이공성 노사, 5대 설인호 노사, 3대 곽고민 노사(출처 Handosa.egloos.com)
팔괘장 역대 유명 전인들. 위 왼쪽부터 1대 종사 동해천, 2대 양진포, 3대 이자명, 4대 이공성. 아래 왼쪽부터 3대 이자명 노사, 4대 이공성 노사, 5대 설인호 노사, 3대 곽고민 노사(출처 Handosa.egloos.com)

스승이 만든 훈련법대로 성실하게 따라 하기만 하면 비슷하게 도달할 수는 있지만, 그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중간 프로세스를 모르는 상태에서는 인지가 일어나지 않는다.

무술공부를 하면 할수록, 백 년 전 무림의 천재들에게 새삼 옷깃을 여미게 된다. 백 년에 한번 나오는 천재라는 건 정말이지 흔한 게 아니다.

‘大學之道在明明’이라 했다.
큰 학문이란 본래 밝았던 것을 다시 밝히는 데에 있다는 뜻이다.

나는 동해천이나 왕향제 같은 당대의 무술천재가 아니다.

아마도 백 년, 이백 년 전 무술천재들이 다 만들어 놓은 것을 다시 밝혀보는 데에 내 남은 인생을 쓰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작업만 하다 죽어도 남은 인생이 길지 않을 것 같다.

출처 한병철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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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한

김승한

리얼뉴스 발행인·편집인
대학병원 연구원 그만두고 어쩌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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