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찬의 리얼한 대한민국] 최순실 딸, 정유라 선수는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가?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4일 JTBC <정치부기자>에 따르면 이화여대의 한 학부 과정 학생은 다음과 같은 문장이 들어간 리포트를 썼다.

“강하게 세우기. 해도해도 않되는 망할새끼들에게 쓰는 수법. 왠만하면 비추함”
맞춤법 틀림과 비속어를 원문 그대로 옮겼다.

출처 지난 14일 JTBC [청와대] 리포트 곳곳 오탈자···이대 학점 특혜 의혹

주인공은 비선 실세로서 권력형 비리 의혹을 받는 최순실(현 최서원)씨의 딸인 전 국가대표 승마선수 정유연(현 정유라) 선수의 리포트이다.

참으로 황당한 이 문장이 공개된 까닭은 바로 승마선수인 정유연 선수가 메달을 획득하기 전에 ‘체육특기생’으로 특례입학을 했다는 의혹과 더불어 그러한 절차가 정유연 선수에 맞춤형으로 제공되었다는 의혹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정유연이라는 이름으로 출전했던 승마선수는 대한마사회와 관련해 승마시설 이용 특혜를 받았으며, 그 과정을 조사하던 문화체육관광부의 국장·과장급 종신 공무원을 퇴직시키는 발단이 되기도 했다.

이 정도면 이 사건은 권력형 비리라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정유라 선수는 그 개인의 성격만 봐도 한때 국가대표의 신분이었으며, 공공자원을 지원받는 ‘공인’이라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거의 많은 언론은 그녀를 지칭할 때 ‘정모씨’로 지칭한다. 게다가 언론들은 정유연 선수는 이미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대중에게 얼굴이 알려진 인물임에도 ‘적극적’으로 신분 보호를 하고 있다.

경향신문과 연합뉴스 보도에는 정유연(정유라) 선수가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있다.
경향신문과 연합뉴스 보도에는 정유연(정유라) 선수가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있다.

이 문제는 과거에 있었던 대입 비리와 궤를 완전히 달리한다. 바로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이자 공공의 자원을 부당하게 사유화했고, 공정해야 할 절차를 권력적 압력을 통해 무너뜨린 중대한 범죄 의혹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와 청와대의 결정으로 그 과정들이 이뤄졌다 하더라도 정유연 선수도 그러한 비리에 가담했다고 볼 여지는 충분히 있다. 이쯤이면 정유연 선수를 보도에서 보호해야 할 여지가 전혀 없다.

원래라면 반대로 정유연 선수와 함께 단체전 금메달을 땄던 동료들이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야 한다.
원래라면 반대로 정유연 선수와 함께 단체전 금메달을 땄던 동료들이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앞서 ‘실명 보도’와 ‘얼굴 공개’를 꺼리는 언론의 보도 행태를 보면 어색하기만 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범죄 의혹만으로 일부 연예인들의 얼굴을 공개하고, 조사 과정까지 실시간 보도했던 언론사들이 아닌가.

이 사안이야말로 국민의 알 권리다. 어쩌면 보도 행태의 작은 차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일에 대해 과거의 사례보다 더 엄격하게 보호해주는 모습을 보니 씁쓸하기까지 하다.

비록 공인은 아니지만, 서울의 한 특급호텔 사장은 지난 12일에 술집에서 난동과 폭행, 성희롱까지 저질렀다. 이 사안은 대중의 알 권리가 필요함에도 언론은 철저히 보호해줬다.

과거에는 공인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연예인에 대해서도 ‘공인’ 타령을 했는데, 오히려 진짜 공인이자 권력자 가족, 사회적 알 권리 충족되는 인물에 대해서는 현재 별다른 의문이 없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임형찬

'정치하지마라' 저자
bucuresti@naver.com